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vs소비자단체, 개인정보 기싸움 '팽팽'

일반입력 :2009/01/08 11:51    수정: 2009/01/08 15:55

김효정 기자

지난해 가입자 개인정보 유용으로 곤욕을 겪었던 통신업체가 해를 넘겨 소비자단체와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양측이 소비자 피해보상 소송 중에 있기 때문에 최근 통신사들의 '이용약관 변경'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8일 초고속인터넷 사업자가 불공정한 통신이용 약관을 변경한 것을 환영한다는 취지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불공정 통신이용약관의 개정은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KT, SK텔레콤, LG텔레콤, SK브로드밴드, LG파워콤 등 5개 사업자에 대해 해당 조항을 자진해서 수정 또는 삭제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이 조치는 경실련이 정보통신 분야의 불공정약관을 개선해 줄 것을 공정위에 요청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개인정보의 부당한 이용과 관련된 조항을 시정해 소비자 피해를 차단한다는 판단으로 공정위가 일부 조항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관련 통신사들은 약관을 개선하기 시작했고, 소비자단체와 소송 중에 있는 SK브로드밴드도 지난 7일 일부 약관 내용을 변경해 공고했다.

그러나 경실련 등 소비자단체 측과 SK브로드밴드는 이번 약관 변경 사항이 현재 소송 진행 중인 개인정보 유용(제3자 취급위탁 등 개인정보 오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약관 조항은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약관 제15조 제1항 3호로서 이전까지 '원활한 브로드앤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라는 포괄적인 표현을 '계약의 이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취급위탁의 범위를 명확하게 한정한 것이다.

즉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범위를 개통, 장애처리, 민원처리 등 계약이행을 위한 것으로 약관조항을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법적으로 개인정보의 제3자 취급위탁이나 상품판매, 고객유치를 위한 과도한 텔레마케팅이 제한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경실련 측은 SK브로드밴드가 이번에 약관을 수정한 것은 사실상 텔레마케팅 용도로 개인정보를 사용하면서 이를 취급위탁이라고 강변해 왔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용약관 변경과 소송은 별개인가?

그러나 SK브로드밴드의 입장은 다르다. 약관 수정은 공정위와 방통위의 시정조치에 따라 그 동안 불합리했던 사항을 수정한 것일 뿐, 과거 제3자 취급위탁을 통해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사용한 것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단체가 보도자료를 통해 언급한 문제 약관조항은 소비자단체소송에서 다투고 있는 사안, 즉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이냐 혹은 '취급위탁'이냐는 것과는 무관한 내용이다. 이번 약관 개정은 소비자단체소송 청구 취지와는 별개의 사안으로 당사가 개인정보 제공 시 제공 사유를 구체화하는 등 취급위탁에 관하여 명확히 명시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이용자정책 담당 사무관 또한 "통신사들의 약관 변경은 법적으로 불분명했던 사항을 명확하게 한 것으로, 반드시 SK브로드밴드의 취급위탁이나 텔레마케팅 등의 내용과 관련지어 해석하기는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즉, 불공정 소지가 있는 통신이용약관을 법적으로 명확하게 함으로써 향후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의 조치일 뿐, 이를 특정 업체(SK브로드밴드)와의 소송에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논란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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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소비자연대의 전응휘 위원은 "이번 약관변경에서 취급위탁 범위를 명확히 한다는 것이 곧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 내용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이는 이번 소송의 핵심 사안으로 그 청구 취지와 별개라는 이들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말장난이다"라고 주장했다.

소비자단체들은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하여 소비자 1만여 명이 원고로 참여하는 소비자 피해보상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였으며 이 소송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