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평직원에서 시작하여 팀장, 사업부장, 본부장, 사장까지 거쳐보았다. 그동안 작게는 4명에서 많게는 백여 명의 직원을 관리해왔다. 섣부른 말일지 모르겠지만, 관리자는 아래로 2단계의 직원까지 직접적인 관리가 가능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조직이 수천 명 혹은 수십만 명일지라도 CEO는 아래로 단지 2단계의 관리자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는지에 따라 조직성공을 결정짓는다고 단언한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첫째, 관리범위(Span of Control)의 룰과 둘째, 시간의 한계성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필자가 처음 관리자가 되었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팀원의 규모는 5명이라고 배웠다. 최근에는 많게는 15명 혹은 그 이상의 부하직원을 관리토록 하는 회사도 있기는 하지만, 정보시스템의 지원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5~8명의 부하직원이 가장 효율적인 관리범위라는 판단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CEO는 2단계까지 '5x5=25명'에서 최대 '8x8=64명'의 임원, 부서장을 관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이상을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처럼 내게는 들린다. 매일 한 사람씩 상담을 하더라도 3개월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 이상 외연을 넓힐 수 있겠지만, 인원이 많아지면 양방향 보다는 일방적 메시지 전달로 의사소통의 양상이 변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64명의 직원 이름을 외우기도 쉽지 않다. 직원의 이름을 모른다는 이야기는 관리도 못한다는 이야기와 같다.조직관리를 이해하려면 수평분화와 수직분화의 개념을 이해하여야 한다. 1인 창업이라면 회사의 모든 일을 사장이 해야 한다. 서구에서는 장인들의 가내공업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구두장인은 제품의 디자인, 가죽의 구매, 구두의 생산, 판매, 유지보수, 재무, 재고관리까지 모두 해야 했다. 1인 기업이 성장하게 되면 CEO는 스탭을 고용하고 수평분화를 시작한다. 생산담당, 디자인 담당, 판매담당, 창고담당, 운반담당 등으로 일이 나누어지는 것이다. 부분별로 각 담당자의 숫자가 늘게 됨에 따라, 예전에는 “십장”이라고 불리던 관리자의 수직분화도 병행하여 시작된다. 사업이 고도화 대규모 됨에 따라 이러한 수직분화는 더욱 심화 된다. 십장 10명에 위에 또 다른 부서장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수직분화의 심화는 대량생산 체제에는 합리적이었지만, 수직적 의사소통의 지연이 발생하고 시장환경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채택한 대안은 첫째, 한 사람의 관리자에게 여러 명의 직원을 맡기는 수직조직의 수평화와 둘째, 고객접점의 직원들에게 의사결정의 권한을 위임하고 셋째, 그룹웨어, KMS와 같은 정보시스템구축을 통한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신속화 및 지능화였다. ■'조직구조 변화'에 대한 고민의 시점은? 문제는 '어떠한 시점에 CEO가 조직구조의 변화에 대하여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필자에게 가르침을 준 선배가 있었다. 그는 증대하는 기업의 직원 수를 조직변화의 척도로 삼았다. 이러한 관점은 학문적 기초를 제시하기 곤란한 경험적 판단이니, 향후 심도 깊은 학술적 연구를 기대한다. 1. 조직의 수가 20명 내외에서는 “오너의 카리스마로 관리”가 가능하다. CEO는 모든 직원의 이름을 외고 있고, 각 직원들과 정서적 일체감을 유지할 수 있다. 중간관리자가 없더라도 CEO와의 스토리가 많기 때문에 강한 유대감으로 위기를 잘 헤쳐나가기도 한다. 2. 조직의 수가 40명 내외에서는 “관리기능의 분화” 가 필요하다. 사장 이외에 중간 관리자가 필요하고, 이때에는 프로다운 재무담당 부장을 고용하여야 할 때이다. 주먹구구식 재무관리로부터 체계적인 회계절차를 마련하여야 한다. 이에 대한 대비가 없다는 증거로서, 이 시기에 예상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드는 현상에 대하여 CEO는 이해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하곤 한다. 3. 조직의 수가 100명 내외에서는 “사업 다각화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하여야 한다. 즉, 수평과 수직적 조직확장을 도모해야 한다. 부서장도 5~8명정도 있어야 하고, 단일 품목을 넘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시킨 장단기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시기에는 관리복잡도가 급격히 증가되기 시작한다. S/W업체의 경우 버전 컨트롤이 안되어, 한심한 실수를 반복하기도 한다. 4. 조직의 수가 200명 내외에서는 “사업부문의 분화”가 시작된다. 이 시점에 임원급의 본부장을 영입하여야 하고, 부문별 책임경영을 시작하여야 한다. 대기업에서의 관리경험과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임원이 선호된다. 기업 문화 구축과 프로세스의 효율화가 경영의 화두가 되는 단계이다. 이 시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부서별 이기주의가 팽배해 진다.한편으로 '굴러온 돌'과 '박힌 돌'이라는 갈등의 용어가 분출되는 시점이기도 한다. 아프기는 하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끝까지 저항하는 “초기 개척자”에게 새로운 경력의 기회를 고려토록 강권해야 할 상황이 되기도 한다. 필자의 관찰에 따르면, 몇몇 벤처 기업들이 이 단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다. 기업문화와 프로세스가 표준화 되지 못하면 고객이 많아 질수록 회사는 더욱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많아진 고객수가 관리 복잡도를 기하급수적으로 증대시켜서, 늘어나는 수익보다 비용의 증가가 더욱 커지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5. 조직의 수가 2,000명 내외까지 가려면 “제조사업모델”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배웠다. 규모의 경제가 따라 주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규모의 기업을 CEO로서 경영해 보지는 못하였지만, 경험에 비추어 보면 2,000여명의 직원을 가지기에는 여러 가지 여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산업 내의 수직적 시장 통합이 활성화 되고, 회사내의 능동적 학습문화가 정착되어야 달성 가능하다고 한다. 6. 조직의 수가 20,000명 내외까지 성장하려면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고 한다. 단순한 영업과 마케팅 만이 아니고, 연구개발과 디자인, 상품기획 등이 해외로 나가야 되고, 생산라인도 현지화가 되어야 한다.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위의 구결은 직원 규모에 따른 경영의사결정 측면에서 필자에게 많은 통찰력을 제공하였다. 회사가 속한 업종과 상황에 따라, 각 단계의 직원 수에 대하여는 이견이 있겠지만, 그 추이 는 유사하리라 생각한다. 중국 고사에 “뛰어난 장수는 수십만 명의 병사를 통솔하면 족하지만, 훌륭한 왕은 이러한 장수들의 마음을 얻어 능히 수천만 명의 군사를 부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기억하고 있다. 중간 관리자들의 충정을 얻기 위해서 CEO는 그들과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스토리를 만들려면, 자신의 가장 소중한 자원인 시간을 그들에게 내어 주어야 한다. CEO의 기업경영은 관계를 위한 시간관리에서 출발한다. @* 필자 이정규 안철수연구소 고문은 정보관리기술사, 미국공인회계사로 IBM, 안철수연구소 상무, 안랩코코넛 대표이사 등 22년간 IT 산업에 종사하여온 IT 전문가이다. 블로그(blog.daum.net/ilovedom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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