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이동통신사' 출현 가능할까?

[빅뱅! 2009 통신시장]⑦MVNO 제도화 불구, 기존 이통사 견제로 실효성 낮아

일반입력 :2009/02/01 15:13    수정: 2009/02/02 10:12

이장혁 기자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지난 2002년 이동통신사업자(MNO) 간 합병 이후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오지 않고 있으며 이후 지금까지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3개 MNO 사업자를 중심으로 굳어졌다.

현재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 수는 약 4,560만 명에 달하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은 SK텔레콤, KTF, LG텔레콤 순이다.

■방통위···MVNO 도입 '적극 고려'

지난 2003년 이후 이동통신 요금인하의 감소폭이 줄어들고 있으며 2005년부터는 음성통화료의 변화가 거의 없는 상태다. 특히 국내 이동통신 요금이 OECD 평균에 비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OECD 평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계통신비 지출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MVNO)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MVNO 도입은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시켜 소비자의 편익을 제고하고 ▲선발사업자의 지배력 확대를 방지하고 나아가 후발 사업자의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MVNO는 현재 이동통신시장의 기존사업자들이 요금경쟁 보다는 마케팅 경쟁에 치중해 실제 요금인하 효과가 미비하고 고착화된 통신시장에 새로운 사업자를 진입시켜 사업자간 제한적인 요금인하 경쟁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결합판매 등 규제완화로 선발사업자의 지배력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MVNO를 통해 후발사업자에게 통신서비스와 주파수 그리고 통신망을 합리적인 조건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국내 이동통신 재판매 시장 현황

지난 2008년 이동통신 재판매 시장에는 약 20개 정도의 사업자가 활동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체 재판매 사업자 중 KT 재판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재판매사업자들의 실적인 매우 적은 상황이다.

전체 재판매 가입자 수는 대략 340만 명으로 전체 이동통신시장의 8%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KT 재판매 가입자 수는 약 290만 명 정도로 6.6%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제4이동통신 사업자로 진입이 예상되는 사업자는 ▲통신 ▲미디어 ▲금융 ▲자동차 업계 등 다양한 업계의 사업자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사업자는 통신업계의 온세텔레콤, 세종텔레콤, 중소통신사업자연합회를 비롯 미디어업계에 있는 한국케이블텔레콤 등이 유력하다. 이들 사업자는 한국MVNO사업협의회를 구성해 정부의 MVNO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지난 2007년 국내 이동통신 재판매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정통부를 통해 입법예고 후 부처 협의를 통해 개정안이 확정되고 나서 2008년 국회에 제출됐으나 국회 통과가 무산된 경험이 있다. 또 2008년 5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재상정 됐지만 이마저도 정족수 미달로 처리를 하지 못했다.

이후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0일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통신재판매(MVNO)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통신재판매 제도 도입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와 서비스를 지정하고 도매제공의 조건·절차·방법을 고시하며, 90일 이내 협정체결을 의무화하고, 도매제공 시 차별·거부·협정 불이행 등을 사후 규제하도록 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MVNO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최대 쟁점으로 논란이 있었던 '망대가 산정' 부분은 시장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이로써 이동통신망을 도매로 빌려서 사업을 할 수 있는 제4 이동통신 사업자 탄생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됐다.

■당장 MVNO 뛰어들긴 '어려워'

가장 유력한 MVNO 사업자로 거론되던 케이블TV 진영은 현재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고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자세로 돌아섰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MVNO 망 이용대가를 기존 사업자 자율에 맡기기로 방통위가 결정하면서 사실상 제4이통사 출현이 당분간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시장지배력 사업자인 SK텔레콤이 MVNO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은 KTF나 LG텔레콤과는 달리 재판매 실적이 단 한건도 없다. 이같은 이유는 SK텔레콤의 망 사용대가가 높기 때문이라고 별정통신사업자가 밝히고 있다.

한국MVNO협의회는 MVNO 정부안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예비 MVNO사업자 대표자 간담회에서 실제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할 도매대가 수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고, 지배적인 사업자인 SK텔레콤과의 대가 산정 협상은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며 수백 억 원에서 수천 억 원이 소요될 MVNO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 못 박았다.

덧붙여 SK텔레콤이 원하는 현행 개정안대로 정부가 MVNO제도를 도입하면 해외사례를 보듯이 실패할 것이며 그 피해는 요금인하를 바라던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 이라며 국민의 편인 국회에 서민 가계안정을 위해 도매대가 사전규제 도입을 촉구하고 의원입법을 요청 하겠다고 밝혔다.

■이통사들, MVNO '반대는 안 한다?'

한편 SK텔레콤을 포함한 KTF, LG텔레콤은 원칙적으로는 MVNO 정책에 대해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선발 사업자들이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이뤄낸 이동통신망을 후발 사업자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SK텔레콤 CR전략실 하성호 상무는 지난 MVNO 공청회에서 MVNO가 통신시장 경쟁을 활성화시킨다는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특정사업자에게 망임대를 의무화하는 것은 고려해야한다며 도매대가에 대한 사전 규제는 아니지만 사후 규제를 마련한 것은 사업자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시장 경쟁활성화를 위해 도매대가 규제에 있어 리테일마이너스 방식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리테일마이너스 방식이란 소매요금(Retail)에서 마케팅, 유통비용 등 소매에 수반되는 제반비용(Minus)을 제외하고 도매대가를 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정부의 최종안은 사전 도매대가 규제를 하지 않는 대신 별도의 금지규정을 들어 사후 규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는 기존 사업자들이 재판매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사전 도매대가 규제 없이는 MVNO에 참여할 수 없다는 예비사업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장치를 두었다는 의미다.

■MVNO 실시 효과는 ‘과연’

국내 MVNO를 위한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결국 중요한 것은 MVNO가 국민들에게 이익을 제공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미 가계 지출 중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이중 이동통신요금 비중은 유선전화에 비해 대략 2.5배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 2007년 가구당 월평균 통신료 125,700원 중 이동전화 83,500원(66.5%), 유선전화 19,100원(15.1%), 유선인터넷 23,100원(18.4%)

한국MVNO협의회는 MVNO 도입을 통해 통신 요금 인하는 물론 투자 활성화 및 고용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효과적인 MVNO 재판매 도입을 통해 직접적인 통신요금 인하 및 산업적 측면에서 연관산업 활성화와 고용확대 효과도 기대 된다고 밝혔다.

즉 현재 진행하려는 MVNO는 대부분의 설비를 기존사업자에게 의존하는 단순재판매(Service Provider)방식이 아닌 최소한의 설비만 기존사업자의 설비를 이용하고 나머지 부분은 독자적으로 구축해 기존 사업자 수준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완전MVNO(Full MVNO)방식이기 때문에 MVNO 사업자가 단말 부품이나 제조, 콘텐츠 개발 및 투자를 통해 IT산업 진흥 및 관련 업종의 고용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MVNO와 결합된 금융, 유통, 교육, 보안 등 다양한 부문에서 함께 발전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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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MVNO 관련 사업전망은 얼마나 효과적으로 원가절감을 할 수 있는지와 틈새시장 영역을 개척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국내에서 활성화 되지 않은 선불제, 저연령 및 고연령 이용자 시장 등 틈새시장 개발 노력은 물론 요금경쟁력, 특정 계층에 맞춤화된 서비스 제공, 기존 상품과 결합을 통해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을 추진해야 MVNO 사업자가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