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다음 CEO, 수난시대 언제 끝?

일반입력 :2008/12/23 11:28    수정: 2009/01/04 21:16

김태정 기자

잔혹한 2008년이었다.

정치·사회적 문제에 휘말려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 사업실적은 부진했다. 연말에는 검찰조사까지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내 포털 1~2위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들이 올해 겪었던 사연들의 '요약본'이다.

두 회사 대표에겐 2008년은 정말이지 악전고투의 시기였다.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더니 하반기에는 경기침체 태풍까지 맞았다. 거침없는 성장을 계속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악재가 연쇄적으로 쏟아졌다.

■ 포털압력 정치에 고민

우선 ‘지적재산권’ 강화나 ‘사이버모욕죄’ 신설 등 정계의 포털 압박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최휘영 대표와 석종훈 대표의 고민이 커졌다.

검찰은 최근 최휘영 대표와 석종훈 대표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조사 했다. 조사 내용은 두 대표가 각각 네이버와 다음에서 음원이 불법 유통되고 있는 사실을 방조했는지 여부였다.

두 대표는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사법처리는 면했다. 허나 만약 기소됐다면 저작권 침해 행위를 놓고 대형 포털 수장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첫 사례로 남을 뻔했다.

한나라당이 입법 추진 중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도 골칫거리다. 특히 개정안의 주 내용인 ‘사이버모욕죄’ 신설이 포털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사이버모욕죄는 익명성을 앞세워 근거 없이 인터넷에 악의적인 글을 올리는 누리꾼을 전보다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건전한(?) 내용이다. 하지만 포털업계는 이같은 규제가 인터넷의 자율 토론 문화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체적으로 ‘포털압력 정치’ 소리를 듣는 현 정권의 행보에 어떻게 슬기롭게 대응할 지가 두 대표에게 숙제가 된 2008년이었다.

■ 상처 남긴 촛불정국

올 상반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야기된 ‘촛불정국’도 두 대표에게 적지 않은 피로를 안겼다.

초반에는 석종훈 대표가 웃는듯했다. 다음 토론방 ‘아고라’는 촛불 누리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유례없는 트래픽 상승을 주도했다. 한때 다음이 네이버를 바짝 추격할 것이라는 섣부른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곧 후폭풍이 왔다. 다음은 촛불시위에 반대하는 보수진영에서 비난 대상이 됐고,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 등으로부터 뉴스공급 중단 통보를 받았다. 다음에서 벌어지는 보수언론에 대한 광고불매 운동을 방치했다는 이유였다.

다음은 또 아고라 논란이 최고조에 달하던 8월에 세금미납을 이유로 국세청으로부터 40억4천200만원의 추징금을 통보받았다. 이때 국세청은 5년 주기가 관례인 정기 세무조사를 다음에게만 4년으로 적용, ‘촛불지원’에 대한 제제라는 의혹도 일었다.

최휘영 대표 역시 촛불정국으로 적잖이 불편해 보였다. 다음을 지지하는 촛불 누리꾼들이 네이버를 비판하고 나선 것.

당시 네이버는 정부에 유리한 뉴스만 전면배치 한다거나, 촛불정국과 관련한 검색어 순위를 보수진영에 유리하게 조작한다는 설에 휘말렸다. 최휘영 대표는 공개석상에서 “네이버 검색에 조작은 전혀 없으며, NHN은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고 해명했지만 비판여론은 상당기간 계속됐었다.

■ 경기침체로 실적부진 계속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가 두 대표의 사업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특히 NHN이 올 3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 빅뉴스였다. NHN은 3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이 전 분기 대비 각각 13.4%, 3.9% 줄었다. NHN에게 마이너스 성장은 2002년 10월 코스닥 상장 이후 처음 겪은 낮선 일이다. NHN의 날개가 꺽였다는 소리들이 나왔다.

다음도 웃을 처지가 아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매출이 각각 0.2%, 6.6% 줄었다. 촛불정국 이후 늘어난 인기에 비하면 실망스런 성적이다.

이같은 실적부진의 주원인은 확실한 캐시카우인 광고 실적이 떨어진 것이다. 광고주들이 지갑을 닫으니 충분히 예상됐던 결과다. NHN은 3분기 매출에서 62.9%가 검색/디스플레이(베너) 광고에서 나왔고, 다음은 75%로 의존도가 더 높다.

최휘영 대표는 2분기 지난 8월 “검색광고 사업 둔화에 따라 연간 성장목표를 낮추는 것이 현실적이다”고 밝혔다.

■ 2009년 위기 타개 전략은?

이렇게 최휘영 대표와 석종훈 대표에게 힘겨웠던 2008년이 끝나가고 있다. 두 대표의 2009년 위기 타개 전략이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우선 정부압박에 대해서는 포털 스스로가 자정할 수 있음을 보인다는 것이 두 대표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에 두 대표는 다른 포털 대표들과 함께 ‘건강한 인터넷을 위한 포털 자율규제협의회(이하 자율규제협의회)’를 구성, 내년 초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자율규제협의회의 주 내용은 객관적인 게시물 평가 체계를 포털들이 공동으로 제작, 강력한 법안 없이도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실적부진 극복에 대해서는 두 대표의 생각에 차이가 있다.

최휘영 대표는 내년도 신규채용을 줄이는 등 비용절감 정책을 과감히 펼칠 계획이다. 그리고 무리하게 광고 단가를 낮추는 마케팅은 지양하기로 했다.

최휘영 대표는 “광고주의 매체 선택 기준은 단가 뿐 아니라 트래픽이나 이용자 선호도 등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일시적인 실적 상승을 위해 광고비용을 낮출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다음 석종훈 대표는 광고 단가를 대폭 낮춰 잡았다. 중소 광고주들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석종훈 대표는 “고객 수를 늘리는 것이 장기적인 검색광고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대표의 신 성장동력 개발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휘영 대표는 내년 1월 네이버 홈페이지 개편에 힘을 쏟고 있다. 언론사와 트래픽을 분배하는 ‘뉴스캐스트’와 누리꾼 참여형 정보 플랫폼 ‘오픈캐스트’의 성공 여부가 관건이다.

단, 뉴스캐스트 참여 언론사를 제한하면서 생긴 언론계와의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석종훈 대표는 실사 웹지도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향후 검색사업의 한 축으로 부상할 전망인 실사 웹지도 시장에서 야후와 파란 등 경쟁자들을 누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이 밖에 구글과 진행중인 플랫폼 개방화 전략과 신규 게임사업의 향방도 관전 포인트.

그러나 석종훈 대표는 중추 인력 이탈로 인한 전략 차질 우려도 받고 있다. 인프라본부장 겸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지낸 이준호씨가 지난달 NHN으로 자리를 옮겼고, 최근 퇴사한 최소영 동영상 본부장도 같은 수순을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