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태원 SK회장 10년과 SK텔레콤 해외사업

기자수첩입력 :2008/08/27 19:02    수정: 2009/01/04 23:52

김효정 기자

최근 8.15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오는 9월 1일 취임 10주년을 맞는다. 지난 10년간 최회장 처럼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기업인도 드문 듯하다.

최회장은 지난 2003년 SK네트웍스 1조5,000억원 분식회계가 불거지면서 구속되는 신세를 겪었다. 같은 해 4월에는 소버린자산운용이 SK(주)의 지분 14.99%를 매입하면서 경영권을 위협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그러나 취임 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최회장에 대한 평가는 성공적이다. 취임 당시 34조1,000억원의 자산은 72조원으로 2배 이상 늘었고, 매출은 37조4,000억원에서 78조원으로, 당기순이익도 9,000억원에서 4조5,000억원(2007년 말 기준)으로 늘어나 재계 서열 3위에 등극하는 업적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성장의 밑거름이 된 기업은 단연 SK텔레콤이다. 2007년말 현재, SKT는 매출 11조2,859억원, 당기순이익 1조6,425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로 성장했다. 그룹 전체 순이익의 36.5%를 담당하며 SK그룹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올들어 '효자' SKT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이통시장의 포화와 해외사업 저조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최회장은 이동통신과 정유 부문의 이익성장세 둔화에 고민이 많다고 한다.

특히 잇따른 해외사업의 실패로 불명예스러운 '대표적 안방기업'으로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는 SKT는 이제 그룹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자회사로 인식되고 있는 것같다.

SKT는 국내 이통시장에서 시장지배적인 사업자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포화된 시장의 한계와 추후 주파수 재분배 및 3G서비스에서의 경쟁을 낙관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SK그룹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표기업 SKT로서는 여기에 부합할 만한 해법을 못 찾고 있는 것이 큰 고민거리다.

미국과 중국,베트남에 진출한 SKT는 지금껏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중국 통신시장 개편으로 차이나유니콤에 걸었던 기대가 물거품이 됐고, 미국 시장에서는 힐리오의 실패와 소문만 무성한 스프린트넥스텔 인수설, GSM 기반의 베트남에서의 CDMA 사업의 성장 한계성 등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 25일 중국 후진타오 수석 방한에 때 맞춰, SK그룹의 심천 IT 신도시 프로젝트에 발을 담근 것이 SKT 글로벌 경영의 유일한 자랑거리다.

물론 SKT 해외 사업의 어려운 처지는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SKT의 글로벌 전략이 정보 부재와 비효율적이었다는 점도 해외사업 실패의 큰 원인이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음에도 짧은 시간에 너무나 쉽게 무너져버린 SKT의 해외사업 현실을 뜯어보면 그런 감을 떨쳐 버리기가 힘들다.

SK그룹은 과거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성장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SK그룹은 대한석유공사(현 SK에너지)와 한국이동통신(현 SKT)라는 공기업을 인수해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비리공화국' 시절, 그 인수 절차에 대한 불투명성 논란은 지금까지도 국내 산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더구나 SK그룹은 그간 내수산업에 치중하면서 '안방 그룹' '내수 그룹'이라는 오명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SK그룹이 매출구조의 변화에 큰 성과를 내면서 이같은 논란과 오명은 사라졌다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SK그룹의 효자 SKT는 해외사업의 실패로 여전히 '대표 안방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SKT가 세계 이동통신시장에서 리더십을 가질수 있는 위치는 하루 아침에 이뤄질수 없다. 단기적인 성과가 나지 않는 유무형자산에 대한 끊임 없는 투자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글로벌에 통할 수 있는 인재는 물론 기업철학을 반영한 상품까지 갖춰야 한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시장 창출자'의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해외사업의 성공여부는 차치하고 미국, 중국 정부는 물론 경쟁사들로 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을 공산이 크다.

그 동안 대표 안방기업으로 국내 이동통신 이용자들의 주머니를 비워온 SKT가 숙원사업인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내면서 계속 SK그룹의 효자 노릇을 계속 할 것인지 행보가 주목된다. 또한 해외 사업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떠한 구도를 그릴 것인지도 궁금하다.

SKT가 해외사업에서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하면서 정부에는 '통신요금 인가제'를 개선해 달라는 것은 ' 대표 안방기업'을 탈피하는 최선의 방법은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