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북용 리눅스 버전 '이분투' 써보니…

일반입력 :2009/01/01 15:40    수정: 2009/01/04 12:13

객원리뷰어 한지훈 정리=류준영

넷북의 운영체제(OS)가 반드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시리즈여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넷북시장에 가장 먼저 발을 디딘 아수스의 첫 제품엔 윈도가 아닌 리눅스가 채용돼 있었다.

비스타는 무겁고, 윈도XP는 쓸만해 보이나 제품단가에 비해 오히려 OS가 더 비싼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넷북과 궁합이 절묘하게 맞는 저렴한 가격에 OS는 없는 것일까.

마침 필자의 눈에 띈 것은 ‘이분투8.1(Eeebuntu 8.10)’였다. 리눅스 배포판인 우분투(Ubuntu)를 넷북 용도에 맞게 변형한 배포판이다.

이는 1024×600픽셀 해상도, 와이파이(Wi-Fi), 터치패드 등 넷북서 자주 쓰이는 사양에 맞춰 만들어졌다.

당초 이피시에 맞게 최적화돼 나온 버전이나 비슷한 사양의 넷북제품에서도 설치가 가능하다. 이분투 8.1 버전은 이분투 공식 사이트(eeebuntu.org)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필자는 아수스의 ‘이피시 1000H’ 모델에 이분투8.1을 직접 적용해 보기로 했다. 윈도 운영체제와 무엇이 다른지 지금부터 알아보자?

■ 이분투의 세 가지 요소

이분투의 이해를 돕기 위해선 먼저 구성요소 세 가지를 알아봐야 한다.

첫 번째 리눅스의 대표 선수인 일반 사용자용 ‘우분투’(Ubuntu)다.

설치가 용이할 뿐 아니라 윈도를 연상케 한 익숙한 인터페이스, 버그와 보안 문제를 해결해 주는 상용 OS, 지속적인 업데이트 제공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분투의 근간은 바로 이 우분투의 최신판인 ‘8.10, Intrepid Ibex’에서 비롯된다.

두 번째는 이피시 사양에 맞게 구성한 ‘어레이(Array) 커널’이다.

하드웨어와 응용 프로그램 사이에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커널은 이들간의 정보를 모두 갖춰야 하나 다양한 조합으로 구성된 PC의 모든 부품들을 지원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분투에 적용된 어레이 커널엔 이피시에서 요구되는 드라이버를 모두 갖추고 있어 재컴파일 등의 복잡한 작업을 거칠 필요가 없다.

세 번째는 ‘이컨피그’(Eee Configure)다.

이피시에 필요한 다양한 리눅스용 스크립트를 기본으로 제공해 원하는 부분을 바로 실행해 설정할 수 있으며 자신만의 스크립트를 추가할 수 있다.

이런 이분투를 이피시에 설치하는 일은 예상 외로 간단하다. 우선 이분투 공식 사이트에서 배포판을 다운로드 받고 이것을 DVD나 CD로 옮겨 설치하면 된다.

외장 ODD가 없을 경우엔 1기가바이트(GB) 이상의 플래시 메모리를 이용해 설치할 수 있다. 아니면 Unetbootin(unetbootin.sourceforge.net)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여기서 미리 알아둬야 할 점은 이분투엔 세 가지 설치버전이 있다는 것이다.

먼저 ‘스탠다드’ 버전이다. 이분투의 패키지가 모두 수록돼 있다. 마치 이피시를 데스크톱PC처럼 쓰려면 이 배포판을 선택하자.

다음으로 ‘넷북 리믹스’(Netbook Remix)다. 스탠다드와 별반 차이는 없으나 넷북을 위해 준비한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포함돼 있다. 이번 리뷰에선 이 패키지에 대해 주로 다뤄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베이스’다. 최소한의 설치 버전으로 추가 애플리케이션이 모두 제외돼 있다. 하지만 나중에 애플리케이션은 더할 수 있으므로 ‘이피시701’과 같이 용량이 적은 제품에 잘 어울린다.

이분투는 설치 이전에 CD만으로 그 기능을 체험할 수 있고, 따로 파티션을 잡지 않아도 윈도XP에 설치할 수 있다. 다만 이럴 경우 파일 시스템의 차이로 속도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필자는 따로 파티션을 잡고 설치했다. 과정은 간단하고 기존 파티션의 크기 변경도 설치 프로그램과 같이 할 수 있어 편리하다. 설치에 걸린 시간은 파티션 크기 변경 작업까지 모두 합쳐 약 30분 남짓 걸렸다.

■ 설치 후에 할 일

별다른 추가 작업 없이 단축키도 대부분 작동(무선랜 온/오프, 외부 모니터 연결 제외)하고 프로그램도 잘 실행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몇 가지 손이 가는 과제가 생겼다.

제일 처음 할 일은 무선랜이나 유선랜을 통해 인터넷에 연결하고 업데이트 관리자(Update Manager)를 구동해 이분투의 최신 업데이트를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시스템을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설치할 때 언어를 ‘한국어’로 선택했어도 미처 한글화 작업이 되지 않은 메뉴가 많고 키보드가 한글입력 모드로 전환되지도 않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화면에선 한글이 깨지지 않고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결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System]-[제어판]-[Language Support]로 들어가 한국어 언어 팩을 설치한다.

