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한국IBM과 한국HP간 메인프레임 논쟁이 올해 들어서도 식을줄을 모른다. 메인프레임의 맹주인 한국IBM은 생태계 확산을 선언하고 나섰고 유닉스를 앞세운 한국HP는 계속해서 '메인프레임의 종말'을 외치고 있다.
결과만 놓고보면 지금까지는 한국HP가 던진 메시지가 그런대로 먹혀들었다. 2003년 70여개에 달했던게 IBM 메인프레임 고객수는 지금 30여개로 줄었다. '한물갔다'는 경쟁사들의 논리가 "메인프레임은 진화하고 있다"고 외친 IBM보다 호소력을 발휘했다.
유닉스는 진영은 특히 비용 절감 측면에서 우세를 보였다. 한국IBM은 메인프레임이 총소유비용(TCO)에서 유리하다고 맞불을 놨지만 불길을 거꾸로 돌리지는 못한 모습이다.
한국HP 관계자는 "비용 효율성을 추구하는 리호스팅이나 리스트럭처링의 경우 다운사이징 프로젝트 비용은 약 2년간의 메인프레임 증설과 유지보수 비용을 합친 정도며 프로젝트 기간도 10개월 정도밖에 안된다"면서 "여기에다 리스 방식으로 비용을 지불하면 대규모 자금 없이도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국IBM 입장에서 보면 올해도 주도권을 내줄 경우 '메인프레임 회의론'을 뒤집기는 더욱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IBM에 따르면 자사 메인프레임 고객수는 35개다. 2003년의 절반밖에 안되는 수치다. 일각에선 유닉스에 내줄때는 다 내줬다는 의견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머지않아 20여개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HP가 1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IBM 메인프레임 고객중 9개 기업이 다운사이징을 결정했다.
대구은행, 부산은행, 수협(은행), 동부화재, 우리아비바생명, 철도공사, 국회도서관, 현대자동차, 하이닉스반도체가 다운사이징쪽으로 방향을 튼 기업들이다.
이렇게되면 IBM 메인프레임 고객수는 26개로 축소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HP는 "IBM 메인프레임을 쓰는 다른 6개 고객도 다운사이징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면서 2010년께 메인프레임 고객수는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다운사이징을 하는 기업들은 메인프레임 대신 IBM이나 HP 유닉스, 기타 다른 플랫폼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 IBM 유닉스를 도입한다면 그래도 다행이지만 메인프레임 생태계가 축소된다는 점에서 IBM으로선 어찌됐든 부담이 있게 마련이다.
IBM은 본사 차원에서 메인프레임 생태계 확산 프로젝트에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유닉스를 쓰는 고객을 메인프레임으로 바꾸는 것에도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11월 방한했던 IBM의 캐롤 스태포드 시스템z 담당 부사장은 "전세계적으로 많은 고객들이 HP-UX에서 벗어나 리눅스 기반 메인프레임으로 통합하려 하고 있다"면서 "메인프레임은 IBM 유닉스 시스템p나 HP, 썬 플랫폼과 비교했을때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10년전만 해도 전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돌아섰지만 지금은 다시 메인프레임으로 다시 복귀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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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 유닉스에서 메인프레임으로 넘어온 사례는 없다. 한국IBM은 2년전부터 메인프레임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으나 구체적인 성과물은 보여주지 못했다. 유닉스가 분위기를 탄 상황에서 판을 바꾸기가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한국IBM은 올해에는 뭔가 보여줄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으나 '빅뉴스'는 아직 들려오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한국IBM 관계자는 "HP 유닉스 고객을 메인프레임으로 바꾸기 위해 계속해서 얘기를 진행중이다"는 선에서 언급을 마쳤다. 그러나 그는 "국내 고객들 사이에서 메인프레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고 세계적으로도 메인프레임은 성장하고 있는 만큼, 국내서도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HP와의 힘겨루기는 계속해나갈 것임을 분명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