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의 광고판매대행을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독점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이 나옴에 따라 민영미디어랩 도입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지난 27일 "KOBACO와 KOBACO가 출자한 회사만 지상파 방송광고판매대행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방송법은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헌법 소원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관련 법을 개정하도록 했다.이에 따라 민영미디어랩 설립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랩이란 방송사를 대신해 광고주에게 광고를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공광고 판매대행사로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의 광고 판매는 KOBACO가 독점으로 진행했다. KOBACO의 독점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음에 따라 민영미디어랩 도입이 가시권에 들었으며, 이 경우 방송사들은 개별 대행사를 통해 광고를 수주할 수 있게 된다.이 경우 방송광고 시장은 자율경쟁체제로 돌아서고 대기업 중심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KOBACO 순기능 살리는 시스템 만들어야"신학림 미디어행동집행위원장은 "KOBACO가 현재 하고 있는 역할에 순기능이 많은지, 역기능이 많은지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KOBACO가 수행하는 역할이 존속해야 한다"면서 "시사교양프로그램이나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은 그냥 두면 자력으로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KOBACO가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의 존속에 일정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신 위원장은 "그러한 순기능에 대해 인정한다면 민영미디어랩이 들어서도 KOBACO의 역할을 거의 근접하게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향후 방송법 개정 과정에서 그런 취지가 반영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신 위원장은 아울러 "만약 방송광고 시장에 전면적인 자율경쟁체제가 도입된다면 오락성과 시청률 위주의 프로그램들 때문에 대한민국 방송시장이라는 것이 거의 '난장판'이 될 것"이라며 "KOBACO가 해체된다면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은 더이상 화두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방송시장 경쟁 도입돼야…종교방송은 고민"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1일 '방송광고 현황 및 제도개선 방안 연구'에 관한 중간보고서 결과를 발표, "KOBACO 독점의 방송광고 판매대행 제도를 지상파TV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미디어랩 경쟁체제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KISDI 방송통신정책연구실 초성운 박사는 "현재 방송법과 그 시행령에 편성에 대한 법률이 있기 때문에 방송사들이 마음대로 프로그램 구성을 오락성이나 시청률만을 추구해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초 박사는 "현재 KOBACO 시스템의 문제는 방송 간의 경쟁을 억제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단순히 KOBACO를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상화시키자는 것"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방송의 경우 본사에서 프로그램 사용대가를 상당부분 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영향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다만 종교방송 등은 공정기능을 인정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 현재 KOBACO가 수행하는 기능을 일부 살려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라고 덧붙였다.KISDI는 '방송광고 현황 및 제도개선 방안 연구'에 대한 보고서를 이번 주 중 완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