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4일 오후 8시 서울 신라호텔. 아∙태 지역 각 언론사 기자들의 눈은 애드리안 코치 HP 수석 부회장의 손끝을 향하고 있었다.
‘와~와~’ 연신 터지는 감탄사와 카메라 플래시.
‘가족 구성원간의 매개체다.’ ‘거실에 놓고 쓰는 신(新) 개념의 컴퓨터다.’ ‘손가락이 PC의 입력장치를 대신할 것’이라며 키보드와 마우스의 작별을 고한 ‘터치스마트PC’의 등장은 PC 유저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와 닿았다. 그땐 그랬었다.
하지만 지금 이 PC의 현 주소는 HP의 야심작이란 단어가 무색하게 백화점 디스플레이에 내걸린‘쇼 PC’로 전락한 지 오래. 한국시장에선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에 대해 신분을 밝히기를 꺼려한 한 HP 담당자는“한국시장에서 선방할 수 없었던 이유는 국내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홈 미디어PC라고 제품을 내놓아도 이를 대처할 수 있는 DVD 플레이어, HDD형 디빅스(DVIX), 디지털 오디오 시스템 등이 대부분 집에 이미 갖춰져 있어 큰 구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시들시들했다.”라며 한숨 섞인 넋두리를 내뱉었다.
선뜻 이해가 안돼 기자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이번엔 선두기업의 고충이란 그럴듯한 포장아래 다른 하소연들을 늘어놓았다.
“데스크톱PC 본체 전면에 커버 덮개를 씌우자 다른 제조사들이 이를 금방 모방했다. USB, 사운드 출력 등의 입출력 장치를 본체 뒷면에서 앞면으로 옮겨놓았더니 이 것도, 피아노-블랙 마감처리를 했더니 이 것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술력으로 앞서려 했던 것이 (터치스마트PC의 경우)너무 멀리 가 버린 거지. 소비자의 눈높이를 살짝 넘었다고 할까”
어림잡아 9개월이 지난 오늘(24일), 한국HP는 서울 삼성동에서 가진 신제품 발표회에서 또 다른 컨셉트 PC를 들고 나왔다. 20.1형 대형 와이드스크린을 탑재한 파빌리온 HDX 9000시리즈, 파빌리온 m9000 데스크톱PC, 컴팩 2710p 태블릿PC 등 총 3종이 올 4분기 HP의 주력 모델로써 인터페이스를 다양화하고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으며, CPU의 기능성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날 한국HP 퍼스널시스템그룹 이홍구 부사장은 사용자 개개인의 독특한 컴퓨팅 아이콘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인과 편의성을 개선한 제품으로 '나만의 컴퓨팅'이 기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일전에 터치스마트PC와 닮은 점이 많은 이번 신제품들이 과연 내년도 PC시장에서 괜찮은 흥행 성적표를 기록할 것인지 아니면 제 2의 터치스마트PC로 전락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인지 이날 오전, 오후 두 차례 열린 신고식에서 선보인 이 제품들의 숨은 기량을 들여다보며, 그 가능성에 대해 배팅해 보자.
▶데스크노트 HDX 9000,「터치스마트PC 성형 모델…거실극장용으로 적합」
HDX 9000시리즈는 20.1형(51cm) 울트라 브라이트 뷰(Bright View) 와이드스크린을 탑재한 골리앗 PC다. 터치스마트PC의 축소판 ‘성형 모델’.
커버엔 용을 형상화한 문양을 새겨 동양적인 미(美)를 더했으며, 키 판엔 은은하게 빛을 내는 블루 LED가 한층 더 멋스러움을 강조했다.
큰 LCD 액정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1080p 해상도를 지원, 영화 감상은 물론 내장형 TV 튜너가 있어 HD TV를 감상할 수 있다. 게다가 HDMI 출력 단자가 탑재돼 별도의 HD-DVD 플레이어가 필요치 않다. 말 그대로 거실극장용 PC인 셈.
