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관리만 제대로 하면 연 구매금액의 5% 정도 비용을 아낄 수 있어요. 1조 지출 대기업이면 연 500억원을 얻는 결과죠”
불황 속 기업들을 유혹(?)하는 달콤한 말로만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송재민 엠로 대표는 이 말을 현실에서 입증해 왔다. 기업 간 공급망 관리, 이 바닥에서는 SRM으로 불리는 솔루션을 내세워 고객사 비용절감을 이끌었다.
송 대표가 말하는 SRM은 수요-공급 기업간 조달 구매활동, 단가관리, 연구개발까지를 전략적으로 최적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오라클과 SAP 등 해외 공룡들이 밀고 있는 개념과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근래 엠로가 보유한 SRM 솔루션은 모두 6개. ‘스마트 스위트’라는 통합 솔루션 군에 포함돼 있다. 협력사 관리 성과 평가, 조달 가시성 확보, 신규업체 발굴 등 맡은 임무가 제각각이다.
이쯤에서 물음표 하나. 이 복잡한 솔루션들을 선뜻 6개나 도입하는 것이 쉬울까. 시간만 해도 최소 2~3년 이상 소요된다고 한다. 그래도 송 대표는 이 부분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불황 속에서 SRM은 더 힘을 내고 있습니다. 그만큼 비용절감에 대한 기업 욕구가 강해졌다는 뜻입니다. 고객들은 단계적으로라도 SRM 도입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실제 송 대표는 2005년 엠로를 인수 후 삼성전자와 KT를 시작으로 화려한 수주실적을 올려왔다. 삼성테크윈과 대우조선해양, 현대차그룹 등 30여개 대기업들이 송 대표와 손잡고 비용 절감 효과를 쏠쏠하게 보고 있다. 송 대표가 인수전 엠로 고객사가 단 2개였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적이다.
덕분에 송 대표에게는 4년 만에 회사 성장세를 10배 이상 키운 CEO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160억원. 이제는 해외로도 영토를 넓힐 구상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확보한 대형 고객사들이 지원군이다.
■해외공략, 빛이 보인다
송 대표는 국내 대형 고객사들의 해외 법인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본사와 해외 법인 간 조달과 커뮤니티를 지원하면서, 글로벌 인지도를 올려가겠다는 것이다. 2007년 수주한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지난해 중국법인, 올해 유럽법인을 수주하며 해외사업 롤 모델이 돼가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 기업들이 해외 사업 비중을 늘려가면서 엠로가 할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해당 컨설턴트들에게는 해외와 국내를 한 번에 아우르는 SRM 능력이 요구 됩니다”
오라클과 SAP 등과의 경쟁 전략도 물었다. 아무래도 몸집을 달리하는 경쟁자들인만큼 부담스러워 보이는 것이 사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오라클이나 SAP와는 SRM 지향점이 다름을 강조했다. 그들이 ERP(전사적자원관리)를 기반 한 내부 자원 관리를 밀고 있다면, 엠로는 외부 협력사와의 연동을 중시한다는 것. 앵글을 돌려 생각해보면 엠로와 오라클, 혹은 엠로와 SAP는 협력관계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송 대표는 지난해 오라클과 함께 LG디스플레이를 수주하며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사업을 지속 늘려갈 계획이다.
미국 딜로이트 출신인 송재민 대표는 2001년 벤처캐피탈에서 금융 컨설턴트로 일하며 엠로와 첫 인연을 맺었다. 엠로 기업 상황을 유심히 관찰한 그는 결심을 굳혀 엠로를 인수했고 지금까지 키워왔다.
송 대표는 “그동안 문제해결 능력과 직관력이 뛰어난 컨설턴트들 덕에 사업을 키워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 우수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