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넷북, 디지털교과서 접수하나

교육시장 변화 맞춰 업계 정조준

일반입력 :2009/08/24 10:36    수정: 2009/08/24 18:24

류준영 기자

교육 시장이 넷북의 또 다른 성장엔진이 될 수 있을까? PC업체들 사이에선 낙관론이 엿보인다.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을 등에 업고 저렴한 구매비용과 기본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넷북이 성장세를 탔다면 앞으로는 ▲태블릿 형태로의 진화, ▲배터리 구동시간 증가, ▲아시아눅스 등 각종 운영체제(OS)를 자유롭게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넷북이 등장하면서 국내 디지털교과서 사업에 적합한 하드웨어로 각광을 받을 것이란 얘기다.

내년 상반기께 PC시장 성장판도는 교육용PC 시장이 좌우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밝힌 디지털교과서 세부안은 오는 2011년까지 660억 원의 예산을 들여 100여곳 학교에 노트북을 지원하며, 2013년엔 모든 초•중•고교에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인텔은 내달초 태블릿 형태의 넷북 ‘클래스메이트PC(CMPC)’에 관한 구첸적인 내용을 국내에 발표할 계획이다.

인텔코리아(대표 이희성)는 “넷북의 아톰 프로세서와 태블릿 기능을 함께 적용한 CMPC에 관한 세부계획안이 거의 확정됐다”라며 “내달초 CMPC 세부내용을 발표할 것이며, OEM 제조사들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변형된 넷북DNA , 교육용PC시장 파고드나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1~4분기 모바일 기준 교육용PC 시장은 계속적인 하강곡선을 그려왔다. 올해 1분기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속적인 상승 탄력을 줄 수 있는 명확한 모멘텀은 아직까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 수요 증가는 기대하긴 힘들어 보이나 정부정책을 등에 업을 경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국IDC 권상준 연구원은 교육용 PC시장은 정부와 조달청에 강력한 의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2~3차례 입찰에서 가격조건이 맞지 않아 유찰된 경우도 따랐으나 현재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시범학교에 PC 납품이 계획대로 진행된 점과 ▲넷북이란 소형 폼팩터가 어린이들의 작은 손으로 사용하기엔 적당한 편이란 점 ▲아울러 태블릿 기능을 지원하는 미니노트북과 ▲더욱 저렴해진 아톰 CPU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OS 윈도7 등 하반기 PC시장의 이슈들을 종합해 볼 때 공급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삼보-델-HP '삼각경쟁 구도'

하지만 이전까지 업체 제품 매니저들에게 교육용PC 시장은 '계륵'과 같은 존재였다.

교육용PC시장이 물망에 오르자 관련 세그먼트 제품으로 대우루컴즈(대표 윤춘기)가 교육도우미(클라스메이트)를 표방한 ‘루키드(LUKID)’시리즈를 초저가인 29만원대로 서둘러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초반에 '반짝' 상승세를 보였을 뿐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한국HP와 델코리아, 삼보컴퓨터도 관련 제품을 잇따라 선보였으나 삼보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큰 수익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삼보 역시 지난 5월에 교육용PC 시장에 첫 진입한 만큼, 앞날을 낙관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그러나 삼보는 한글과컴퓨터를 인수해 아시아눅스 등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고 최근 내놓은 어린이용PC인 '루온 키즈컴'이 6월 한 달간 2천대가 팔리는 등 교육용PC 시장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델코리아도 상반기 선보인 아톰 기반 넷북인 '레티튜트 2100'가 해답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제품은 교육용 넷북으론 처음 적용된 터치스크린을 옵션으로 제공했으며, 학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감안해 충격에 강한 소재를 사용했다. 전원을 켜고 인터넷에 접속하면 상판에 불이 들어와 교사들이 학생들의 활동을 인지할 수 있으며, 원격관리 솔루션 '웨이크 온 랜'으로 학생들의 장시간 PC사용을 막을 수 있다.

한국HP는 지난 5월 교육용PC 4천800여대를 디지털교과서 시범학교 지역에 공급하는 개가를 올렸다. 글로벌 업체로선 디지털교과서 사업에 가장 근접해 있다. 3번 진행된 납품 기회 중 2번을 잡았으며, 납품 물량중 75%는 윈도 태블릿PC가, 나머지는 아시나눅스를 채용한 PC였다.

한국HP의 소병홍 차장은 전자식 태블릿 기술을 가진 후지쯔와 HP가 이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었다라며 앞으론 넷북이 태블릿PC를 대체할 가능성이 점점 커짐에 따라 관련 이슈를 모두 소화하고, 더불어 HP만의 오래가는 배터리 구동 능력을 접목해서 이 시장을 강력하게 리더해 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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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디지털교과서의 사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교과서의 요구조건인 태블릿 기능의 경우 아직까진 부품 단가가 높은 편이고, 12인치급에 LCD 디스플레이를 단 100만원대 미만의 제품을 제작하기가 현실적으론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