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애플도 '불황' 태풍은 '못피해'

일반입력 :2008/11/21 11:08

Tom Krazit(CNET News)=정리 박효정 기자

추수감사절부터 시작되는 연말 쇼핑시즌은 미국 소비자 가전업계에선 대목으로 통한다. 대목 시즌의 최대 수혜자는 늘 애플이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애플도 예전 같은 호강을 누리기 어려울 전망이다.미국 조사기관 파이퍼재프레이는 지난17일(현지시간) 이번 쇼핑 시즌은 PC 및 가전업계에 최근 몇 년을 통틀어 ‘최악의 연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애플 아이폰과 아이팟 매출이 몇 주안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노트북 신제품 덕분에 ‘맥’(Mac) 관련 매출은 비교적 안정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지난해 수준에는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애플은 현금만 무려 24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불황을 견딜 체력은 충분하다. 그러나 매출액과 이익 면에서 7년 연속 두자리수 성장률을 달성한 대기록은 깨질 가능성이 높다.◇아이폰파이퍼재프레이에 따르면, 애플의 올 4분기 아이폰 판매 대수는 64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애플은 3분기 예상을 깨고 무려 아이폰 690만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 휴대폰 시장은 대체로 여름휴가를 포함한 3분기보다는 연말연시 연휴가 들어있는 4분기에 높은 성장률을 보여왔지만 올해는 예년에는 못 미칠 전망이다.애플은 ‘3G 아이폰’을 팔기 시작한 7월 이후 직접 운영하는 애플 스토어를 통해 하루평균 98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 하지만 11월 조사결과 1점포당 하루 판매대수는 28대로 떨어졌다. 71%나 감소한 것이다. 실제 애플은 올 4분기 아이폰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다.하지만 파이퍼재프레이는 이같은 수치의 맹점도 지적하고 있다. 애플이 약 6주만에 아이폰을 모두 판매한 3분기가 끝난 뒤에도 3G아이폰에 대한 수요는 분명 있었다는 것이다. 또 아이폰 판매처는 애플 스토어 외에도 AT&T 매장이 있고, 올 4분기에는 베스트바이도 추가됐다.4분기에 아이폰을 파는 소매점이 증가한 것을 고려한다면 판매량 감소율은 8% 수준인 것으로 파이퍼재프레이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의 전략적 가치를 생각한다면 애플로서는 씁쓸한 소식이다.◇맥아이폰과 달리 맥 판매량은 크게 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파이퍼재프레이는 4분기 맥 판매량을 3분기와 거의 같은 260만대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가 좋았던 지난해의 경우 1분기 맥 출하대수는 전분기 대비 7% 증가했다. 올해 판매량은 작년만큼 좋은 성과는 보이지 못했지만,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 애플이 올 4분기에 260만대의 맥을 판매하면, 2007년 230만대와 비교해 13% 증가율을 기록하게 된다.올 3분기 실적발표에서 팀 쿡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3분기 맥 판매가 예상을 약간 밑돈 원인을 “소비자들이 곧 새 모델이 등장할 경우를 대비해 구입을 미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NPD 자료에 따르면 새로운 디자인의 ‘맥북’이 나온 뒤 10월 맥 매출은 작년에 비해 28% 증가했다.하지만 파이퍼재프레이는 11~12월 맥 수요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월에 신모델이 나온 이후 내년 1월 맥월드까지는 새 모델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팟애플의 가장 큰 효자제품인 아이팟도 올 4분기에는 매출이 급감할 전망이다. 작년과 비교해 출하량이 약 15% 감소해 올해는1천850만~1천900만대가 시장에 뿌려질 듯하다.현재로서는 감소 원인이 지난 9월 발표된 애플의 최신 아이팟 때문인지 아니면 경기침체로 인한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앞으로 주시해야 할 중요한 숫자는 아이팟 그룹의 매출액 증감이다.애플은 ‘아이팟터치’를 ‘가장 재미있는 (그리고 현재 가장 비싼) 아이팟’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기 때문에 출하량이 15% 감소하더라도 매출액이 약간 하락하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면 적게 팔아 많이 번 셈이기 때문에 손해볼 것이 없다.◇그래도 경쟁사들보다는 낫다올 4분기, 경쟁사들이 애플보다 재미를 볼 것이라는 전망은 나오지 않았다. 특히 PC 수요의 지표인 인텔의 4분기 매출 예상치가 이전보다 10억달러나 낮아진 것은 HP와 델로서도 유쾌하지 않은 4분기가 된다는 얘기다.휴대폰 시장에서는 아이폰 출하량이 감소하면 리서치인모션(RIM)이 이를 틈타 ‘블랙베리 스톰’과 ‘블랙베리 볼드’를 크게 성공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기업들이 비용 줄이기에 혈안인 상황에서 기업이 주고객인 블랙베리가 4분기에 높은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은 낮다.무엇보다 과거 7년간 아이팟과 어깨를 겨룰 만한 제품은 아직까지 등장하지 못했다. 애플은 나아가 아이팟을 이용해 닌텐도와 소니와 같은 휴대용 게임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분기실적 발표 때마다 착실한 성장세를 보여줬던 애플의 능력은 바야흐로 종말이 다가온 것 같다. 그러나 여전한 애플팬이나 투자자들에게 위안이 될 사실이 있다. 적어도 그 이유가 애플의 잘못 때문은 아니라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