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둘째주 구글의 크롬 OS 출시 선언으로 전세계 IT 업계가 떠들석 하다. 이미 모바일 디바이스 분야에서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로 단숨에 업계의 다크호스가 되었었다.
국내에서도 많은 중소 PMP, STB 업체들이 디바이스 OS로 안드로이드를 채택해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왜 구글 OS 이름이 안드로이드가 아니고 크롬일까? 안드로이드는 완전한 OS의 구성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크롬 OS는 그렇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이 안드로이드라는 OS 이름을 포기하고 크롬이라는 브라우저 이름으로 OS를 출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크롬 OS 선언을 통해서 우리는 구글의 향후 전략을 알 수 있다. 구글은 이번 크롬 OS를 통해서 오래 전부터 많은 시도가 있었던 웹OS 시대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 같다. 그동안 웹OS는 브라우저 위에서 또는 플래시 뷰어 위에서 데스크톱의 바탕화면을 흉내 내는 수준에 그쳤지만, 지금의 이러한 시도들은 그 수준의 질 자체가 다르다.
팜의 새로운 버전인 팜프리의 경우 팜OS 이름을 아예 웹OS 라고 명기하고 있다. 그동안 팜이 오랫동안 사용하였던 기존 OS를 버리고 새로운 OS로 웹OS를 채택한 것이다. 이러한 웹OS를 채택한 팜이 얘기하는 가장 큰 장점은 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자바스크립트, HTML 그리고 CSS만 가지고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수많은 웹 개발자들이 팜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뜻이며, “웹OS” 즉 브라우저가 팜의 OS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구글 크롬 OS의 경우 팜의 웹OS의 전략과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대상 디바이스가 모바일이 아니라 데스크톱 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러한 트랜드는 앞으로 모바일과 데스크톱 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티맥스 윈도 발표회
구글 크롬 OS 출시 선언과 같은 날 한국에서는 티맥스 윈도 발표회가 있었다. 완성도의 문제와 발표회장에서 회장의 발언 등으로 구글과는 달리 부정적인 분위기가 널리 퍼졌다. 척박한 한국의 IT 환경에서 WAS, DBMS에 이해 OS라는 영역까지 개발에 투자를 한다는 사실은 존중 받아야 하겠지만, 완성도가 부족한 깜짝 쇼에 대한 반응은 오히려 발표회를 연 것이 더 손해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나마 개발된 내용도 대부분이 오픈소스 기반이어서 많은 오픈소스 진영의 블로거들한테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어차피 오픈소스 기반으로 갈 것이면 레드헷 같이 패키징 아이템으로 포지셔닝을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거란 생각조차 든다.
사실 오픈소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오픈소스가 마치 공개 소프트웨어처럼 설치해서 즉시 사용이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오픈소스 기반으로 만들어진 공개 소프트웨어들이 많기 때문에 혼란을 줄 수도 있겠지만, 리눅스 커널이나, MySQL DB 등도 오픈소스 임을 생각한다면 오픈소스 기반으로 어플리케이션을 만든다는 것은 종류에 따라서 매우 힘들고 어려운 작업일 수 있다.
따라서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제품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핵심기술이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얼마나 해당 플랫폼에 최적화하고 안정화 할 수 있는가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라이센스 정책에 따라서 추가로 개발된 부분들이 다시 오픈소스의 형태로 공개되어야만 한다.
어쩌면 티맥스 윈도의 경우 이런 오픈소스의 철학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지, 아니면 모른척하고 숨기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하지 못한 부분은 분명히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티맥스 윈도의 경우 리눅스 커널 오픈소스 + 오픈오피스 오픈소스 + 웹킷 오픈소스의 결합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시도 자체는 정말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일이라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박수를 받을 수도 욕을 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OS 영역을 침범하는 브라우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브라우저 얘기를 해보자. 구태의연한 얘기지만 웹2.0 트랜드 이후 웹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고 나서 파일탐색기와 오피스를 제외하곤 이제 PC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행위가 브라우저 위에서 웹을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메신저나 게임 등은 데스크톱 어플리케이션으로 동작하겠지만 이 것들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주 목적이라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사실상 많은 사용자들이 완벽한 웹 플랫폼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피스의 경우도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일반 중고등학생과 주부들의 경우 오피스 뷰어만 가지고 있어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씽크프리 오피스 같은 웹기반 오피스까지 포함된다면 금상첨화 일 것이다.
