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KT, '친구처럼, 원수처럼'

080정산, SMS접속료, 3G 접속료 등 사안별로 엇갈려

일반입력 :2009/09/01 16:24    수정: 2009/09/02 11:20

김효정 기자

통신업계의 맞수 KT와 SK텔레콤이 최근 선의의 경쟁을 통한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3G 접속료 분쟁 등 실적과 직결되는 부분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양사는 지난달 27일 착신과금(080) 서비스 정산방식에 합의, 상생 분위기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양사는 수년째 착신과금 정산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으며 소송까지 가는 등 해결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또한 이날 양사는 지능형 문자메시지(C2P SMS) 접속료 분쟁도 종지부를 찍었다. KT가 무선망을 이용해 SMS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SK텔레콤이 거부하면서 소송까지 이르기도 했던 사안이지만 상생차원에서 원만한 합의를 봤다.

특히 지난 상반기 KT-KTF 합병을 전후로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직접 나서 '무조건 합병 반대'를 주장했고, 얼마 전까지 이동통신 시장의 과열경쟁으로 사상 최대의 마케팅 비용이 발생하는 등 극명하게 대립각을 세웠지만 최근의 상생기류 조성으로 갈등이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

양사간 치열했던 법정분쟁도 해결됐고, KT의 합병인가 조건인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절차 개선과 전주•관로 등 설비제공 제도 역시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를 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사 모두 경쟁보다는 상생을 바라보고 있다.

KT의 한 고위 관계자는 SK텔레콤과는 공생관계로 선의의 경쟁이 필요하다. 착신과금이나 지능형SMS 분쟁도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5월부터 폭넓은 합의를 봤다라며 KT의 합병을 두고 외관상 갈등이 두드러지기도 했지만 결국 어려운 통신시장 환경에서 상생차원으로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과열경쟁과 시장포화, 그리고 최근의 요금인하 압력 등 쉽지 않은 시장환경에서 상생이야 말로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은 국내 ICT 산업을 주도하는 회사로써 경쟁 보다 상생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정 업체를 거론하기 힘들지만 과열경쟁 보다는 선의의 경쟁으로 시장을 이끌어 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통신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던 양사에 서서히 화해무드가 형성되고 있지만, 실적과 직결되는 사안에 있어서는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3G 접속료 분쟁'이다. 현재 KT 시내전화는 SK텔레콤의 2G망과 상호접속 협정을 맺고 있지만 3G망은 다르다. 이는 접속료 수익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이견폭을 좁히기가 쉽지 않다.

KT 입장에서는 SK텔레콤의 2G망과 상호접속시 분당 28원의 접속료가 발생하지만, 3G망과는 32~33원이 발생, 연간 약 150억원의 손해를 본다는 것.

KT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방통위에 재정신청을 했다. 2G와 마찬가지로 3G에서도 상호접속이 이뤄져야 한다. 올해 말이면 3G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SK텔레콤이 이통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만큼 상호접속 협정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반면 SK텔레콤은 이와 정반대의 입장이다. 2G 시장에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위치에서 배려한 부분이 있지만 3G 부문에서는 양사간 큰 격차가 없다는 설명이다.

방통위 이용자보호국 김명희 팀장은 양사의 3G 접속료 문제는 협의가 진행 중이다. 방통위 알선분과위원회에서 알선조정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양사가 합의점에 이르지는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