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혼란을 파고들어라.'
오라클과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간 통합에 따른 뒤숭숭한 분위기를 틈타 경쟁 업체들의 썬 고객 가로채기 작전이 한창이다.
너도나도 썬 마이그레이션 프로모션이다. 오라클이 썬을 인수하면 썬 플랫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고객심리를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전술이다. 오라클의 썬 인수는 8월 또는 9월께 마무리될 전망. 그런만큼 인수 완료전에 하나의 고객이라도 더 빼앗기 위한 서버 업계의 공세도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인수후에도 흔들기 지속될 듯
썬 주주들은 지난 16일 오라클의 74억달러 규모 인수 제안을 승인했다. 오라클은 올 여름안에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오라클이 썬 하드웨어 사업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썬을 인수한 뒤 스팍칩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장담(?)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기에는 상황이 유동적이다.
특히 썬이 IBM과 인텔을 뛰어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해온 차세대 서버칩 '락' 프로젝트를 중단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오면서 스팍과 솔라리스로 대표되는 썬 플랫폼의 미래에 물음표를 던지는 시선이 짙어지고 있다. 한국HP, 한국IBM, 한국레드햇 등이 앞다퉈 썬 마이그레이션을 부르짖는 것은 이같은 상황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한국IBM은 오라클이 썬을 인수한다고 발표하기전부터 썬 고객 공략에 전력을 전진배치해왔다. 썬이 강세를 보이는 로우엔드 유닉스 서버 고객을 자사 파워 프로세서 기반 유닉스 서버로 바꾸는데 공을 들였다. 오라클과 썬이 통합을 앞둔 지금은 공세수위를 좀더 끌어올렸을 뿐이다.
한국IBM은 "썬 마이그레이션 프로모션은 수가 많지는 않지만 성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면서 "다음 분기부터는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인수가 끝나고 나면 보다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IBM은 썬 스팍 프로세서 기반 서버를 자사 파워서버로 바꾸는 기업들에게 프로세서당 일정 금액의 SW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파워 리워드 마이그레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HP도 썬이 오라클로 넘어가는 전환기를 활용, 아이테니엄 기반 인테그리티 서버 지분을 확대하는데 적극적이다. 썬이 강세를 보이는 로우엔드 유닉스 서버 시장에 총구를 정조준했다.
한국HP 관계자는 "썬 장비를 파는 채널들이 계속해서 하드웨어 장사를 할 수 있을지 불안해 하고 있다"면서 "이미 HP 서버를 판매하는 썬 채널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HP 역시 한국IBM과 마찬가지로 다음 분기부터 썬 고객을 파고들 공간이 보다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HP 관계자는 "썬 고객 입장에서 문제가 있다고 쓰던 것을 갑자기 바꿀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면서 "신규 프로젝트는 제품 교체 시점을 맞은 기업들에서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HP는 기업들이 썬 플랫폼을 교체할 경우 하드웨어보다는 애플리케이션 재코딩을 고민하는 것을 감안, 애플리케이션 전환을 자동화시켜주는 툴을 강조하고 있다. HP 툴은 과거 컴팩을 인수하며 확보했던 알파 고객을 인테그리티 서버 기반으로 전환시키면서 확보한 노하우에 기반하고 있다. 그런만큼 검증된 툴이란게 한국HP 설명이다.
한국HP 관계자는 "솔라리스에서 리눅스나 HP-UX로 옮기는 고객들에게 애플리케이션 코드중 어디를 왜 고쳐야하는 것까지 알려준다"면서 "기간이나 비용, 안정성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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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레드햇은 한국IBM, 한국HP, 델코리아 등과 함께 썬 유닉스OS인 솔라리스 고객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권에서 솔라리스를 썼던 고객을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로 전환시키는 개가도 올렸다. 한국레드햇 관계자는 "썬 고객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해보면 마이그레이션을 하겠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유닉스를 리눅스로 바꾸는 시장은 한국레드햇의 가장 강력한 성장엔진이다. 그런만큼 썬의 혼란기는 한국레드햇에게 리눅스 생태계를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떠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