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치명적 유혹'에 빠지다

일반입력 :2009/08/04 17:54    수정: 2009/08/04 18:24

류준영 기자

모니터 시장이 꿈틀댄다.

친환경 및 슬림형, 듀얼은 기본인 데다 여유가 있다면 비싸지만 영상 품질이 뛰어난 LED 모니터를 서슴없이 구매하기도 한다. 게다가 요즘엔 HD급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인터넷(IP)TV 겸용 대형 모니터를 찾는 수요가 차츰 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모니터의 대변신은 지난해 그 수요가 정점을 찍은 데다 노트북 판매량이 데스크톱을 간발의 차로 따돌리면서 촉발됐다. 이에 더해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가라앉으면서 전세계 모니터 수요가 감소한 점도 원인이 됐다.

PC모니터 교체수요를 이끌어낼 기술 혁신이 요구됐고, 덩달아 노트북에 부착해 쓸 수 있는 모니터로의 변모도 시급한 과제였다. 즉, 모니터는 단지 데스크톱PC를 쌀 때 따라오는 주변기기의 성격이 아닌 나름의 부가가치를 더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

그래서 요즘 모니터는 데스크톱 한 대 가격과 맞먹는다. 그렇다 할지라도 소비자들의 저항선은 되레 낮은 편이다. PC패키지를 장만하는 구매자들이 모니터에 비중을 늘려 잡고 있는 탓이다.

■모니터 시장 ‘르네상스’ 삼성 주도

모니터 시장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제조사는 삼성전자다. 모니터 디자인 패턴이 일관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들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양산하고 있다.

이는 중소모니터 전문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대형 LCD 패널 중심으로 모니터가 발전해 가면서 시장의 바통을 대기업들이 붙들기 시작했다.

이유는 24인치(60.96cm) 이하 모니터의 수익성이 줄자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은 초대형 모니터에서 이윤을 확보하겠단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삼성은 먼저 HD급의 콘텐츠는 물론 전문 그래픽 작업에 특화된 LED(발광다이오드) 전문가용 모니터 라인업을 강화했다.

20.1인치(51cm) LED 모니터(제품명: 싱크마스터 XL20)를 시작으로 24인치(60.9cm, 모델명: XL24), 30인치(75cm, 모델명: XL30)에 이르는 라인업을 연이어 선보였다. 라이벌사인 LG전자가 22인치 라인업(제품명: 플래트론 W2286L-PF) 한 가지를 보유한 데 비하면 압도적이다.

또 모니터 업계 처음으로 120Hz 3차원(D) 모니터(모델명: 2233RZ)도 내놨다. 기존 LCD 모니터가 60Hz 입출력 밖에 구현할 수 없었던 단점을 극복, 120Hz 기술을 통해 더욱 생생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유재영 상무에 따르면 이는 모니터 자체의 잔상과 영상 잔상을 대폭 줄여 자동차 경주와 같은 빠른 게임을 즐기는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게다가 3D 영상 구현을 위해 초당 30장의 이미지를 구현하던 종전 3D모니터와 달리 초당 60장의 이미지를 구현해 보다 선명한 고화질 3D 영상을 제공한다.

아울러 다용도 모니터 수요에 맞춰 TV겸용 모니터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은 PC가 없어도 TV시청이 가능한 HDTV 튜너와 각종 멀티미디어 장치에 손쉽게 연결할 수 있는 HDMI 단자, 돌비 디지털 버전을 지원하는 스테레오 스피커 등을 내장한 23인치(58cm) TV겸용 모니터(모델명: P2370HD)로 시장에 어필하고 있다.

또 어떤 각도에서 봐도 색의 흐려짐이 나타나지 않는 178도 넓은 시야각과 3천대 1의 정적 명암비를 구현하는 전문가용 LCD 모니터(모델명: F2080)는 사진 전문가나 그래픽 디자이너 등의 전문가 그룹에게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통한다.

■대형 모니터 출시 시장 엇박자

삼성과 LG전자는 디지털TV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25인치(63.5cm)이상 초대형 모니터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며, 글로벌 업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대형 모니터 시장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HP는 이달 자사 PC모니터 중에서 가장 큰 27인치 제품(모델명: 2709m)을 발표했다. 이 회사에서 가장 큰 사이즈 제품인 ‘W2558hc(25.5인치)’보다 1.5인치 정도가 더 크다.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정조준한 제품으로 DVD 플레이와 연결해 쓰면 제격이다.

델도 역시 27인치 울트라샤프 LCD 모니터(모델명: 2707WFP)를 올초부터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강력하게 마케팅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사의 공급 초점과 시장의 수요가 엇박자 리듬을 타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디스플레이뱅크(대표 권상세) 구현서 연구원은 “대형 모니터 시장, 특히 26인치 이상 제품의 올해 판매대수는 36만대로 예측된다”며 “이는 전체 모니터의 예상 판매량인 1억8천만대에 비하면, 현격히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구현서 연구원은 “인터넷(IP) TV가 시장의 기술 이슈로 부각되면서 모니터와 TV의 경계가 사실상 무너졌으나 대형 모니터는 판매가가 높은 데다 소비자들의 선호도도 뚜렷하지 않아 쉽게 확산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가격비교사이트인 다나와의 최근 모니터 시장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2인치(56cm) 제품이 24.96%로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에 올랐다. 이어 19인치(48cm) 제품이 22.12%로 뒤를 바짝 쫓았고, 24인치와 20인치 제품이 0.3%의 근소한 차이로 3~4위 자리를 차지했다. 그 밖에 26인치 이상 모니터의 시장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가했다.

다나와 최현준 주임은 “3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던 19인치와 22인치 제품이 올해는 20%대로 떨어지는 등 점유율 감소세에 접어든 국면”이라며 “이는 한시적인 변동폭으로 대형 모니터의 영향력으로 해석하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23인치 모니터가 18.59%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55%를 크게 웃돌았다는 것.

이에 관해 IDC는 “23인치 모델은 한때 시장서 도태된 적이 있으나 16대 9 화면비 방송 콘텐츠가 늘면서 궁극적으로 24인치 모니터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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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2013년까지 19인치 와이드 모니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며 지난해 4천680만대에서 2013년엔 5천880만대로 연평균 4.7%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가장 급격한 성장률은 22인치 와이드 모니터로 지난해 2천40만대에서 오는 2013년엔 3천490만대로 연평균 11.3% 성장률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