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에 굴욕 당한 보안업계의 이중성

일반입력 :2009/07/09 15:39    수정: 2009/07/09 15:49

김태정 기자

사이버 대란이 전국을 뒤덮은 가운데 보안업체들 간 기싸움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무료백신 공방으로 앙숙이 된 안철수연구소(안랩)와 이스트소프트가 이번에도 민망한 장면을 연출했다.

안랩은 9일 기자들에게 돌린 자료에서 “이번 DDoS 공격에 이용되는 악성코드를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은 V3가 세계서 유일하다”고 도발적 주장을 내놨다.

안랩 뿐 아니라 이스트소프트, 하우리, 에스지어드밴텍 등 여러 보안업체들이 7일 이후 무료로 보안 패치를 풀어왔다. 안랩의 이번 주장은 이 기업들을 평가 절하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랩은 “국가적 사이버 대란이 있을 때 마다 앞장서 대책을 제시해 온 안랩이 이번에도 나섰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스트소프트가 발끈했다. 이스트소프트는 “보안업체들이 동일한 악성코드 샘플을 관련기관에서 제공받았기에 V3만 대응할 수 있다는 안랩 주장은 거짓말이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안랩은 다시 “자체 테스트 결과 분명 V3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했다”며 “보도자료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안랩과 이스트소프트 모두 지난 8일 DDoS 공격으로 홈페이지가 다운됐다는 것. 보안업체로서는 면이 서지 않는 사건이다.

이를 틈타 다른 보안 업체들은 “안랩과 이스트소프트는 홈페이지가 먹통이니 우리에게서 보안패치를 다운받아야 한다”는 식의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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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이전투구’ 양상에 대해 누리꾼들은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국가 피해가 막대한 가운데 업계가 협조하기는커녕 마케팅에만 불을 켰다는 비판 여론이다. 피해 예방에 있어서 누리꾼들의 혼란만 더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전문가들은 “실시간 감시 기능 켜두기와 업데이트 등 일반적 실천 방안을 엄수해야 할 것”이라며 “보안패치는 마케팅과 상관없이 되도록 다양하게 돌려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