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KT 시내망 분리'

KT-KTF 합병 앞두고, SK텔레콤 강력 반발

일반입력 :2009/01/19 15:38    수정: 2009/01/19 17:22

김효정 기자

KT와 KTF 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직 당사자들이 공식적인 발표는 하고 있지 않지만, 양사의 실무팀의 합병 준비 현황이나 KTF가 KT그룹으로 공식적인 외부활동을 함께 하는 등 이르면 올 6월 중에 본격적인 합병이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전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으로 KT의 사장에 취임한 이석채 사장은 업계에서 여전히 정통부 장관급 힘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KT-KTF 합병 시 시장 전반에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이석채 사장의 부임과 동시에 KT와 KTF는 전사적인 조직개편과 강도 높은 임원인사를 시작으로 조직의 슬림화를 실행해 가고 있다. 이는 비대했던 조직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진정한 민영기업으로 거듭나 사업의 효율성을 최대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KT-KTF 합병은 경쟁사에게 ‘재앙’ 그 자체

이 같이 신년 초부터 KT의 활동이 두드러지자 라이벌인 SK텔레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KT를 바싹 추격하며 최대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SK텔레콤이지만, 향후 기업통합과 융합 서비스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뒤쳐지기 때문이다.

KT-KTF가 결합한 통합KT가 출범할 경우, 연매출액 19조원에 당기순이익 1조2,000억원 규모의 거대 통신사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SK텔레콤이 올해 연매출액 12조원을 달성하더라도 그 규모면에서 상당한 격차를 벌리게 된다.

특히 KT의 막강한 유선망(시내망 혹은 가입자망이라고도 불리움) 인프라가 KTF의 이동통신을 수용하고, KT 유선망을 기반으로 IPTV나 인터넷전화 등 결합상품에서도 경쟁사에 비해 월등하게 앞서 나가게 된다. 즉 KT-KTF의 합병은 경쟁사들에게는 '재앙' 그 자체이다.

라이벌 SK텔레콤도 대안이 없긴 마찬가지다. 당장은 이동통신에서의 시장지배력과 강력한 마케팅으로 통합KT를 저지할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시한부 방어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설상가상으로 합병에 따른 세금 문제로 적어도 2010년 3월까지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추진할 수 없어 맞대응 할 방법도 없다.

■SKT, 'KT 시내망 분리' 필요해

향후 양사의 대결구도에서 가장 첨예한 이슈는 KT의 시내망 분리. 이는 비단 KT와 SK텔레콤만의 대결 문제가 아니라 국내 통신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이슈이기도 하다.

우선 통합KT의 출범을 앉아서 기다릴 수 없는 SK텔레콤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KT-KTF 합병 시 KT 시내망을 분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KT 시내망은 공기업 시절 국민의 세금으로 구축된 '국가 자산'이기 때문에, 향후 통신사들이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분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대한 KT 시내망은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KT의 광케이블망은 24만5,000km로 2위 사업자 SK브로드밴드의 2만5,000km의 10배 가량이며, 동선도 31만Km를 보유하고 있다. 도심지역에서 땅 밑으로 구축된 관로 역시 10만9,000km로 SK브로드밴드의 3,000km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또 KT는 경쟁사는 한개도 보유 못한 전주(전봇대)도 400만개를 보융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로와 전주 등 필수설비를 포함한 망 인프라에 대해서는 경쟁사들은 절대적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

■KT-KTF 합병, 이동통신 시장에도 ‘불똥’

이동통신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사람들이 잘 못 알고 있는 것처럼 이동통신망은 기지국을 통해서 무선으로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다. KT, SK브로드밴드 같은 유선통신사업자가 보유한 유선망(시내망)으로 각 기지국을 연결하고, 그 기지국에서 사용자까지만 무선으로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즉 유선망이 없다면 휴대폰 사용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이 KT에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는데 KT와 KTF가 합병할 경우 KTF는 이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 약 18%의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KT의 유선 시장지배력이 무선시장(KTF)으로 전이됨을 뜻한다.

지금까지 휴대폰 요금 자체를 내린 사례는 없기 때문에, KTF는 18% 만큼의 비용을 아끼는 대신 이를 마케팅 비용에 활용할 수 있다. 즉, 이동통신 시장에 또 한차례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KT-KTF 합병은 SK텔레콤 한 회사가 아닌 전체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러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며, 그 전제 조건은 KT의 시내망 분리이다라고 주장했다.

■KT, “시내망 분리는 있을 수 없다”

KT의 시내망 분리 요구는 지난 2007년 말 IPTV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인터넷 사업자 진영의 IPTV 사업자인 '오픈IPTV'가 KT의 망을 이용하고자 망동등 접근권을 요구하자 KT는 우리가 투자한 망에 대한 권리를 타회사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고, 이 과정에서 KT가 IPTV 사업자가 되려면 시내망을 분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물론 승리는 KT의 몫이었다.

SK텔레콤 측은 이번 KT-KTF 합병 사안에 대해서도, 과거 IPTV 사업자 선정 때와 같은 논리로 KT의 시장지배력 전이에 대한 우려를 주장하며, 이번 사안은 IPTV 사업자 선정 때와 비교할 수 없다. 방송통신 전체의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다급해진 SK텔레콤과는 대조적으로 KT는 여유로운 입장이다. KTF와의 합병은 단순히 검토 중인 사안으로, 아직 공식화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SK텔레콤의 대응이 과도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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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한 관계자는 양사의 합병은 특정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에 도움이 될 경우 추진한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다라며, SK텔레콤을 비롯한 동종업계의 주장에 대해서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과거 IPTV 사업자 선정 사례 때와 비슷한 문제로 대응할 가치가 없는 사안으로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KT-KTF 합병이 공식화되기 이전부터, 이와 같은 KT와 SK텔레콤의 첨예한 대립은 향후 국내 통신시장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KT의 시내망 분리는 부적절하다는 전례가 있고, 관련 법으로 통신 필수설비와 이에 대한 이용대가 등이 지켜져 온 상황에서 SK텔레콤의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