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한국서도 메인프레임 부활한다"…Really?

일반입력 :2009/06/02 17:26    수정: 2009/06/02 17:28

황치규 기자

한국IBM이 또 다시 '메인프레임의 부활'을 화두로 꺼내들었다. 몇년째,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레퍼토리다.

핵심은 메인프레임이 유닉스에 비해 투자대비효과(ROI)가 뛰어난 만큼, 고객들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이 될 것이란 얘기다. '구시대의 유물'이란 세간의 인식을 뒤집는 공격적인 메시지다.

이같은 메시지는 국내에선 다소 공허한 메아리로 들렸다. 약발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오히려 메인프레임 고객수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장면이 연출됐다.

한국IBM에 따르면 자사 메인프레임 고객수는 35개다. 2003년의 절반밖에 안되는 수치다. 일각에선 유닉스에 내줄때는 다 내줬다는 의견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머지않아 20여개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한국HP는 IBM 메인프레임을 자사 유닉스로 전환시키기 위한 공세를 멈출 의사가 없다.

그런데도 한국IBM은 계속해서 '메인프레임의 부활'을 부르짖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명분은 세계 시장 흐름이다.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메인프레임 생태계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메인프레임이 다소 수세에 몰리는 국내 상황은 세계 흐름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메인프레임의 부활'이란 슬로건은 현실을 담고 있다는게 IBM 주장이다.

IBM은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54개의 메인프레임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 올해의 경우 1분기에만 40개의 신규 고객을 만들었다. HP와 썬을 함께쓰는 고객 34개, HP 고객 5개, 썬 고객 1개를 메인프레임 진영으로 끌어들였다.

IBM은 지난달말 HP와 썬 유닉스 고객들이 메인프레임으로 바꿀 경우 마이그레이션 서비스와 금융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꺼내들었다. HP나 썬 고객이 Z10 엔터프라이즈 또는 비즈니스 클래스 메인프레임으로 업그레이드할 경우 IBM 마이그레이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받게 된다.

최근 메인프레임 생태계의 성장을 보면 리눅스가 선봉장이다. 지난해 확보한 메인프레임 신규 고객중 40% 이상이 리눅스 기반 시스템z를 도입했다. 리눅스 메인프레임 밉스(MIPS: 용량을 의미)도 77%나 늘었다. 전세계적으로 1,300개 고객이 시스템z에 리눅스를 올려쓰고 있다고 한다.

결과만 놓고보면 IBM의 메인프레임 부활론은 설득력이 있다. 그럴듯한 숫자가 뒤를 받쳐주고 있다.

관건은 역시 국내 시장이다. 밉스는 증가하고 있지만 고객수는 답보상태다. 밉스 증가만으로 메인프레임의 부활을 노래하기에는 어딘가 민망하다.

한국IBM은 몇년전부터 HP나 썬 유닉스 고객을 메인프레임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메인프레임을 안쓰던 고객을 영입할 경우 메인프레임 생태계가 커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까지 결과는 '불발탄'이었다. '메인프레임의 부활'은 한국HP가 던진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란 아젠다를 뒤집기에는 힘에부쳐 보였다. 

한국IBM은 기자간담회를 열때마다 "조만간 신규 메인프레임 고객을 확보할 것"이라고 운을 띄웠지만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IBM 메인프레임을 쓰던 일부 고객들이 HP 유닉스로 돌아서는 장면을 지켜볼 뿐이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IBM은 지난달말 기자간담회를 열고 '메인프레임의 부활'을 다시 한번 노래했다. 예전부터 들어왔던 메시지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메인프레임은 ROI가 뛰어난 미래지향적인 플랫폼이란 내용이 강조됐다. 예상대로(?) 머지않아 신규 고객을 확보할 것이란 청사진도 공개됐다.

한국IBM은 최근 메인프레임 사업 조직도 개편했다. 이에 따라 IBM 본사 시스템테크놀로지그룹(STG)에서 시스템 영업 경험이 풍부한 김석열 상무가 한국IBM 메인프레임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김석열 상무는 메인프레임 신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것과 관련 "외국은 CIO들이 보수적이지만 국내는 위험을 떠안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한번에 진행하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메인프레임을 쓸만한 규모를 갖춘 기업수가 적다는 것도 이유로 내세웠다. 메인프레임 생태계 확산에 있어 한국IBM이 처한 상황은 해외에 비해 열악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신규 메인프레임 고객 확보에 전력을 전진배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한국IBM은 되든안되든 한국HP나 오라클로 넘어갈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유닉스 서버 고객들을 메인프레임으로 전환시키는 작전에 적지 않은 물량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시장에선 한국IBM이 일부 HP 유닉스 고객을 목표로 정하고 윈백(Win-back) 작전에 돌입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천하의 IBM이 사생결단의 각오로 뛰어드는 만큼 한국HP도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유닉스 고객이 메인프레임으로 넘어갈 경우 한국HP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이다.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란 아젠다에 힘이 빠질 수 있다.

관련기사

한국IBM이 추진하는 메인프레임 신규 확보 작전은 서버 시장의 거대한 이해 관계와 맞물려 있다. 한국IBM과 한국HP로 대표되는 두 거함간 주도권 쟁탈전을 대변한다. 그런만큼, 물밑싸움은 점점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한국IBM은 올해 '메인프레임의 부활'을 당당하게 외칠 수 있을까?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