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PTV 상용화'가 방통위 성과 대변하나?

기자수첩입력 :2008/12/16 17:36    수정: 2009/01/04 21:18

김효정 기자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정보통신(IT) 관련 주무부처였던 정보통신부가 해체되고, 2008년 2월 방송통신위원회 설립법이 공포됐다.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모호해 지는 융합 시대를 맞아 관련 정책기관도 탈바꿈 한 것이다.

그리고 약 10개월 동안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 서비스에 관한 많은 정책을 쏟아 냈고 지난 11월에는 IPTV 국내 첫 상용화라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정통부 시절 방송과 통신 업계 간 갈등을 넘지 못했던 것과 달리, 방송통신 통합 기구로써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던 것이 유효했다.

그렇지만 2008년 들어 국내 IT산업은 방향성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정통부의 해체로 이전 주요 기능들이 방통위,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IT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고, 정부는 민간에서 주도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밝혀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다.

더이상 방통위가 정통부 해체 후 설립된 정부기관이라는 것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방통위는 SW나 보안, 디지털 콘텐츠를 주관하는 부서가 아니라 방송통신과 뉴미디어를 주관하는 부서로 출범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통부의 해체와 기능 이관이 국내 IT산업에 큰 혼란과 시련을 가져온 것은 명백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정부가 말하는 시장논리를 기다려보는 것이 최선책이다.

그렇다면 지난 10개월간 방통위는 어떤 성과를 냈을까?

가장 큰 성과라면 역시 IPTV 상용서비스의 시작이다. 전세계적인 방송통신 융합 추세를 대표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IPTV이며, 관련 산업 생산유발효과와 이에 따른 인력채용 등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 주목 받았던 서비스가 드디어 상용화 된 것이다. 지난 12일에는 대통령까지 참석해 대대적인 상용서비스 출범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IPTV는 여전히 미완의 서비스이다. 지상파 방송의 실시간 재전송 계약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방송사와의 마찰은 여전했고, 채널 및 프로그램 부족은 TV 서비스로서의 볼거리를 충족하지 못한다. 아울러 서비스 지원 인프라의 미비는 수도권용 서비스라는 불명예를 남기며 통신 서비스로서의 준비 부족도 보여줬다.

두 번째 성과라면 방송통신 콘텐츠 강화 전략을 마련한 것이다. 그 동안 부적절했던 규제를 개선하고 공정경쟁 환경조성에 나서는 등 방송통신 산업의 선순환 발전 구조를 창출하겠다는 의도였다. 이는 외주제작 의무편성제도 개선이나 방송콘텐츠 제작 및 유통 기반을 강화하는 등 그 동안 방송산업에 깊숙히 박혀있던 부조리를 일부 해결할 것으로 평가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방송의 소유 겸영 규제를 개선해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허용하는 등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정책을 도입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외에도 통신요금 인하를 위한 각종 정책을 마련하는 등 추진력 면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다.

IPTV 상용화나 과감한 정책수립 등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성과를 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추진과정에서 보여준 문제점들이다.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장인 홍성걸 교수는 "대체로 짧은 기간에 집중적인 성과가 있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정보통신진흥기금을 둘러싼 갈등이나 각 부처의 업무 중첩 등 정책추진과정에서 나타난 부정적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 외에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있다. 바로 방통위를 둘러싼 정치적 이슈들이다. 가령 사이버 명예훼손, 제한적 본인확인제 확대 등 인터넷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의 신속한 처리라든가 KBS 사태 등에 깊이 관련한 방통위원장의 부적절한 정치적 움직임 등은 한 국가의 방송통신을 관할하는 부처에 대한 신뢰도를 깎아 내리기도 했다.

방통위가 과거 정통부의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은 기관이 아니기에 현 단계에서 방통위의 성과를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다. IPTV 상용서비스의 출범 역시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있어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또 방통위의 성과를 미완의 서비스인 IPTV에 반영하는 것 자체도 모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