와이브로, "LTE를 잡아라"

LTE 쾌속진군...와이브로 전략 보완 절실

일반입력 :2009/09/23 10:09    수정: 2009/09/23 15:31

이설영 기자

4세대(4G) 이동통신 기술인 LTE가 점차 윤곽을 드러내면서 4G 시장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4G 시장을 둘러싼 LTE와 와이브로의 경쟁에 속도가 붙고 있다.

최근 세계 유수의 이통사들이 4G 기술을 롱텀에볼루션(LTE)으로 방향을 확정하고, 시험통화도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그동안 LTE는 상용화 일정이 늦어지면서 와이브로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업계에서 LTE 시험통화가 성공하고 관련 장비의 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다.

노키아지멘스는 최근 4G LTE 기술을 이용해 시험통화를 성공했다. 미국 버라이즌도 일부 지역에서 LTE 시연에 성공했다. 버라이즌은 2010년 중 30개 지역의 1억여명을 대상으로 4G 상용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오는 2013년에는 미 전역에 4G를 제공할 계획이다. AT&T 또한 2011년 LTE를 서비스할 예정이다.

핀란드, 독일, 노르웨이, 스페인, 영국 등 유럽지역에서도 LTE 시험서비스가 꾸준히 진행 중이다. 유럽의 경우 특히 유럽위원회가 LTE 연구개발에 1천800만 유로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LG전자도 최근 LTE와 CDMA 네트워크 간 '핸드오버' 단말 시연에 성공했다. 두 네트워크 간에 자연스러운 전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핸드오버이다. 북미에서 버라이즌과 같은 CDMA 사업자가 초기에 한꺼번에 LTE 네트워크에 투자하지 않고도 조기에 4G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와이브로, 활성화 전략 필요

반면 와이브로는 이동통신시장의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 리투아니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상용화는 먼저 시작됐지만, 그 속도와 영향력 면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와이브로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사업권을 갖고 있는 KT와 SK텔레콤이 적극적인 투자에 주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에는 와이브로 장비를 만들었던 포스데이터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속이 타는 건 한국 정부다. 전세계에 와이브로를 전파하고, 이를 통한 산업의 성장을 꾀하는 것이 목표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기술적으로 와이브로는 LTE에 뒤지지 않지만, 이통산업 특성상 사회적인 분위기와 정부 정책에 영향을 적지 않게 받는 만큼, 단순히 기술 우위로 시장의 방향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통신장비업체 한 관계자는 와이브로가 훌륭한 기술임을 부정할 순 없지만, 글로벌 이통신시장을 주도하는 유럽과 미국이 LTE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다른 시장도 움직일 것 같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와 사업자들이 '동상이몽'을 꾸는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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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통신장비업계는 우리나라 정부가 글로벌 4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을 펼쳐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신장비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한국 정부가 통신사업자에게 무조건적으로 와이브로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푸시'했는데, 일단은 글로벌 통신시장이 흘러가는 방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그 뒤에 와이브로를 또 다른 방향으로 특화시키는 등의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