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 SK·LG' 1라운드 종료

통신업계, KT 통신설비 공동활용 방안 최종 합의

일반입력 :2009/07/30 15:37    수정: 2009/07/30 15:41

김효정 기자

통합KT 출범에 따라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왔던 통신업계가 점차 안정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KT 합병인가 조건 중 최대 이슈였던, 전주·관로 등의 설비 공동활용 방안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30일 방통위 및 업계에 따르면, KT와 SK브로드밴드, LG파워콤 등 초고속인터넷 사업자가 KT 설비의 공동활용 방안에 최종 합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KT가 오는 2014년까지 향후 5년에 걸쳐, 2010년 5%, 2011년 9%, 2012년 13%, 2013년 18%, 2014년 23%까지 관로 제공 범위를 확대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 설비는 경쟁 사업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합의 내용은 처음 2년간 시행 후에 시장상황을 고려해 재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경쟁사가 KT의 전주를 사용할 때는 먼저 신고한 후 사용하기로 합의했으며, KT의 보유 설비현황을 온라인으로 공개 및 24시간 이내에 설비제공 여부를 확인해 주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합의안 도출이 국내 통신시장의 공정경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T는 '적정 대가 확보', SK·LG는 '설비 임대 수월'

특히 그 동안 양 진영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었던 KT 설비 공동활용이 극적으로 타결된 배경에 대해서는 양측의 의견이 적절하게 반영된 것이 유효했다.

KT는 합병인가조건의 마지막 요소였던 설비 제공건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경쟁사 역시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이 설비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상황이다.

우선 SK·LG 진영은 이번 합의서에 상당히 고무된 상황이다. 해당업체의 한 관계자는 "세부 시행안도 마련해야 하고 적정대가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지만, KT의 경쟁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큰 틀의 합의가 이루어 진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KT가 큰 틀에서 설비제공을 수락한 것은 스스로 납득할 만한 설비임대 대가를 확보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업계 주요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서 어느 한쪽이 손해를 보거나 이득을 보지도 않았다. KT는 그 동안 과소평가됐던 설비 제공 대가를 실제 원가를 반영한 수준으로 끌어 올렸고, 경쟁사는 이 설비를 쉽게 빌려 쓸 수 있게 됐다"라며, "양측 모두의 상황이 종합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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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방통위는 중앙전파관리소에 '동등접근센터'를 마련해 KT 설비의 공동활용 진행을 관리감독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KT와 SK·LG통신 계열사들은 얼마 전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개선에 이어 KT 설비 공동활용 문제까지 마무리함으로써 시장의 공정경쟁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동통신 분야에도 하반기부터 과열 경쟁이 잦아들 것으로 전망돼 전반적인 시장 안정화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