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 vs MS의 RIA 게임 '3라운드'

MS, 실버라이트3 공식 발표…어도비는 모바일과 디지털홈 시장 공략 박차

일반입력 :2009/07/13 18:38    수정: 2009/07/13 18:50

황치규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실버라이트3를 선보이면서 RIA(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MS와 어도비시스템즈간 대권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MS는 실버라이트3를 통해 PC시장에서 어도비를 상대로한 추격전에 승부를 걸었고 어도비는 데스크톱을 넘어 MS의 힘이 아직 세게 미치지 않은 모바일과 디지털홈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어도비는 MS가 PC쪽을 치고들어오는 사이, 디지털홈을 장악해 격차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MS, 데스크톱 시장 공략 급물살

RIA는 웹에서도 데스크톱 환경과 견줄만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기술로 '플래시'로 유명한 어도비가 시장을 주도해오다 MS가 2007년 9월 '실버라이트1'을 발표하면서 경쟁체제로 재편됐다.

그러나 실버라이트는 PC에 깔린 플레이어 보급률이 낮다보니 플래시와 경쟁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기업들은 99%의 PC에 깔린 어도비 플래시 기반 애플리케이션 도입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MS는 이제 반전의 기회가 왔다고 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씨넷뉴스에 따르면 MS는 내년까지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기기중 절반 가량에 실버라이트가 탑재될 것으로 전망했다. 어도비와 비교하면 한참 밀리는 보급률이지만 MS는 이정도 수치면 실버라이트가 '플래시 대항마'란 인지도를 확보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자신했다.

MS는 실버라이트3는 어도비 플래시와의 차별화 요소도 많이 갖췄다는 입장이다. 더 이상 어도비를 따라가기만 하는 RIA 플랫폼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MS 본사에서 개발자&플랫폼 에반젤리스트 그룹을 이끄는 아부 하드바는 "실버라이트3는 대규모 웹비디오 콘텐츠를 스트리밍하는 업체와 SW개발자 모두에게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몇가지 기능을 제공한다"면서 스무드 스트리밍과 아웃오브 브라우저 기능을 예로 들었다.

스무드 스트리밍은 1080픽셀(px) 이상의 풀 HD 고화질 영상과 음질을 끊김 없이 지원하며 아웃오브브라우저는 브라우저 밖 데스크톱 환경에서도 인터넷 접속 없이 실버라이트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는 기능이다.

특히 아웃오브브라우저는 브라우저밖에서 웹애플리케이션을 돌릴 수 있게 하는 어도비 에어(AIR)와는 다르다는게 MS 설명. MS 사용자 경험 플랫폼 전략 및 툴 기술 총괄 포레스트 키 전무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웃오브 브라우저 기능은 데스크톱에 별도 클라이언트를 깔지 않고도 웹애플리케이션 플러그인을 돌릴 수 있다"면서 "고객 입장에선 실버라이트를 선택해 누르기만 하면 설치되기 때문에 AIR보다 간단하고 단순하게 구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버라이트3는 H.264 코덱을 지원해 영상 품질이 우수하며 개발자 생산성에서도 어도비를 능가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정설은 아니지만 개발자 세계에선 MS 제품은 세번째 버전부터 쓸만하다는 얘기가 있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건너뛰고 세번째 버전이 나오면 쓰기 시작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를 적용하면 MS 실버라이트3는 지켜볼만한 버전이란 평가가 많다. 버전3부터 그럭저럭 팔린다는 말이 먹혀들 경우 RIA 최강 어도비를 상대로한 MS의 추격전은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씨넷뉴스에 따르면 MS의 아부 하드바는 "2000년에 썬이 사라질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느냐"면서 "어도비도 10년후에 지금같은 형태로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는 도발적인 수사학을 구사해 눈길을 끌었다.

모바일과 디지털홈 선점을 노리는 어도비

MS의 거센 추격에 직면한 어도비는 최근들어 모바일과 IPTV 등 PC를 넘어선 플랫폼을 부쩍 강조하는 모습이다.

어도비는 최근 디지털 가전에 최적화된 어도비 플래시 플랫폼을 내놓고 디지털홈 분야에서 플래시 확산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는 거실에 있는 TV, 넷북, 스마트 폰 등 다양한 환경에서 언제 어디서나 위젯, 게임, 온라인교육, 동영상과 뉴스 등을 풍부한 콘텐츠로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어도비의 청사진은 구체적인 행동 단계로 들어섰다. 어도비에 따르면 플래시 플랫폼이 탑재된 가전제품은 지난 6월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기업(OEM) 이나 시스템반도체 (SoC) 제품에 탑재돼 상용화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

어도비, 브로드컴, 인텔은 6월초 인텔 아톰 프로세서에 기반해 고화질(HD) 플래시 비디오를 전송하는 넷북과 넷톱용 플랫폼 개발에 들어갔다. 제품이 출시되면 사용자들은 고성능 하드웨어가 아닌 넷북 또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비교적 낮은 사양의 디지털 기기로도 고화질 엔터테인먼트 동영상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어도비는 설명했다.

플래시가 장착된 가전기기는 올 하반기 또는 내년초 구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어도비는 "향후 3년간 플래시 플랫폼이 탑재된 디지털홈 가전기기는 TV, 셋톱박스,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의 형태로 4억2천만대 가량 출하될 것이다"고 전했다.

스마트폰에서도 어도비의 움직임은 빨빠르다.  대만 업체 HTC는 최근 어도비 플래시 플랫폼에 기반한 구글 안드로이드폰 '히어로'를 출시했다. 히어로는 인터넷에 있는 플래시 콘텐츠는 물론 유튜브 동영상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주식상황표를 확인하는 정교한 기능도 플래시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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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는 상대적으로 모바일과 디지털홈 분야는 소극적이다. 구체적인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PC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 노키아를 통해 심비안OS에서 실버라이트를 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는 MS도 모바일과 관련한 공격적인 카드를 뽑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MS는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와 윈도 모바일 OS용 휴대폰 SW를 테스트하고 있다. 이번 가을에 열릴 PDC(프로페셔널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구체적인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