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의 건강문제, 애플은 어디까지 공개해야할까?

일반입력 :2008/07/25 17:32

Tom Krazit(CNET News)=정리 박효정 기자

최근 스티브 잡스 애플 CEO의 건강을 둘러싼 추측이 많다.

지난 6월초 ‘3G 아이폰’ 발표 당시 잡스 CEO가 부쩍 마른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불거진 그의 건강 악화설은 실리콘앨리인사이더나 뉴욕포스트 보도로 증폭되는 모양새다.

실리콘앨리인사이더의 헨리 블로젯은 잡스의 건강 문제를 얼마나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는지,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 애플 투자자들을 위해 애플이 잡스 CEO의 췌장암 재발 여부를 공표하도록 만드는 것을 이번 여름 개인적 사명으로 정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때마침 업무 관계자들이 잡스의 마른 모습을 보고 불안해 하고 있다는 ‘헤지펀드 소식통’의 말을 전한 뉴욕포스트 기사나 씨넷 블로그 네트워크의 매트 어세이 기자가 뚜렷한 증거도 없이 애플 ‘모바일미’나 ‘3G 아이폰’ 개통시 일어난 문제(아이폰의 경우 인증 절차 문제로 개통 시간이 길어진 것)가 잡스 CEO가 건강 문제로 상황을 충분히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시사한 것도 블로젯의 행보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직원수 2만명인 회사의 일상 업무가 단 1명의 건강에 의해 좌우된다는 어리석은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다. 블로젯을 비롯해 잡스의 건강에 대해 공공연하게 억측하는 사람들은 그의 마른 모습과 그가 예전에 암을 앓았다는 사실 외에 자신의 견해를 증명할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말자.

다만 애플이 잡스 CEO의 건강과 그외 어떤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공표할지 고민중인 것은 사실이다. 반복되는 얘기지만, 기업의 재무 정보 공개에는 기준이 있으나 기업 임원의 건강 문제를 어떻게 공표해야 하는지에 대한 보편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경영진들에게 CEO의 건강이 경영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CEO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경영진에게 정직하고 솔직하게 전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21일(현지시간) 전화회의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이 문제에 대처하려 했으나 억측을 멈추게 하는 효과는 거의 없었다.

피터 오펜하이머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전화회의에서 “스티브(잡스)는 애플을 사랑하고 있다. 그가 애플을 떠날 예정은 없다. 그의 건강은 개인적인 문제다”라는 성명을 읽어내려갔다.

이 성명은 잡스의 건강을 추궁하는 실리콘앨리인사이더의 블로젯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개인적인 문제’라는 답변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그다지 마음이 내키진 않지만 ‘개인적인 문제’라는 성명 때문에 오히려 잡스의 건강이 심각한 상태인 것 같다는 견해가 맞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남겼다.

부정하지 않으면 긍정인 것일까. 그렇다면 블로젯을 비롯해 완전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정보에 만족할 것인가.

애플은 일본내 ‘아이팟’ 판매대수에 더해 잡스 CEO의 백혈구 숫자까지 손익계산서로 공표해야 했던 것일까. 잡스 CEO가 검사를 위해 암 전문의를 방문할 때마다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나?

확대해석일지도 모르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는 주주들이 스티브 발머 MS CEO가 조금 뚱뚱하고 신경질적이라고 지적했다고 해서 그의 최근 진단 결과를 공표해야 한단 말인가?

블로젯은 잡스 CEO가 ‘애플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기 때문에 그 자산이 손상되고 있다면 주주들이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스티브 잡스 CEO는 그동안 계속 애플 제품의 설계와 개발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온 만큼 다른 CEO들보다 회사의 상징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다.

애플이 잡스 CEO의 리더십이 없던 1990년대 중반 ‘암흑의 시대’로 돌아가기 싫어한다는 것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잡스도 사람이다. 그는 우리를 기술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끌기 위해 강림한 영웅(demigod)도 아니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설계 재정장치도 아니다. 블로젯이 최근 기사에서 언급한 단순한 ‘자산’ 또한 아니다.

잡스에게도 가족이 있다. 아이도 있다. 그의 자녀들은 집에서 ‘맥’을 이용해 인터넷을 하면서 자신의 가족 문제여야 할 일이 마구잡이식 소문으로 떠돌고 있는 것을 볼 수도 있다.

확실히 잡스 CEO는 테크놀로지 세계를 극적으로 바꿨고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 1천350억달러 기업의 CEO다.

그러나 애플 경영진이 주주에게 져야 할 유일한 책임은 잡스 CEO의 건강 문제가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뿐이다. 그 이상의 발표는 잘못된 것이다.

비즈니스위크의 아릭 헤셀달이 말한 것처럼 상세한 정보를 공개할 필요는 없다. 잡스 CEO와 이야기하되 그 결과 염려할 만한 것이 없다면 “염려할 이유가 없다”고만 하면 된다.

잡스의 건강을 둘러싼 루머는 단지 사진 한 장으로 여배우가 임신했는지, 거식증인지, 아니면 약물중독인지 억측하는 각종 연예잡지들을 생각나게 한다. 물론 그런 기사들도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의 여자 연예인들의 건강을 진심으로 걱정해서 나온 것이겠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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