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와 이혼한 카메라의 ‘홀로서기’

일반입력 :2009/02/26 09:22    수정: 2009/02/26 14:20

류준영 기자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가 PC의 품을 뛰쳐나와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

촬영 후 PC로 사진과 영상 원본을 옮겨온 후 포토샵이나 프리미어 등의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을 통해 후보정 작업을 거쳐야 했던 번거로움을 건너뛰어, 자체 내장된 편집프로그램만으로 PC에서 편집한 듯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신제품의 출시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

이를 위해 사진이나 영상의 흔들림을 손으로 움켜쥐듯 꽉 잡아낸 손떨림 보정기술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과거 ‘얼짱’을 위한 필수아이템인 얼굴인식모드에서 ‘뷰티모드’로 발전된 카메라들의 당당한 사진 왜곡. 역설적이나마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 담을 수 있는 카메라와 캠코더는 올해 소비자들의 외도를 받게 될지 모른다.

‘PC와 결혼하기’보다 비장한 ‘PC와 이혼시키기’를 시도한 광학이미지제품 제조사들의 사연을 지금까지 발표된 제품 중심으로 모아봤다.

■촬영과 편집 ‘모두 한번에’

소니는 올해 캠코더 신제품(모델명: HDR-XR520, HDR-XR500)에 ‘하이라이트 플레이백’이란 기술을 탑재했다. 캠코더 내에서 HD화질 그대로 엔터테인먼트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재생 범위와 편집테마, 배경삽입곡, 셔플 설정을 별도의 편집과정 없이 자체적으로 꾸밀 수 있다. 단, 이는 캠코더로 재생해 볼 때만 감상할 수 있다. 캠코더 내부에서 편집된 영상이미지는 PC나 다른 미디어로 옮길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

아울러 사진을 슬라이드 쇼 형태의 영상을 만들거나 영상에 추가로 글씨나 배경음악 효과를 넣어서 최대 10분 영상을 만들 수 있는 ‘e데코’(eDeco)와 영상을 피사체의 움직임에 따라 파노라마 형태로 펼쳐 볼 수 있는 ‘영상 트래셔’(Movie Tracer) 기능도 올해 신제품에 탑재된 새 기술이다.

올림푸스의 DSLR카메라 신제품(모델명 E-620)은 ‘아트필터’란 기능을 장착해 렌즈에 잡힌 피사체의 모습을 더욱 우아하게 표현해 준다.

이두형 올림푸스 사용자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촬영 전 (아트필터 모드선택)버튼 한번으로 PC에서의 수고스런 편집과정을 따로 거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사진을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중급용 DSLR카메라인 ‘E-30’에서 한 차례 소개된 바 있는 아트필터는 색 재현뿐 아니라 가공된 이미지를 추구하는 사진마니아들을 위해 총 6종의 효과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인물사진에서 주름이나 잡티를 제거한 ‘소프트 포커스’, 흑백사진의 강렬한 대비와 거친 필름의 입자를 그대로 재현해 극적인 느낌을 안겨주는 ‘거친 필름 효과’ 핀홀 카메라로 찍은 사진처럼 주변부를 어둡게 해 신비하고 정감 있는 이미지를 연출하는 ‘토이포토’ 등의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선보인 올림푸스의 디지털카메라 시리즈인 '뮤'와 'SP'는 신개념 인물사진 보정기능인 '뷰티모드'가 지원된다. 이전 디지털카메라에선 얼굴에 초점을 맞추는 수준에서 그쳤다면 이번엔 인물의 눈동자를 더 크고 선명하게, 피부는 뽀얗고 깨끗하게 표현한다는 차이가 있다.

■떨림부터 잡아라…손떨림 보정기술 진일보

이 같은 연출 효과는 다만 사진과 영상의 흔들림이 심하다면 적용하기가 곤란해진다. 그러므로 이번 신제품 라인업엔 공통으로 손떨림 보정 기술이 크게 개선됐다.

소니 캠코더 신제품(HDR-XR520, HDR-XR500)의 손떨림 보정기술은 촬영자도 움직일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종전의 손떨림 보정기술은 ‘피사체만 움직인다’는 가정이 있었단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된 소니의 떨림 보정 기술인 ‘광학식 스테디샷’(액티브 모드)는 보정각이 기존 광학식보다 10배 가까이 증가돼 떨림 보정이 가능한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다시 말해 기존 광학식은 광각과 망원의 떨림 방지 유효 반경이 각기 달랐으나 이번 액티브 모드는 광각의 유효지역을 망원만큼 넓혀 놓았다는 것이다.

산요의 2009년형 풀HD 캠코더 신제품 ‘작티(Xacti)’ 시리즈(VPC-HD2000, VPC-FH1 DHL 4종)은 촬영된 영상을 좀더 세분화된 9개 영역으로 나눠 회전과 흔들림을 각각 보정토록 했다. 더욱 정밀한 떨림 보정이 가능해졌단 얘기다.

관련기사

올림푸스의 올 디지털카메라 시리즈 ‘뮤’와 ‘SP’엔 광학식과 전자식 손떨림 방지기능을 동시에 채용한 듀얼 손떨림 방지기능(듀얼IS:Image Stabilization)를 갖춰 고배율과 어두운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는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두형 팀장은 “듀얼IS 기술은 어두운 장소에서도 떨림 없는 선명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실내 촬영이나 망원 촬영시 안정된 이미지 획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