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근래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애플과 구글이다.
애플은 아이폰의 빅히트으로 말미암아 일개 컴퓨터 업체에서 이동통신 시장의 총아로 떠올랐고,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를 통해 초대박 닷컴기업에서 모바일 업체로 발을 넓히고 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양사의 대결 구도에서 애플이 먼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은 사실이다.
아이폰으로 한발 앞서 스마트폰의 미래를 제시했고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그러나 다양성과 유연함을 내세운 구글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의 대결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인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MS와 RIM도 행보도 변수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막 열리기 시작했으며, 경쟁이 치열한 만큼 쉽사리 그 향방을 가늠키 어렵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을 면밀히 살펴본다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미래를 예측하기도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 1980년대 PC 시장이 주는 교훈
먼저 전제할 것 하나가 있다. 스마트폰은 전화기라기보다 전화도 가능한 PC라는 개념이다. 실제로 아이폰의 경우 10년 전 데스크톱 PC 못지않은 성능을 지니고 있다. 즉, 전화기의 역사보다는 PC의 과거사를 살펴보는 것이 미래의 스마트폰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 이제 '스마트폰 = 작은 PC'라는 개념을 탑재했으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가 보자. 1981년에 힌트가 있다.
1981년, 애플은 월 스트리트 저널에 위와 같은 대담한 광고를 내걸었다. PC 시장에 뛰어든 IBM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제목의 이 광고는 거대 공룡 기업인 IBM이라 할지라도 PC 시장에서는 애플의 아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담겨있다. 그러나 애플의 예상과 달리 시장은 IBM의 손을 들어줬다.
APPLEⅡ의 성공으로 자만심에 빠진 애플은 폐쇄형 시스템인 매킨토시로 IBM PC와 경쟁을 벌였다. 매킨토시는 오직 애플에서만 만들고 운영체제도 애플이 제작한 Mac OS만 사용할 수 있었다. 드라이버 역시 마찬가지다. 오직 애플리케이션과 주변기기 영역만 서드파티 업체의 참여를 허용했고, 지금도 그렇다.
매킨토시는 혁신적인 GUI 운영체제와 당대 최신 기술을 적용한 멋지고 세련된 PC였지만, 너무 비쌌고 다양하지 못했으며 아군이 없었다. 애플은 매킨토시로부터 얻은 이익을 독점했으며 업계의 참여와 상생을 외면했다.
반면, IBM은 고성능 16비트 PC라는 점 외에 오픈 아키텍처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양한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를 지니고 있어 서드파티 업체들의 환영을 받았다.
시스템을 개방한 덕분에 컴팩, 휴렛팩커드는 물론 대만, 일본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업체들이 IBM 호환 PC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이를 계기로 일개 벤처 기업에 불과했던 MS도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업계의 폭넓은 지지와 상생의 관계가 IBM 호환 PC를 성공시킨 것이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80년대의 PC 역사이다. 시장은 독점보다 개방의 손을 들어줬다.
■ 스마트폰은 전화기가 아닌 손 안의 PC
다시 시간을 현재로 돌려보자.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걸출한 단말기를 내놓았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선보인 이래, 1년 동안 2천만 대의 아이폰이 팔렸고 애플은 아이폰을 통해 220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아이폰은 초기 매킨토시만큼이나 혁신적이고 매력적이다. 핑거 터치 스크린에 강력한 기능, 세련된 디자인 그리고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갖췄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폰은 애플에서만 만들며 독점적이다. 애플이 자랑하는 iTMS와 App Store도 아이폰만을 위한 서비스다. 이동통신사도 애플의 입맛에 맞춰야 아이폰을 공급받을 수 있다.
아이폰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지만 애플을 제외한 다수 이동통신 관련 업체들은 아이폰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너무 다르고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아이폰 주변기기 및 액세서리를 만드는 서드파티 업체들이 아이폰에 열광할 뿐이다.
이에 반해 구글은 독자적인 구글폰을 만드는 대신 안드로이드 OS를 내놓았다. 오픈소스 기반의 안드로이드 OS는 오픈 아키텍처까지는 아니지만 개방 지향적 플랫폼이다. 구글이 내거는 조건만 따른다면 어떤 단말기 제조업체, 이동통신사든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만들어 팔 수 있다. 애플 App Store에 견주는 안드로이드 오픈 마켓도 진행하고 있다.
올들어 안드로이드 플랫폼 개발을 주도하는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OHA) 가입 업체도 47개 사로 늘어났다. OHA에는 노키아와 애플을 제외한 글로벌 제조사와 이통사, 칩셋 메이커, 모바일 솔루션 업체가 두루 참여하고 있다. 국내 삼성과 LG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대만 HTC가 만들고 T-Mobile에서 출시한 최초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G1도 100만 대 이상 팔렸다. 올해 5월에는 두 번째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인 HTC 매직이 보다폰을 통해 독일,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시장에 출시한다. 삼성 역시 오는 6월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I7500 스마트폰을 유럽시장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소식들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 개방과 상생을 내세운 구글 안드로이드의 저력
자, 이제 감이 오시는가?
80년대 PC 시장과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은 공통점이 있다. 아래 공식을 살펴보자.
-80년대 매킨토시 = 현재 아이폰 = 폐쇄, 독점
-80년대 IBM 호환 PC = 현재 안드로이드 = 개방, 상생
80년대 PC 시장의 승자는 IBM이었다. 역사적 교훈을 바탕으로 한 이 공식대로라면 2010년대 스마트폰 시장의 승자는 아이폰이 아닌 안드로이드가 될 것이다. 게다가 영리한 구글은 80년대 IBM이 아닌 90년대 MS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구글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그것도 모바일 운영체제를 내놓았다. MS가 그랬던 것처럼 개방형 플랫폼 시장에서 운영체제를 장악,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 구글의 야심이다.
출발 역시 좋아 보인다. 당장은 아이폰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지만 안드로이드도 착실히 주변을 다지고 있다. 물론, 구글의 이러한 전략은 실패로 끝날 수 있다.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가 주력 사업인 MS와 달리 구글은 검색을 근간으로 하는 닷컴 기업이며 안드로이드를 통해 사업 영역의 확장을 꾀하는 것일 뿐 모바일이 주력 사업은 아니다.
게다가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 해 전 세계 휴대폰 출하량은 15억 대에 이르며, 그 중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그리고 MS와 노키아, RIM이 스마트폰 시장의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섣불리 누구의 우세를 논한 단계가 아니다.
더구나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경우 스마트폰의 점유율은 1%도 되지 않는다. 세계적 추세와 동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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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마트폰은 IT 업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이며, 포스트 PC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시장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전 세계인의 손에 들려진 휴대폰이라는 플랫폼을 장악하는 이가 곧 미래 IT 산업의 승자가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것이 구글이 됐든, 애플이 됐든 소비자 입장에서는 즐거운 선택의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PC와 인터넷 발전이 인류가 지닌 기술 문명의 초점을 바꾸어 놓았듯이 휴대폰과 무선 네트워크의 발달이 미래 인류의 생활을 다시 한 번 바꿔 놓을 것이다. 우리는 그 역사의 현장 한가운데 서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