더군다나 7.1 채널을 지원하는데, 4개의 스테레오 스피커와 제품 바닥에 위치한 내장형 HP 트리플 베이스 리플렉스 서브우퍼(Triple Bass Reflex Subwoofer)가 50평 가까운 거실 끝에서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사운드를 들려 준다.
사용자들이 자유자재로 스크린을 움직이거나 앞뒤로 회전시킬 수 있도록 이중경첩 디자인을 적용했다. 기존 노트북과 같은 방식으로 열리지만 목을 길게 빼지 않아도 스크린을 똑바로 볼 수 있어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그렇기에 HP는 이 제품에 ‘CEO PC’라는 애칭을 달아줬다.
윈도우비스타 구동에서도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데 전원을 켤 때 잽싼 기동력이 ‘와~’하는 탄성을 자아낸다. 이 제품엔 인텔 코어2 익스트림 프로세서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막강한 화력은 게임용 PC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512MB ATI 모빌리티 라데온 X2600 XT 그래픽 카드와 최대 400기가바이트(GB) 스토리지 용량을 제공하는 하드 드라이브, 최대 4GB 메모리를 탑재했다.
또한 슈퍼멀티 DVD±R/RW 더블 레이어 드라이브가 탑재된 HD-DVD(2) ROM이 옵션으로 제공된다.
이 제품은 드물게 미디어 센터 리모콘을 함께 제공한다. 키보드 덱(deck) 좌측에 설치돼 있어 멀리서도 간단하게 멀티미디어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그 밖에 마이크가 장착된 웹 캠으로 HD급의 화상회의가 가능하다. 제품의 무게는 무려 7.05kg, 크기는 47.5cm(가로)*33.95cm(세로)*5.85cm(높이)이다.
▶데스크톱PC 파빌리온 m9000「전천후 백업 기능 쓸만해」
m9000은 HP가 이날 선보인 제품 중 주목도는 크게 떨어졌으나 개발자들의 고민이 가장 많이 묻어난 작품이다.
가령 기존 데스크톱PC들은 대부분 전원 버튼을 제품 전면에 위치시켰지만 이 제품은 본체 위에 배치했다. 이유는 대부분 사용자들이 책상 아래 본체를 놓고 쓴다는 가정하에 허리를 굽히지 않고서도 컴퓨터를 켤 수 있도록 한 것.
이 밖에도 실사용자들의 스타일을 고민한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이 제품에서 가장 핵심기능은 원 터치 방식의 ‘이지 백업(Easy Backup)’ 버튼.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문서와 사진, 영화, 음악 파일들을 외장형 하드디스크로 쉽게 옮길 수 있다. 일일이 백업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닌 원하는 시간을 지정해 두면 자동으로 백업할 수 있다.
백업 공간은 노트북 외장형하드, 데스크톱 전용 외장하드를 모두 삽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만일 타사 제품일 경우 USB로 연결한 후 백업 지정을 새로 해주면 된다(* 자료화면 참조)
내장 하드 드라이브의 내용을 외장 하드로 옮기는 일 뿐만 아니라 역으로도 가능하다. 외장 하드를 삽입하는 방식은 HP 전 라인업에 똑같이 적용, 제품을 새로 구매해도 외장 하드를 계속적으로 쓸 수 있다.
제품의 상단엔 휴대폰 충전기와 같은 액세서리들을 놓아 둘 수 있도록 홈을 만들어뒀다.
대부분 디지털 제품들이 USB로 충전할 수 있도록 제작되면서 데스크톱PC 주변이 지저분해 지는 것을 막기 위해 따로 공간을 마련한 것. 이 때문에 책상 주변을 훨씬 더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제품은 인텔 코어2쿼드 프로세서 Q6600과 HDMI 출력이 가능한 엔비디아 지포스 8400GS, 2개의 320GB 하드 디스크, 3GB PC2-5300 램(1GBx2, 512MBx2)을 탑재했다.
이와 함께 라이트스크라이브(HP가 제공하는 사진 편집기)를 지원하는 DVD 멀티 드라이브, 고화질 방송을 수신하는 HDTV, 802.11b/g 무선 랜까지 지원한다.
