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돌 'V3 vs 알약'…누가 더 강한가?

일반입력 :2008/08/20 18:48

김태정 기자 기자

장군을 불렀더니 멍군이 날아왔다.

'V3'로 유명한 안철수연구소(안랩)와 알약으로 '무료백신 신드롬'을 일으킨 이스트소프트가 '외나무다리'에서 피할 수 없는 한판대결을 펼친다.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안랩이 18일 새로운 V3엔진을 발표하며 ‘알약’으로 대표되는 무료백신 진영을 압박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이스트소프트는 20일 기자들을 상대로 올 연말까지 백신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으로 맞불을 놨다.

싸움 수위가 올라가자 구경꾼들도 늘었다. 벌써부터 국내 보안 업계는 안랩과 이스트소프트가 벌일 백신대전 2라운드를 전망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현재 판세는 이스트소프트에 다소 유리하게 돌아가는 듯 하다. 알약 돌풍이 V3가 차지한 옥좌를 위협하고 있는 것.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7월 알약 사용자 수는 1천185만명 수준이다. 사용자수 1천3백만명 정도인 V3를 턱밑까지 추격한 것이다. 이정도면 알약의 ‘약발’이 제대로 통했다고 볼 수 있다.

■ 안랩 “백신업계 지존자리 지킨다”

알약의 공세에 그냥 있을 안랩이 아니다. 안랩은 18일 'V3 뉴프레임워크’ 라는 새 엔진을 내놓으며 백신사업을 다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마치 1990년대 불었던 V3 돌풍을 재현하려는 듯이 당찬 분위기다.

안랩에 따르면 ‘V3 뉴프레임워크’는 기존 엔진보다 160~300% 정도 가벼워진 것이 특징이다. 이에 악성코드 검사시간이 거의 절반으로 줄고 메모리 사용량도 기존의 60%에 불과하다고 한다.

김홍선 안랩 대표대행은 “보안만을 해온 전문기업의 노하우가 ‘V3 뉴프레임워크’에 고스란히 담겼다”며 “무료백신들과의 경쟁에서 확실한 성능 우위를 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V3 365 클리닉’이라는 PC종합관리 서비스도 안랩이 야심차게 빼든 카드다. 안랩 대응팀이 메신저나 전화로 악성코드 치료는 물론 문서편집이나 SW설치 등 각종 PC관리를 도와준다니 확실히 눈길이 가는 서비스다.

V3를 포함한 패키지 서비스이면서도 가격이 1년에 3만9천원~6만7천원 정도로 저렴해 안랩 팬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김홍선 대표는 “‘V3 365 클리닉’는 안랩의 재도약을 견인할 차세대 성장동력”이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스트소프트 “안랩 추월 가까워졌다”

안랩의 'V3 365클리닉' 카드를 꺼내들자 이스트소프트는 그동안 무료백신 '알약'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긴급대응’ 문제를 크게 개선하겠다는 전략으로 맞서려는 모습이다.

알약을 둘러싼 '대응 능력 한계론'은 일반 SW사업 출신인 이스트소프트가 루마니아 보안 업체 비트디펜더 엔진을 탑재한 알약 관련 대응 서비스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알약이 나오면서부터 따라다닌 꼬리표였다.

이에 이스트소프트는 보안전문 기업를 통해 '잡음'을 원천봉쇄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PC지기 개발업체인 비전파워에서 분할된 시큐리티인사이트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큐리티인사이트가 PC지기나 KT메가닥터 등에 안티 스파이웨어 기술을 공급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수는 알약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대표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시큐리티인사이트 인수로 보안사업의 핵심인 긴급대응과 연구개발 능력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며 “연말까지 안랩을 추월해 국내 백신시장 패권을 손에 쥐겠다”는 파격적인(?) 포부를 밝혔다.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이용악 비전파워 대표도 알약에 대한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이 대표는 안랩이 지난 달 곤욕을 치른 백신 오탐지 사고를 직접 거론하며 “알약이 누구나 믿고 사용할만한 백신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을 더하겠다”고 말했다.

■ 업계 최고 맞수관계 형성

지금은 전면전을 벌여야할 사이가 됐지만 안랩과 이스트소프트가 나름 따뜻한(?) 분위기를 내던 시절도 있었다.

두 회사는 비록 영역은 다를지언정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이끈다는 공감대를 수년간 가져왔고 특별히 경쟁할 일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안랩이 이스트소프트의 영토인 웹하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두 회사의 관계가 냉각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있다. 안랩은 ‘파일자루’란 이름으로 백신 사용자에게 웹하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파일자루’는 시만텍과 같이 백신에 웹하드를 더해 파는 외산 기업에 맞서기 위한 안랩의 불가피한 대응책이었다. 이스트소프트도 이런 사정을 알지만 심기가 불편했던 것은 업계에 잘 알려진 사실.

불편한 심기는 바로 행동으로 옮겨졌다. 이스트소프트는 올해 초 갑작스레 무료백신 ‘알약’을 내놓으며 안랩에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네이버의 무료백신 문제로 고민하던 안랩에게는 또 한번의 쓰라림이었다.

이후 8개월이 지난 현재 이스트소프트와 안랩은 IT 산업 전체가 주목하는 ‘맞수’가 됐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분위기다. 각자 백신 사업의 고삐를 다시 조이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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