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KT 후폭풍, '밥그릇 싸움' 돌입

KT는 20일 오후 이사회 개최, KTF 합병 결의

일반입력 :2009/01/20 16:32    수정: 2009/01/20 18:52

김효정 기자

KT와 KTF가 본격적인 합병 절차에 들어갔다. KT는 20일 오후 이사회를 개최하고 양사의 합병계획을 결의했다. KTF 역시 가급적 빨리 이사회를 개최해 이를 승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이사회 합병 결의로 KT는 2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병인가 신청을 할 계획이며, 올 상반기 중에 인가결정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자율을 강조해 왔던 방통위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민간기업의 합병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이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이르면 3월 늦어도 상반기 중에 합병을 허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KT는 당초 예상대로 오는 6월 전후 공식합병에 착수할 공산이 높다.

KT-KTF와의 합병으로 태어날 이른바 '통합KT'는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총자산 25조원에 매출 19조원, 당기순이익 1조2,000억원의 공룡기업으로 위상을 정립하게 된다.

통합KT의 위력은 단순히 그 규모를 가지고만 논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시내전화 부문 1위, 초고속인터넷 부문 1위, 이동통신 부문 2위 사업자가 결합하면서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양사 합병에 따른 시너지는 국내 통신시장 전반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주수익원인 시내전화 매출의 하락 등 매출의 정체와 비대한 인력, 비효율적인 조직 구성 등 하락세를 걷고 있던 KT에게 이번 합병은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합병을 통해 유무선 결합상품 활성화를 통한 수익 증대는 물론, 구조조정의 명분까지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T 등 경쟁사, 통합KT가 시장질서 무너뜨릴 것

그러나 통합KT를 보는 SK텔레콤과 LG3콤(텔레콤, 데이콤, 파워콤), 케이블TV진영 등 경쟁사들은 다급하게 됐다. 유선에서의 KT 시장지배력이 합병을 통해 무선통신(이동통신)과 방송(IPTV) 시장으로 전이돼 공정경쟁 환경을 저해하고 시장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이유다.

특히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KT를 뛰어넘어 국내 최대의 종합통신사로 발돋움을 노렸던 SK텔레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SK텔레콤은 KT의 합병으로 생긴 초대형사업자는 '사업자위의 사업자'로 군림하게 될 것이므로 중장기적으로 경쟁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견제하고 나섰다.

SK텔레콤이 주장하는 핵심은 통신시장 불공정경쟁의 원천인 필수설비와 관련 인력, 가입자 정보 등을 매개로 이동전화시장으로의 지배력 전이가 발생한다는 것. 즉 이동통신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의 위치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는 KT 유선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추후 KTF가 합병으로 이용대가를 내지 않게 되면, 이는 마케팅 과열은 물론 공정경쟁 기반을 해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유선가입자망 구축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 때문에 초고속인터넷 사업자 역시 KT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SK텔레콤이 주장하는 것은 유선 가입자망으로 보유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KT는 합병의 전제조건으로 시내망을 분리해 기간통신사업에 필요한 필수설비에 대한 동등접근권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밥그릇싸움 싸움인가?

이러한 SK텔레콤의 주장은 이론적으로는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통합KT의 시장지배력전이는 이미 IPTV 사례에서도 그 조짐을 찾아 볼 수 있다. 국내 IPTV 사업자 중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은 '망과 돈'의 부족으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상태. IPTV 전국 서비스를 위해서는 막대한 시설 투자를 하거나 KT의 망을 임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유선 가입자망을 보유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구조분리가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KT에 비해 유선망 설비 측면에서 뒤쳐지기는 하지만, SK브로드밴드나 LG파워콤 등 유선통신 사업자는 나름대로 시장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고, 이들 사업자 역시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는 움직임을 볼 때, 국내 시장에서 이러한 논리로 일방적으로 KT를 공격하기는 힘들다.

이번 합병에 강력한 반발을 하고 있는 SK텔레콤 역시 앞으로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합병 시 비슷한 맥락의 지적을 받을 수 있다. 1위 이동통신 사업자와 2위 유선통신 사업자가 결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KT-KTF 합병에 대한 SK텔레콤의 공격은 합병 자체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사의 합병을 앞두고 경쟁자 KT를 최대한 묶어두려는 전략으로 분석한다.

관련기사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SK텔레콤의 주장대로 KT가 시내망을 분리하게 될 경우, SK텔레콤 역시 자사의 이동통신망의 상당부분을 망임대사업자(MVNO)에게 내줘야 형평성이 맞다며 과연 SK텔레콤이 자사의 밥그릇을 빼앗아 갈 MVNO 허용을 수용할지는 의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황으로 볼 때, 전문가들은 KT-KTF의 합병은 이미 가시화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방통위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합병을 승인할 주체가 경쟁사의 반발을 포함한 전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얼마나 많은 '제한 조건'을 붙여서 승인할 것인지다. 결국 KT-KTF 합병 논란은 이해 관계가 얽혀있는 사업자 간 밥그릇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