▶태블릿PC HP컴팩 2710p「tx1000의 후속타…비즈니스용으로 철저히 개조」
컴팩 2710p은 철저하게 비즈니스맨을 겨냥한 태블릿PC로써 TX1000의 업그레이드 모델이다.
이전 제품보다 노트북 커버가 더 슬림해진 데다 감압식이 아닌 디지털 팬을 사용하게끔 만들어져 다른 어떤 뾰족한 물건이 닿아도 인식하지 않는다. 그만큼 필기체 판독 정도가 월등히 높아졌다.
제품의 내구성 측면에선 ▲메탈합금 힌지 ▲듀라 키보드 ▲3D 드라이브가드(HP 3D DriveGuard)등을 내세울 수 있다.
메탈합금 힌지의 경우 이전 제품에는 겉면에 플라스틱 재질을 덧입혔으나 이럴 경우 파손의 위험을 항상 안고 있어야만 했다.
듀라 키보드는 50만 번 이상의 키보드 테스트를 거친 것으로 방수도 가능하다.
3D 드라이브가드는 움직임 감지 센서가 장착돼 이동시 하드 드라이브를 보호하며, 충격 진동이 감지되면 하드 드라이브 작동을 멈춰 중요한 정보 손실을 최소화한다.
이 제품은 무엇보다 저전력 설계 원칙을 고수했다.
글로벌 비즈니스맨들의 경우 잦은 출장으로 배터리를 추가로 들고 다니게 되는데 이 제품은 반대로 기본 배터리의 전력량을 최대한 아껴 쓸 수 있는 저전력 중심의 설계에 주안점을 뒀다.
예컨대 인텔 코어2 듀오 프로세서 U7600을 탑재하고, 일루미라이트(Illumi-Lite)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 전력 소비량과 무게를 감소시켰다. 예컨대 일반 태블릿PC가 24와트(W)가 소비전력이면, 이 제품은 그 절반인 12W 정도 소모된다. 그러므로 기본 배터리로 약 5시간 정도를 버틴다.
만일 옵션으로 제공되는 노트 형태의 HP 2700 울트라 슬림 배터리를 구매하면 최대 10시간의 배터리 시간을 구현할 수 있다. 매우 얇고 가볍기 때문에 추가 장착을 하더라도 이동에 부담이 없다.
CPU는 발열량이 낮다는 것도 또 하나의 특징. 이 덕에 자판이 쉽사리 뜨거워지지 않으므로 무릎에 놓고 써도 괜찮다.
저전력 설계의 두 번째 비밀은 어두운 장소에서도 가시성을 향상시켜 주는 나이트라이트(NightLite) 기능이다.
이는 주변 환경에 맞춰 키보드를 비춰 주는 밝기를 조절해 준다. 눈에 피로를 덜어준다는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전력소모를 그만큼 줄여준다.
CPU 다음으로 LCD 액정에서 소비전력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PC를 다뤄본 사용자라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
이 제품에 내장돼 있는 210만 화소 내장 카메라는 비디오 또는 화상회의 등의 용도 외에도 다른 쓰임새가 있다. 그것은 바로 명함 스캔 기능.
이 기능을 활용하려면 노트북 커버를 2/3 정도 닫은 상태에서 웹 캠을 통해 명함을 촬영하고 이를 내부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지화 시킨다.
그 밖에 관련 액세서리로 DVD-RW가 지원되는 울트라 슬림 익스팬션 베이스와 차량에서도 충전이 가능한 멀티 아답터가 옵션으로 판매된다.
한편 이 제품엔 터치패드가 없다(*관련기사 참조) 이에 대해서 HP 퍼스널 시스템 그룹 백승욱 차장은 “비즈니스용 노트북의 경우 신속하게 타자를 쳐야 하는 경우가 빈번한 데 이때 손을 전부 움직일 필요가 없는 포인팅 마우스가 훨씬 빠른 타자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제껏 터치패드를 사용한 사람이라면 포인팅 마우스를 자유롭게 사용하기까지 일정 기간의 연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