앞에서 팜프리 웹OS 얘기를 했었지만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웹OS에 대한 시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되어왔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컨버전스 시장이 활성화되고 아이폰의 등장으로 컨버전스 디바이스가 보다 높은 성능을 보유하면서 스마트폰 시장 전체를 키우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과정에서 웹O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또한 사실이다.
안드로이드 OS의 경우 주목할 일은 브라우저의 핵심인 레이아웃엔진 웹킷을 브라우저 내에 또는 어플리케이션 프레임웍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OS 커널 상단인 라이브러리 레이어에 위치 시켰다는 사실이다. 다음 그림을 통해서 안드로이드 OS 내에 레이아웃 엔진인 웹킷이 라이브러리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레이아웃엔진을 모바일 OS에서 라이브러리 영역에 포함시킴으로써 어플리케이션 개발환경에서는 보다 쉽고 빠르게 브라우저 기능들의 활용이 가능해진다. 이런 전략은 안드로이드 뿐만 아니라 노키아 심비안이나 애플을 맥 OS X에서도 동일하게 구사하고 있다.
MS의 경우 브라우저가 OS의 번들이기 때문에 MSHTML이라는 레이아웃 엔진을 라이브러리에 포함시킨 것이 이해가 되지만, 애플의 맥OS나 노키아의 심바인 OS 안에 웹킷이라는 오픈소스가 라이브러리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향후 브라우저는 웹 서핑용 도구가 아니라 데스크톱 어플리케이션 플랫폼으로의 발전을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애플 맥OS 최신 버전인 Leopard의 경우 대시보드를 통해서 웹기반 위젯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각의 위젯은 마치 독립된 어플리케이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 하나가 모두 HTML과 자바스크립트로 만들어진 웹 어플리케이션이다.
물론 이전에 콘파뷸레이터와 같은 데스크탑 기반의 위젯 서비스가 존재하였지만, 맥OS 대시보드와의 차이는 OS안에 포함된 레이아웃 엔진의 활용여부와 위젯을 개발하는 언어가 XML에서 HTML과 CSS로 옮겨지면서 기존의 웹 개발자들을 보다 빠르고 쉽게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위키에 설명되어 있는 대시보드 내용을 통해서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결국 애플도 구글과 마찬가지로 웹OS를 수용하기 위한 준비가 완료 되어 있는 상태이고, 이미 아이폰을 통해서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하지만 구글과 다른 점은 구글만큼 적극적으로 핵심 기술과 소스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폐쇄형 PC통신 서비스가 개방형 웹의 시대에서 그 수명을 다한 것처럼, 구글의 개방 정책은 분명 IT 생태계를 크게 변화 시킬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구글의 전략을 분석해 보면 크롬 OS의 공개는 그 시작에 불과하다. 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구글이 HTML5에 대해서 올인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HTML5 스펙에서는 멀티미디어 코덱들에 대한 표준이 완성되어 있고, 그동안 웹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어플리케이션 레벨의 서비스 제작들이 가능해졌다. 최근에 발표한 구글 웨이브의 경우 그 가능성을 충분히 경험해 볼 수 있다.
이미 구글도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서 IE와 파이어폭스와의 경쟁이 쉽지 않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HTML5와 크롬 OS의 조합이 이루어질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기존 HTML4로 이루어진 인터넷 사이트들을 100% 수용하면서 크롬 OS에서만 동작하는 새로운 웹 어플리케이션들이 대거 등장하게 되면 기존 브라우저와의 경쟁에서도 가능성을 찾게 될 것이다.
물론 사파리와 파이어폭스도 빠르게 HTML5를 수용하고 있지만(현 시점에서 HTML5를 기능을 가장 많이 수용하고 있는 브라우저는 사파리다) OS와 한 몸이 된 브라우저의 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XP 위에서 동작하는 브라우저들과 비교할 때 보다 더 최적화되고 안정화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이미 브라우저는 그 한계를 넘어서서 OS의 상당한 영역을 자신의 영역으로 바꾸어가고 있다. 안드로이드, 크롬 브라우저, 크롬 OS, HTML5 등 구글의 전략은 확실히 계획성과 일관성이 있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다. 특히 애플과 더불어서 유일하게 단말기-OS-브라우저-웹서비스까지 수직계열화 전략에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구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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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는 웹서비스를 제외하고는 애플이 앞서있는 상태지만 구글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료 배포와 소스 공개에 있기 때문에, 사용자와 개발자의 확보가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성공의 가능성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물론 시장에서 구글의 이런 전략들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분명히 인터넷 생태계를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의 시점에서 티맥스 윈도의 경우 거시적인 안목과 전략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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