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사인패드, 태블릿시장 개척에 첨병역 할 것"

일반입력 :2009/04/16 17:07    수정: 2009/04/16 17:13

류준영 기자

전세계 시장점유율 100%와 1%.

마우스와 펜 태블릿의 위치가 이렇게 극명하게 갈린다. 왜일까? 선점 효과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사람이 마우스를 가장 먼저 접하는 때는 언제인가? 조금 억지를 보태면 태어나서 1년만인 돌잔치 돌잡이일 듯싶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겐 아직 99%의 시장이 남아있다.”라며 독한 역설을 펼치는 사람이 있다. 바로 태블릿 전문 기업인 와콤의 서석건 사장이다.

서사장의 인맥리스트는 연예인매니저 뺨치듯 화려하다. 요즘 잘나가는 사진작가나 인터넷만화작가, 애니메이션 제작자 및 감독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수첩에 빼곡하다. 모두 이 회사의 전문가용 펜 태블릿을 애용하는 클라이언트이자 검증관인 셈이다.

와콤의 태블릿이 한국에서 본격 시판된 것은 10년 전부터다. 하지만 지사를 설립하고 직접판매에 뛰어든 것은 5년에 불가하다.

서사장의 올해 숙제는 태블릿의 범용화다. 그래서 고민했단다. “마우스와 똑같은 입력장치인데 왜 안 쓸까?” IT와 근접한 일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물었단다 “펜 태블릿 써봤니?” 돌아오는 대답에 서사장의 가슴은 조여온다. “그게 뭔데”

IT종사자 중에도 펜 태블릿에 대해 단지 그림을 그리는 입력장치로만 보는 사람이 많았단다.

펜 태블릿, 학교 간다

“어릴 때부터 몸에 익어야 되요. 요즘 초등학교에선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을 가르칠 정도로 PC 다루는 수준이 어른 못지 않거든요”

서사장의 첫 번째 전략은 제품을 최대한 어릴 때부터 직접 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 키보드만큼 편한 입력기기란 생각을 안겨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각 교실엔 액정 태블릿이 포함된 전자교탁을 팔고, 컴퓨터실엔 초등학생들에게 적합한 펜 태블릿 기증행사를 작년부터 펼치고 있다. 도봉상고, 충암중학교, 충암초등학교, 진관초등학교, 파주 탄현초등학교, 경희여자중학교 등 각 학교별로 40대~80대의 펜 태블릿을 기증하고 설치를 완료했다.

“지금은 서울, 경기, 강원도 지역에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행사를 벌이고 있어요. 근래 e러닝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펜 태블릿을 통해 한자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죠. 뿐만 아니라 인터넷게임도 즐기고, 자신의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그림을 그려 넣고, 때론 약도를 그려서 메신저로 전달하는 등 학생들이 펜 태블릿의 활용을 여러 방면에 창의적으로 쓰고 있어요”

학부모들에겐 아이들의 건강 측면을 강조하면 통한단다. “손목터널 증후군의 예방을 위해 태블릿을 써야 옳다고 강조하면 대부분 학부모들이 고개를 끄덕이죠”

문제는 태블릿의 가격이다. “요즘엔 마우스를 5,000원에도 구매할 수 있잖아요. 저희도 보급형 태블릿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앞으로 더 가격저항선을 내려야 할 것 같아요”

PC 운영체제(OS)의 변화가 또다른 기회를 안겨줄 것으로 서사장은 기대했다. “제품을 팔기 위해선 어떤 특정한 사건이나 계기가 필요한 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OS 버전을 보면 마우스만으로 100% 활용하기 힘든 OS가 나올 것으로 봐요.”

■“전자사인패드, 새로운 돌파구 마련할 것”

이 회사가 올해 새롭게 선보인 장치는 태블릿 기반의 ‘전자사인패드’다.

일반 식당이나 주점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위해 사인을 하는 소형 액정 태블릿과 같은 모양이지만 사인하는 사람의 필압을 측정해 실제 본인의 사인이 맞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선 부산 메리놀병원에 이달 최초 설치했다. 페이퍼리스를 통한 디지털의료시스템의 연장선 상에 부합한 제품으로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받는 용도로 쓰인다. 필압을 통한 본인의 서명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동의서를 둘러싼 법적 분쟁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단다.

“우리 생활 주변에선 아직까지 민감하고 중요한 거래엔 인감증명을 사용하고 있지만, 전자사인이 법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전자사인패드가 좀더 확산될 거에요. 전자인증에 관한 법률이 아직 통과되진 못했지만 해외시장의 분위기나 기술발전도를 견줘 보면 조만간 시행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서사장의 말에 따르면 해외시장에선 전자사인패드가 대중화되고 있단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그룹인 ING의 경우 보험판매원이 현장에서 계약을 맺을 때 문서대신 전자사인패드를 통해 사인을 받는다고 한다. 이는 보험사기 및 보험분쟁을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군대에선 보안지역을 통과할 때 지문이나 홍채 인식기 대신으로 활용하고 있단다. 오류가 적어서다.

전자사인패드는 보안이나 신뢰 수준에 따라 오차범위를 1%~99%까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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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콤은 특정 펜 태블릿의 범용화에 기를 쓰고 덤벼들기 보단 생활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태블릿 개발과 공급에 더 힘쓸 계획이다.

“태블릿 시장은 성장기 초입 단계지만 제품은 이미 기술정점을 찍었다고 봐요. 필압의 경우 가장 높은 단계인 2048 레벨까지 도달했거든요. 앞으론 손가락과 펜을 동시에 쓸 수 있는 멀티입력 방식의 제품으로 발전해 갈 거에요.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태블릿이 범용화를 더 앞당길 수 있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