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 컴퓨팅·네트워크 통합 전략 페달

일반입력 :2009/08/19 17:59    수정: 2009/08/19 18:14

황치규 기자

지난 5월 HP와 EMC 사이에선 한 유력 인사의 이직을 놓고 불편한 관계가 형성됐다. 22년간 EMC에 몸담아왔던 데이비드 도나텔리가 느닷없이(?)이 HP 서버&스토리지 시스템(ESS) 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때아닌 소송전이 벌어진 것이다.

EMC는 도나텔리가 비경쟁 조항을 어겼다는 이유로 HP 합류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냈고 이에 맞서 도나텔리는 비경쟁 조항에 대한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으로 맞불을 놨다. 결과는 도나텔리의 HP 합류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1년간 EMC와 경쟁하는 사업에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단서가 붙었다.

도나텔리의 HP 합류는 한국HP ESS 사업부에서도 대형 이슈였다. HP에 왜 왔는지, 또 그의 합류로 HP ESS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고갔다.

키워드는 서버와 스토리지 그리고 네트워크 장비간 컨버전스였다. 이를 통해 차세대 데이터센터, 나아가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었다. 컴퓨팅과 네트워크간 컨버전스 경쟁력이 데이터센터 주도권을 좌우할 것이란 설명이다.

HP 아태지역 ESS 총괄 닐 클래퍼 부사장은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도나텔리의 합류로 HP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간 컨버전스 전략이 급물살을 탈 것이다고 강조했다. 컨버전스에서는 경쟁업체보다 앞서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도나텔리가 HP에 온 것도 컨버전스 대세론 때문이라고 전했다. EMC보다는 HP가 컨버전스를 주도하는데 유리하다는 얘기였다.

HP 본사는 이미 서버와 스토리지를 다루는 ESS사업부에 프로커브 네트워크 장비 제품군을 통합시켰다. 한국HP도 뒤를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HP는 몇년전부터 독자적인 이더넷 스위치 사업을 펼쳐왔고 현재 10% 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 넘버2다.

HP는 도나텔리 합류전에도 컴퓨팅과 네트워크간 컨버전스에 전력을 전진배치시켜왔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공략을 위해 SW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플랫폼을 합친 '블레이드시스템 매트릭스'를 공개한데 이어 통신 장비 업체 알카텔-루슨트와도 10년동맹을 맺었다.

컴퓨팅과 네트워크간 컨버전스는 HP만의 이슈는 아니다. '네트워크 최강' 시스코시스템즈나 IBM도 이 분야 맹주를 노리고 있다. 시스코는 컴퓨팅과 네트워크를 통합한 UCS(유니파이드 컴퓨팅 시스템)를, IBM은 주니퍼, 시스코, 브로케이드 등과의 제휴를 기반으로 컨버전스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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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거함들간 '빅매치'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HP와 시스코간 경쟁이 주목된다.

시스코는 HP를 내놓고 경쟁자로 부르고 있고 HP 역시 시스코로 인해 컨버전스 전략에 속도를 내게 됐음을 분명히 했다. 시스코는 내년 상반기 UCS를 국내에 출시하고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