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백악관 이메일 분실 논쟁

일반입력 :2008/02/28 11:54

Anne Broache

26일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백악관의 "이메일 분실 사건"을 놓고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였다. 백악관 측이 대통령과 그 고문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메일들 중 많은 수를 분실(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수도 있겠다)했기 때문이다.지난해 봄부터 미 하원 의회감시 및 정부개혁위원회는 2003~2005년 약 473일 분량, 500만통 이상의 이메일이 대통령 집무실에 있는 이메일 서버에서 사라진 사건을 조사해 왔다.위원회가 소집한 청문회는 민주당 지도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백악관 관계자들을 압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이들은 백악관 측에 언제까지, 그리고 어떻게 분실한 데이터들을 복구할 것인지에 대한 해명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우리는 아직까지도 백악관에서 없어진 이메일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헨리 왁스맨 위원장(민주당, 캘리포니아)은 주장했다.미 공문서 관리자 중 한 명인 앨런 와인스타인은 현재 국립문서기록보관청 또한 백악관으로부터 구체적인 상황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라고 밝히며, "대통령 관련 기록들을 모두 유지, 보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공화당도 현재 대통령 기록들 중 일부가 누락됐다는 사실을 걱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민주당의 공세에 대해 백악관의 복구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고 비난만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공화당의 톰 데이비스 의원은 백악관이 현재 행방을 알 수 없었던 메일의 수를 473개에서 202개로 줄였다고 밝혔다. 되찾은 메시지들은 2002년 백악관 이메일 시스템을 로터스 노트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익스체인지로 바꾸면서 "잘못된 디지털 저장 공간"에 보관되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백악관 정보관리 책임자 데이비스 페이튼은 "재난 복구 백업 테이프"를 이용해 분실된 채 남아있는 문서들을 모두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복원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총 1,500만달러의 비용이 들 것이라 예상했다.고문들은 "공화당 국가 위원회" 계정의 이메일 사용이번 사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또 다른 점은 바로 대통령 고문들이 사용한 이메일 계정이다. 칼 로브를 비롯한 50여 명의 대통령 고문들이 공적 사안 처리에 공화당 국가 위원회 계정(RNC)의 이메일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방기록보관법에 저촉되는 행위이다.공화당 국가위원회는 2003년 11월 이전 로브 및 기타 고문들이 보냈던 이메일에 대한 기록을 현재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고문들이 보낸 이메일에는 부시의 이라크 전쟁 전개 결정과 관련된 공식 정보를 담고 있을 수도 있다며, 이들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사실이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왁스맨은 25일 RNC측 한 인사의 말을 빌어, 백악관이 공화당 국가위원회에 이러한 자료들과 관련한 백업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백악관 측의 성의 없는 일처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페이튼과 그 부서를 총괄하는 앨런 스웬디만은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용의는 없지만, 누구의 실수였는지는 확인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단순히 로브에게 흠집을 내려는 목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RNC가 선거 지원에 사용해야 할 수백~수천달러의 돈을 낭비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비판했다."이건 한 달에 4만달러, 5만달러를 주고 기약 없는 낚시 여행을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 아니냐"며 데럴 이사 공화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백악관 및 국립문서보관소 관계자들을 비판했다. "국가 자산으로 보관되어 있어야 할 자료들 중 RNC가 보유하고 있는 문서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실히 아는 사람이 과연 있는가. 적어도 위원회 내에서는 없는 것 같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국립문서보관소 법무실장 게리 스턴은 "이번 청문회의 초점은 공식 정부 관련 기록이라 할 수 있는 데이터들이 RNC의 시스템 안에 저장되어 있는지 여부인 듯하다"고 답했다. 정황이 어떻든 이번 사건은 잠재적으로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연방 법 상의 대통령 기록 법(Presidential Records Act)에 의하면 백악관은 대통령 및 부통령의 공식 수행 업무와 관련한 모든 기록들을 저장, 국립문서보관소에 전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유세와 관련한 자료 등 개인적인 데이터들은 이들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미 "국민을 위한 책임(Citizens for Responsibility)", "워싱턴의 윤리(Ethics in Washington)" 등 몇몇 시민 단체들이 이번 사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클린턴 정부에서도 논란을 부른 문서보관 문제분실 이메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 클린턴 정부는 결함이 있는 이메일 보관 시스템을 사용하는 바람에 D로 시작하는 이름의 인물이 보낸 모든 메일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 이 사건으로 의회 청문회가 개최되었고, 20만 개의 분실 이메일들을 복구하기 위해 1100만 달러라는 비용이 들었다고 왁스맨은 밝혔다.이번 이메일 유실 사건은 2002년 백악관이 자체 이메일 시스템을 로터스 노트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익스체인지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촉발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정권 시절 고안해 낸 자동 기록 보관 시스템도 더불어 교체했는데, 이 과정에 참여한 전문가 중 한 명조차도 이 새 시스템이 상당히 "미완성된" 시스템이라고 평할 정도의 수준이었다고 왁스맨은 말했다.위원회에 의하면 이 보관 시스템은 백악관 관계자나 이에 대한 대행을 맡은 인물들이 수작업으로 이메일들을 복사하고, 여러 곳에 분포되어 있는 백악관 서버에 이를 직접 저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민주당은 이러한 수작업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문회와는 별개로 진행된 전 백악관 기술 관련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적어도 2005년 특정 시점 동안에는 저장, 보관된 파일들과 디렉토리들이 대통령 실에서 근무하는 3,000여명의 직원들에게 노출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2006년 5월 취임한 백악관 CIO 페이튼은 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파일을 삭제했다는 사실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으며, 현재 메시지는 수작업이 아니라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서 복사, 보관되고 있다고 반박했다."차기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모든 복구작업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그는 위원회 임원들에게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