만일 이때 키보드에서 한글/영문 전환이 ‘한/영’ 키를 통해 잘 된다면 두 번째 단계는 거치지 않아도 된다. 만일 한글전환이 불가능하다면 [시스템]-[제어판]-[키보드]의 설정을 다음과 같이 바꾼다.

여기까지 됐다면 기본적인 준비는 전부 끝난 셈이다.

■ 새로운 넷북용 인터페이스

아랜 이분투 ‘넷북 리믹스’ 버전을 설치한 후 첫 화면이다.

우분투는 윈도 시리즈와 비슷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지만 넷북 리믹스 버전에 들어간 것은 우분투를 만드는 캐노니컬에서 넷북용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새로 만든 것이다.

바탕화면을 비워놓는 기본 인터페이스와 다르게 화면 전체를 차지하면서 왼쪽에는 각 프로그램의 버튼이 위치한다. 이 버튼을 선택하면 정중앙 응용프로그램의 아이콘 목록이 바뀐다.

오른쪽엔 각 저장장치의 아이콘이 배치돼 있다. 실제 써보면 특히 초보자에게 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익숙해 지려면 자신만의 프로그램 분류를 갖춰야 하겠지만 하는 일이 몇 가지로 제한된 경우엔 미리 설정해 놓는 것이 작업에 능률적이다.

원래 이 새로운 유저인터페이스는 800x480 해상도의 이피시 701 시리즈에 잘 어울리게 만들어져 있다. 때문에 1024x600의 해상도를 갖춘 스크린에선 글자가 작게 나타난다. 이땐 글자의 크기를 10포인트 정도로 키우면 그럭저럭 볼만해 진다.

■ 이분투 응용프로그램 “쓸만한가?”

이분투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을 살펴보자.

오픈오피스의 최신판은 3.0이지만 이분투엔 2.3이 설치돼 있다. MS 오피스와 완벽하게 호환을 이룰 수준은 아니다. 그럭저럭 간단한 업무 처리 수준에 그친다.

파이어폭스가 기본으로 준비돼 있어 액티브X와 관련 없는 웹페이지들은 어느 정도 서핑 가능하다. 가령 다음이나 네이버에 로그인하거나 게시물을 올리고 댓글을 남기는 정도의 작업은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또 ‘플래시플러그인’에서 한글이 깨지던 문제가 해결됐고, 속도 또한 빨라졌다.

이메일은 썬더버드가, 메신저는 pidgin이나 aMSN 등이 있다. 사용자가 많은 ‘네이트온’의 경우 리눅스 버전을 내려 받아 설치하면 사용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로 리눅스에선 일반 재생엔진들 보다 편리하지는 않지만 이를 대신할 수 있는 VLC 미디어플레이어가 지원된다. 주로 미국, 일본드라마를 자주 보는 사용자들을 위해 자막 재생에도 별 문제가 없도록 설치된 프로그램이다.

음악 재생 프로그램인 ‘밴시’(Banshee) 미디어플레이어가 준비돼 있지만 한글이 깨져서 나오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그 밖에 우분투를 만드는 캐노니컬에서 관리하는 안전하고 재주 많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언제라도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아 설치할 수 있다. 이는 우분투를 사용하는데 어느 정도의 제약을 덜어준다. 종류도 많아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는대 애를 먹을 수 있다.

이분투의 문제점을 정리해 보자 우선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이는 전문가일 경우다. PC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가 쓰기엔 그 한계점이 분명하다.

이분투의 대부분이 한글화돼 있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추가적인 설정을 일일이 해줘야

한다.

예컨대 기본으로 제공되는 압축/해제 프로그램은 한글 이름을 가진 파일 처리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한글 글꼴의 화면 출력 품질이나 친절한 도움말 또한 아쉬운 대목이다.

또하나 웹 서핑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서 파이어폭스나 오페라 등 액티브X를 못 쓰는 웹 브라우저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하드웨어의 지원 부분도 치명적이다. 모든 넷북이 갖고 있는 외부 모니터 단자에 대한 지원이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또 블루투스 기기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게다가 무선랜과 블루투스 온/오프도 지원하지 않고 있다.

결정적으로 이분투는 터미널을 작동시키고 명령어를 일일이 입력해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즉 PC ‘초짜’는 근처에도 얼씬하기 힘든 구조를 갖췄다는 것. 이분투의 멋진 그래픽 UI가 사상누각처럼 느껴진다.

이피시를 위한 리눅스 배포판 이분투에 대한 장단점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장점

- 설치가 용이하고 빠르다.

- 우분투에 기반을 둬 지속적인 시스템 업데이트가 제공된다.

- 필요한 프로그램을 죄다 무료로 제공받는다.

단점

- 한글지원이 원활치 않다.

- 인터넷 뱅킹, 쇼핑이 불가능하다.

- PC 초보자는 접근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