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010 강제통합' 연말 추진?

방통위, 010 가입자 비중 80%되는 연말께 번호통합 검토 중

일반입력 :2009/04/23 09:23    수정: 2009/04/23 10:19

이설영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010 강제통합정책'과 관련해 모 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 통신자원정책과 관계자는 "지난 3월에 번호통합정책에 관해 연구기관에 용역을 맡겨놓은 상태"라며 "올 연말쯤이 되면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정보통신부는 010 통합정책을 추진하면서 '010 가입자가 전체 80% 이상이 되는 시점에 전문기관 연구 및 이용자 의견수렴 등을 거쳐 번호통합 방안을 검토한다'고 정책 추진 방향을 밝혔다.

연구용역은 정책시행 당시 이미 계획돼 있던 것으로, 현재 약 72% 정도인 010 가입자는 연말께 8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연구용역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 010 강제통합정책이 대대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010 번호통합정책'은 지난 2004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새로 이동통신서비스 가입할 경우 식별번호로 무조건 '010'만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지금은 가입자의 의지에 따라 식별번호를 바꿀 수 있지만, 만약 010 강제통합정책이 시행되면 기존의 011,016,017,018,019 등의 번호는 사용할 수 없다.

문제는 현재까지 기존의 011, 016, 017, 018, 019를 사용 중인 일부 가입자들이 '010' 번호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번호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 중 일부가 돼 버린 데다가, 번호가 변경될 경우 업무 등 공적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이들은 "아무리 정부 정책이라고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개인의 불이익에 대해서 국가가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제통합? 아직 결정 안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른바 '010 강제통합'의 경우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방통위 번호자원정책과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고, 아직 연구 중에 있다"면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로서도 일반 국민층에서 반감이 큰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기존 번호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단말의 폭이 매우 좁다는 점이다.

그나마 가장 나은 SK텔레콤이 올해 출시 모델 중 약 30% 정도가 2G용이다. SK텔레콤은 현재 전체 고객의 약 58%가 2G 이용자인 만큼 이들에 대한 배려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G 자체가 경쟁력있는 네트워크이고 이를 선호하는 층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면서 "다만 네트워크 진화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듀얼네트워크'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010 강제통합정책'에 대해서 "방통위가 현재까지 명확하게 입장을 밝힌게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인위적인 정책보다는) 점진적으로 자연스럽게 (번호통합이) 이뤄지는 게 맞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010 번호 통합 '왜 하나'

010 번호통합으로 인해 초래되는 문제들은 과거 PCS 사업자 선정 당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다른 나라와 다르게 정보통신부는 사업자별로 다른 식별번호를 부여했던 것. 이에 따라 이동통신에 사용되는 식별번호가 011,016,017,018,019 등 무려 5개에 이르렀다.

이후 신규서비스에 대한 예비번호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방통위 통신자원정책과 관계자는 "010 통합정책은 전기통신 번호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시행된 것"이라며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예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결국 당초 정부가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해서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번호통합 정책 시행의 두번째 이유는 당시 SK텔레콤이 '스피드011'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번호를 브랜드화 하면서 공정경쟁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SK텔레콤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이 정책이 시행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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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09년3월말 현재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50.5%로 전체 가입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책의 실효성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앞으로 어떤 서비스가 나올 지 모르지만 예비자원은 필요하다"면서 "번호의 브랜드화의 경우 번호이동성제도 등으로 많이 희석됐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