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인맥구축’ 밀어내는 한국

일반입력 :2009/08/26 10:36    수정: 2009/08/26 12:37

김태정 기자

3D 인맥구축을 표방한 서비스들이 국내서 자리를 못 잡고 있다. 누리꾼들의 관심이 시들하다.

우선, 지난해 9월 누리엔소프트웨어가 야심차게 시작한 ‘누리엔’이 내달 30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한국산 세컨드라이프를 표방, 미국과 중국 벤처캐피털로부터 1천만달러 투자를 받은 대형 서비스였지만 찬바람만 불었다.

누리엔소프트웨어 측은 “각종 개인자료를 서비스 종료 전까지 백업할 수 있도록 작업 중이다”며 “향후 일정과 진행사항은 아직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국내에 들어온 미국산 ‘세컨드라이프’도 부진한 모습이다. 미국서 페이스북과 경쟁하는 거물이지만, 국내 사용자 12만명 정도를 모으는 데 그쳤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1년 동안 모인 사용자가 2~3만명일 정도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3D 인맥구축은 첨단 그래픽 기술을 동원, 사람과 흡사한 얼굴을 표현하는 등 화려함을 전면에 내세웠다. 누리엔의 경우 미국 그래픽 프로세서 강자 엔비디아의 신기술을 적용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 화려함이 실제 서비스의 질적 차별화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다.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3D 게임이 넘쳐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리니지나 아이온 등도 그래픽 수준은 만만치 않다. 비슷한 그래픽 수준의 3D 게임을 즐기면서 인맥구축을 할 수 있는데 굳이 누리엔이나 세컨드라이프에 들어갈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분석이다.

블로그 서비스 개발자 한재민 씨는 “국내 누리꾼들은 게임에서 3D의 화려함과 오락성은 물론 인맥구축까지 즐긴다”며 “3D 인맥구축 서비스는 게임과 차별적인 매력이 없었다”고 밝혔다.

고비용의 부담도 있었다. 고사양 그래픽 전송을 위해 막대한 서버 인프라가 필요했지만 수익이 나지 않으니 버티기 힘들었다는 설명. 돈 잘 버는 게임업체와는 상황이 다르다.

세컨드라이프의 경우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서는 시스코와 IBM 등 대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수익을 모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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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중요한 부진 요인은 모바일까지 동원한 간편하고 빠른 소통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것. 트위터나 미투데이 등 미니블로그의 흥행이 이를 증명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화려하지만 무거운 가상세계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근래 온라인 인맥구축 모델들은 신속한 정보 유통과 소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는 누리꾼들이 원하는 모델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