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미디어랩 컨퍼런스에선 무슨 일이?

일반입력 :2009/08/11 10:34    수정: 2009/08/17 13:08

류준영 기자

“컴퓨터가 상식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SF영화 ‘터미네이터’속에 등장하는 최첨단 네트워크 ‘스카이넷’처럼 혼자서 판단하고 알아서 움직이는 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연구과제가 제시되자 웅성웅성하던 좌중의 시선이 일순간 스크린에 집중됐다.

라이프넷(Life Net), 이벤트넷(Event Net), 쉐이프넷(Shape Net) 스토리넷(Story Net) 등 전 MIT미디어랩 연구원이자 현 오라클 연구원으로 재직중인 정혜민씨가 던진 이 화두는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PC가 직접 알아서 판단·수행하는 데이터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다.

“’토스터’와 ‘금속성이다’ 등의 자연어 문장으로 구성된 일반 데이터를 입력받고 이를 템플릿화하는 정교화 과정을 통해 단어간의 관계를 정립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PC는 인간이 원하는 명령을 빠르게 수행하게 되죠

예컨대 퇴근 후에 뉴스가 궁금하면 PC는 뉴스(최초 검색키워드)→인터넷, 방송, 신문(매체 선정)→CNN, CNBC, ABC뉴스(방송매체 선정) 식으로 자동 접근을 이루게 된다.

이 같은 상식데이터의 구축은 개발자 한 명이 전담하는 것이 아닌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처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오픈마이드 커먼센스 미디어랩 홈페이지(openmind.media.mit.edu)를 통해서 이미 등록된 단어 통계를 살펴보면 영어가 84만4천689개, 한국어는 1만4천946개가 등록됐다.

저개발 국가 아이들을 위한 100달러 미만의 교육용PC와 웨어러블(착용식) 컴퓨터,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전자종이) 등의 연구로 유명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이 한국을 찾았다.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된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에서 처음 열린 행사다. MIT 미디어랩 한인학생회가 미디어랩의 연구방법론을 고국에 소개하고, 다양한 기술을 한국의 기업환경에 적용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MIT미디어랩 초창기 회원인 이재철 아이위랩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한국 학생들의 참여도가 매년 커지면서 MIT내 한국인 위상도 조금씩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985년 설립된 MIT 미디어랩은 현재 130여명의 연구원들이 있으며, 이중 한인 연구원은 현재 11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의 가장 큰 이목은 미디어아트의 세계적 석학인 이시이 히로시 교수에게 쏠렸다. 진행중인 연구테마는 미래형 컴퓨팅 제어기술 중 하나인 ‘촉각을 통한 정보 처리’.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가 장갑 모양 입력장치를 끼고 허공에 떠오른 홀로그램을 통해 각종 정보를 제어하는 장면이 그대로 연출됐다. 컴퓨터 데이터를 손가락의 터치만으로 다른 컴퓨터에 옮기는 모습에 곳곳에서 ‘우와’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MIT미디어랩의 개발과제는 IT기업들의 상품화로도 연결돼 주목된다. 예컨대 인터넷을 통해 사진파일을 다운받아 볼 수 있는 삼성전자의 '디지털액자'와 LG전자가 북미지역을 대상으로 공급한 '일기예보시스템 냉장고'가 이에 해당한다.

지난 2006년 6개월간 미디어랩에서 활동한 LG전자 지석만 수석연구원은 ‘미각(味覺) 지도’를 활용, 휴대전화로 음식의 사진을 촬영하면 그 맛을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휴대전화를 소개했다.

지석만 연구원은 “해외출장중 잘 모르는 식사메뉴를 선택해야 할 경우, 메뉴의 이름이나 음식사진을 휴대폰으로 검색하면 내가 선호하는 음식맛에 얼마나 근접한지를 알려주는 에이전트 기기”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전승훈 수석연구원은 지난 2004년 인터넷에 연결하는 디지털액자와 연구단계에서 그쳤던 ‘블로그폰’을 소개했으며, 이성혁 연구원은 미래 통신 시스템을 통해 자동차가 운전자 없이 알아서 주차하는 ‘X캐스트’ 프로젝터를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자동차간 통신을 통해 전반적인 사용 상황을 자동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격려차 방문한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이건표 교수는 사용자 경험(UX) 중심의 프로덕트 디자인 경영이 향후 사람간의 네트워크 중심으로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행사엔 예술 공학 등 기초 학문과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킨 이종 학문간 연구에 대한 논의도 펼쳐졌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김진우 교수는 “학제간 연구를 위해 연세대학교에서 준 과제는 '다른 학과 교수들과 함께 식사를 함께 하라'는 것이었는데 효과는 확실했다”며 3년간 일궈낸 프로젝트 성과를 통해 학제간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LG전자 지석만 연구원은 “MIT미디어랩은 과거에 전혀 다른 전공을 배운 사람들끼리 하나의 주제를 놓고 자연스레 융합되는 조직”이라며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끼리 개발 시너지를 발휘하는 모습에 놀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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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미디어랩은 오늘(11일)부터 3일간 서울 동숭동 제로원 디자인센터에서 워크숍을 진행한 뒤 국내 연구진들과의 공동 작업 결과물을 전시할 예정이다. 서울대 카이스트(KAIST) 등 국내 주요 대학의 학생 120여명이 참가하며 MIT 미디어랩,하버드대 등에서 연구를 진행한 12명의 한국 연구진들이 아이디어 개발 등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후원한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소프트웨어는 인간의 상상력을 통해 미래와 산업을 디자인하는 주요 도구라며 외국과 국내 학생 간 학문 교류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워크숍 정례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