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코드만 잘 잡으면 되는 시대는 끝났다. 속도가 받쳐줘야 한다.'
PC백신 업계에 속도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사용자들 사이에서 시스템을 거북이로 만드는 PC백신이 외면받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 시만텍 “노턴2009 속도 세계 최강”
우선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보안업계 공룡 시만텍.
시만텍은 24일 한국서 노턴2009 제품군을 선보이며 “어떤 경쟁사도 따라올 수 없는 세계 최고의 속도를 갖췄다”고 자신했다. 그간 악성코드 검출성능은 높이 인정받았지만 느린 속도의 ‘대명사’이기도 했던 시만텍이기에 의외라면 의외인 소식이다.
이에 대해 시만텍코리아 송한진 과장은 “노턴 시리즈의 느린 속도를 두고 잡음이 많았던 것을 시만텍도 심각하게 인지해 왔다”며 “이번 노턴2009를 통해 속도에 있어서도 이미 세계 선두에 올랐다”고 강조했다.
시만텍이 설명하는 노턴2009의 속도는 꽤 놀라운 수준이다. 조사업체 패스마크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노턴2009의 평상시 메모리 점유율은 6.92MB에 불과했다. 같은 조사에서 카스퍼스키랩과 맥아피 신제품은 각각 22MB, 74.21MB로 나타났다.
동일 환경에서의 부팅 속도도 노턴2009는 33.74초를 기록, 39.22초대를 기록한 트렌드마이크로와 카스퍼스키랩 신제품들을 앞섰다.
시만텍 샘 옌 이사는 “이 같은 결과 때문에 해외에는 노턴2009 고객 만족도가 트렌드마이크로나 맥아피를 비롯한 경쟁사들에 비해 훨씬 높다”고 전했다.
■ “시만텍 '속도 최강론' 인정 못해”
시만텍의 속도 공세에 경쟁 업체들은 '맞불작전'을 펴기 시작했다. 특히 노턴2009 발표 현장에서 직접 이름이 언급된 카스퍼스키랩과 트렌드마이크로는 시만텍과의 속도 경쟁에 밀릴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카스퍼스키랩의 경우 그동안 속도 향상에 매진한 결과 지금은 이전 제품보다 속도가 40% 이상 빨라졌고 메모리 사용률도 꽤 줄었다고 강조한다. 시만텍을 제치고 세계 보안 1위에 오르려는 야심을 가진 러시아 업체 카스퍼스키랩에게 속도는 양보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다.
한국카스퍼스키랩 이창훈 이사는 “아직 노턴2009와 카스퍼스키랩 제품을 직접 비교해보기 전이지만 시장 공략에 문제는 없다”며 “사용자들이 카스퍼스키랩이 노턴보다 느리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렌드마이크로측 반응도 비슷하다. 시만텍이 인용한 패스마크 조사를 무조건 신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박상현 한국트렌드마이크로 사장은 “PC백신 속도와 메모리에 대한 영향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패스마크 조사만 보고 노턴이 무조건 뛰어나다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안랩 “속도경쟁 앞서 있다”
국내 시장에서 시만텍과 오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 온 안철수연구소(안랩) 역시 PC백신 속도에서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랩은 최근 시스템 부하를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된 ‘V3 뉴 프레임워크’란 새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기존보다 160~300% 가벼워졌기 때문에 빠른 속도를 지원한다고 안랩 측은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이 플랫폼을 실제 PC제품에 적용했을 때 나올 결과다. 안랩에 따르면 ‘V3 뉴 프레임워크’를 적용한 PC백신 ‘V3 365 클리닉 2.0’은 악성코드 검사 속도가 종전 보다 2배로 빨라졌고, 평상시 메모리 점유율은 60% 이하로 줄어 보통 2.7MB 수준이다.
설명대로면 적어도 메모리 점유율은 6.92MB인 노턴2009 보다 앞서 있는 것.
김홍선 안랩 대표는 최근 간담회서 “‘V3 365 클리닉 2.0’은 어떤 유명 외산제품 보다 국내 PC 환경에 최적화됐음을 자신한다”며 “신제품이 나올수록 사용자 만족도는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