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천국’ 중국산 휴대폰의 요지경

일반입력 :2009/01/04 17:58    수정: 2009/01/05 02:36

류준영 기자

[체험기=CNET Japan 제공]‘짝퉁 천국’이란 불명예를 안고 있는 중국, 이곳 휴대폰전문대리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휴대폰 신제품을 만져볼 수 있는 기회가 우연찮게 생겼다. 중국서 시판되는 휴대폰의 대부분은 터치 패널을 탑재하고 있었고 액정 사이즈도 커서 스타일러스를 통한 문자입력뿐 아니라 동영상이나 사진 보기 등의 엔터테인먼트용으로 손색이 없었다. 스크린을 통한 ‘가로보기’ 기능도 능수능란하게 연출됐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쇼 윈도에서 펼쳐지고 있는 ‘메이드 인 차이나’ 휴대폰의 잘 연출된 ‘서커스’(?)다. 그렇다면 실제로 필자에게 입수된 중국산 휴대폰은 쓸만했나? 지금부터 기가 막히는 중국산 휴대폰의 요지경이 펼쳐진다.

필자의 손에 들어온 ‘진펑(JingPeng's) E1191’는 휴대폰이라기 보단 엔터테인먼트용 단말기에 가깝다. 디자인과 기능이 휴대폰보다는 게임과 동영상에 특화돼 있다.

우선 외관부터 들여다보자.

대형 액정을 정중앙에 배치했고, 아래에는 통화를 위한 기본 버튼들이 위치해 있다. 터치 패널을 탑재한 디스플레이는 화면 우측으로 메뉴나 애플리케이션 아이콘이 위치해 있다.

이 제품은 다른 휴대폰들과 달리 게임 메뉴로 바로 갈 수 있는 게임 아이콘(사진 왼쪽에서 3번째 아이콘)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제품의 후면 가운데엔 언뜻 본듯한 ‘GVP’란 로고가 크게 새겨져 있다. 경악하게 된다. 필자는 순간 “내 손에 쥔 단말기는 소니의 PSP(플레이 스테이션포터블)였나?”라는 착각에 빠졌다.

일본 씨넷 편집자는 “디자인 문제로 해외 수출엔 문제가 있는 제품”이라며 “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페이크(fake) 제품에 가까우며, 싼값에 팔지만 품질은 저급하다”고 알려왔다. 제품 박스포장엔 각 방향에서 바라본 제품의 모습을 실어놓았는데 유독 뒷면의 모습은 빠져 있다.

스타일러스는 휴대폰에 수납할 수 있게 돼 있다. 뒷면에 카메라가 탑재돼 있고, 제품 포장엔 30만 화소로 명시돼 있지만, 웬걸 실제 촬영한 사진은 VGA급 화질보다도 떨어진다. 피사체의 윤곽만 겨우 확인할 정도다.

특히 황당한 것은 휴대폰으로써의 기능이 원활치 않다는 것.

다만, 중국 휴대폰에서 간혹 나타나는 통화 중 갑자기 전원이 끊어지거나, 심(SIM)카드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등의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조작성에선 전세계 표준에 반한 ‘막무가내’ 유저인터페이스(UI)를 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기존 디바이스들의 상식적인 컨트롤 자체가 통하지 않는다.

터치로도 가능한 일을 버튼에서만 가능케 하거나, 버튼에서 되던 매뉴얼 조작이 터치로는 불가능하게 하는 등 제멋대로의 구성이다.

심지어 메뉴 아이콘의 선택이 버튼이 아니라 터치만 가능한 것도 있다.

게임기로 설정해 놓고 보면 어떨까?

동영상 재생의 초기 화면에서 디스플레이는 ‘가로보기’가 가능하나 화면 안으로 자세히 들여다 보면 메뉴 아이콘들이 모두 옆으로 누운 듯 하다. 즉 화면에 맞춰 메뉴 아이콘의 상태가 자동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대신 이 제품은 측면에 동영상 재생 버튼을 비롯 앞으로 감기, 뒤로 감기 등의 버튼을 탑재하고 있다.

실제로 사용해 봤더니 “어?”

동영상을 앞으로 감아 보기 위해 버튼을 눌러도 동영상은 평소대로만 재생됐다. 알고 보니 3개 버튼이 모두 ‘먹통’이었다.

그런대 제품설명서를 읽어보면서 필자는 다시 한번 경악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모양(▷▷)의 버튼은 앞으로 감기를 뜻하는데, 이 제품의 설명서엔 ‘음량조절’ 버튼이라고 기재돼 있다. 앞으로 감기는 소리를 높일 수 있는 버튼(+)을 뜻하고, 뒤로 감기는 소리를 낮출 수 있는 버튼(-)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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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재생 버튼(▷)은 뭘까?

아무런 기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