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황제’ 구글의 한국 공습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내놓는 서비스마다 시장을 주도하는 토종 포털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최근 국내서 밀고 있는 실사 웹지도, 전문 지식, 웹 오피스 등은 분위기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NHN 네이버와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토종 포털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았기 때문. 전황은 사용자 충성도가 막대한 토종 진영에 유리한 양상이다.
■웹지도·지식검색 등 고전
우선, 구글이 지난해 11월 야심차게 국내 출시한 위성 웹지도가 난항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빅히트상품'이지만 국내서는 제 힘을 못 내고 있다. 올해 1월 NHN 네이버와 다음커뮤니케이션 두 1, 2위 포털이 잇따라 항공 웹지도를 내놓으면서 주 무대에서 밀린 모습이다.
브랜드 자체 인지도는 차치하더라도, 해상도 부문에서 구글 웹지도는 네이버와 다음보다 떨어진다. 화면 픽셀 하나 당 실제거리가 1m 정도이니, 50cm 급인 네이버와 다음 지도에 먼저 눈이 가는 것이 사실. 물론, 연계 서비스 등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이 상태로는 경쟁이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구글이 웹지도와 같은 시기에 국내 출시한 전문지식 플랫폼 ‘놀(Knol)’ 역시 시장 안착이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네이버가 강화하고 있는 전문가 지식 검색과 정면으로 붙게 됐다.
놀은 경제, 과학, 문화 등 분야에서 자신이 전문가라 생각하는 이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는 서비스. 여러 명이 한 주제를 두고 공동 작성을 하는 것도 가능하며, 저작권도 인정받는다. 미국에서는 위키피디아를 잡을 서비스로 지목되기도 했다.
구글코리아 노정석 프로덕트 매니저는 “국내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성, 깊은 지식들을 풍성하게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구글의 인지도가 워낙 낮은 만큼 네이버 전문 지식과 경쟁이 힘든 상황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의사 답변 서비스’를 야심차게 내놓았고, 법률이나 경영 등 다른 전문 분야로 서비스 범위를 늘려갈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 서비스를 과거 ‘지식IN’급의 성공 케이스로 만들겠다며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NHN 최인혁 포털서비스관리센터장은 “향후 각 분야별 참여자를 확대하고 전문기관과 제휴를 통해 믿을 수 있는 우수 콘텐츠를 늘려갈 것”이라고 전했다.
구글의 웹오피스 ‘구글독스’의 앞도 네이버가 막아서려 한다. 구글은 그간 한국어 번역 수준이었던 구글독스를 올해 제대로 된 한국판으로 만들어 내놓을 계획인데, 네이버 역시 올해 ‘네이버 오피스’를 준비 중이다. 네이버는 2006년부터 한글과컴퓨터의 자회사 한컴씽크프리와 제휴를 맺고 오피스 기술을 연마해왔다.
■“새로운 차별점 더 필요”
2009년 초 현재 코리안클릭 등에 따르면 구글의 국내 월 페이지뷰는 4억만건 대 정도로 수십억건을 넘나드는 선두 업체들과 비교가 힘들다. 지난해 연 성장률 42% 정도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점유율은 2% 안팎 수준이다.
구글은 한국 시장 부진에 관한 지적이 나올 때마다 “2009년이면 화제의 서비스들을 도입, 대대적인 반격을 벌일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제는 그 ‘화제의 서비스’를 무력화시키는 토종 포털에 맞설 수 있겠느냐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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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전문가는 “토종 포털들은 국내 시장에 한정됐다는 걸 제외하고는 구글 못지않은 서비스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구글은 한국 누리꾼을 공략한 새로운 차별점을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점은 올해가 구글이 한국에 연구센터를 세운 지 4년째 됐다는 것. 구글은 일본서도 극심한 부진을 겪었으나, 연구센터를 세운 지 4년째 되는 해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렸다. 구글은 이런 현상을 일명 ‘4년의 법칙’이라 부르며, 한국서도 통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