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vs. HD DVD: 끝이 없는 전쟁

일반입력 :2007/10/12 11:27

Erica Ogg

차세대 영상 재생 포맷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는데, 정작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이는 캘리포니아 주 유니버셜 시티에서 개최된 디스플레이서치의 제5회 HDTV 컨퍼런스의 첫 오프닝 세션에서 제기되었던 질문이다.

차세대 패키지 미디어 포맷을 두고 벌이는 HD DVD와 블루레이(Blu-ray) 디스크 간의 전쟁은 아직까지 그 승자를 가리지 못하고 있다. 어느 쪽이 향후 판세에서 주도권을 질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질문을 답하기 위해 서로 상반된 입장의 패널들은 왜 자신이 지지하는 포맷이 이길 수밖에 없는지 각각 조목조목 설명하는 방향으로 세션은 진행되었다.

아직까지 완전한 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몇 가지는 그나마 확실해졌다. 스튜디오들은 지난 몇 년간 이들 전쟁에 대처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터득했고, 경쟁 당사자들은 아직도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를 연구 중이다.

차세대 고화질 플레이어 및 미디어의 보급률은 아직까지 기존 제품의 사용에 비해 많이 낮은 상태. 물론 고화질 기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또는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경쟁 당사자 양쪽에게 모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HD DVD와 블루레이 간의 전쟁은 사실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많은 소비자들이 HDTV셋을 구입하고 있고, 차세대 셋톱박스와 플레이어의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데다 영화 스튜디오, 일반 소매 판매점 및 하드웨어 메이커들의 마케팅 전략이 강화됨에 따라 많은 소비자들은 곧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중립을 지키는 소비자들이 다수인 듯하다.

작년 이맘때쯤 HD 미디어 사업 부문의 지각변동을 유발한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바로 파라마운트로부터 시작되었다.

파라마운트사는 HD 포맷 선택의 기로에서 스위스 같은 중립적인 접근 방식을 적용했는데, 그들이 제작하는 콘텐츠를 두 가지 포맷 형태로 모두 제공하되 HD DVD 형식에 더욱 치중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고화질 시장에 상당한 임팩트를 가져 왔다. 파라마운트의 결정이 그 직전까지 블루레이 쪽으로 약간 기우는 듯 했던 전쟁의 판세가 HD DVD 쪽으로 약간 넘어오는 시발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파라마운트사 수석 부회장 앨런 벨은 이번 결정이 DVD와 블루레이간의 대결과는 무관하고 산업의 변화 추이를 따른 것뿐이라고 밝혔다(하지만 얼마 전 뉴욕타임스가 파라마운트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 HD DVD를 선택하는 대신 소정의 대가를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각각의 포맷에 대한 긴밀한 사전 분석을 거친 결과 두 방식의 평가는 백지 한 장 차이였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고 벨은 말했다. 우리는 두 개를 함께 적용해 보겠다고 나선 첫 번째 회사였지만 호환성, 일관성,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 보유 여부 등의 항목에 대한 면밀한 평가를 시행한 결과 HD DVD 쪽에 더 점수를 준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파라마운트는 그들이 이번 포맷 경쟁의 승자를 결정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NPD 그룹은 파라마운트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차세대 패키지 미디어 산업의 판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여러 변수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NPD는 내년 한 해 동안 100만대 이상의 차세대 플레이어들이 판매되고, 적어도 400편 이상의 차세대 포맷을 차용한 영화 타이틀이 시중에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까지 HD DVD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 못한 상태.

NPD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6%의 응답자들이 향후 6개월 내로 고화질 플레이어를 구매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한동안 이러한 경향의 설문 조사 결과가 계속되어 왔다고 NPD 수석 산업 애널리스트 러스 크럽닉은 밝혔다.

가격이 떨어지면 구매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계획성 있는 구매 성향도 한 이유이지만,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기존의 일반 화질 DVD들이 사용자들에게 그리 큰 불편을 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불행히도 우리는 너무나 완벽한 제품(일반화질 DVD를 칭함)을 만들어 놓은 꼴이 되어버렸다고 크럽닉은 말했다. 우리는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전미 시장 점유율 80%를 기록하고 있는 엄청난 상품과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식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일반 화질 디스크를 고화질로 전환시켜 주는 업컨버팅 DVD 플레이어(약 $60)가 HD DVD나 블루레이 플레이어($200~$800)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사실도 고화질 플레이어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방해하는 한 가지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DVD도 처음 출시되었을 땐 완벽한 상품은 아니었다고 파이어니어 대표이사이자 블루레이 디스크 위원회 회장 앤디 파슨스는 말했다. 처음 DVD가 출시되었을 때도 VHS의 아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많았다는 것이다.

HDTV 구매 비율이 점점 증가함에 따라(지난달 판매된 TV 10대 중 8대가 HDTV, 출처: NPD) 차세대 플레이어에 대한 수요도 점점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HDTV 자체가 고화질 영상을 재생해야만 비로소 제 값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소비자들을 공략해야 할지는 모호한 상태. 우선 차세대 플레이어를 사도록 권장을 한 후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또 한 번 더 권유해야 하는 것인가?

HD DVD 측은 대작 영화들의 예고편, 그리고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다운로드 할 수 있는 HD DVD만의 인터랙티브한 기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블루레이 측은 우월한 화질 및 음질을 부각시키려 노력하고 있는 상태.

우리 또한 인터랙티브적인 부분이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영화 ‘300’의 경우 블루레이 형식이 HD DVD 형식보다 2배 이상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랙티브한 기능들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스토리라고 파슨스는 주장했다.

만약 HD DVD 형식이 두 배 이상 더 팔렸다 하더라도 인터랙티브 기능의 효용성은 인정하겠지만 그 결과 자체가 블루레이에 대한 선호도를 폄하할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는 될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화질의 블루레이냐, 부가 기능의 HD DVD냐 사이에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도 결국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온라인을 통한 디지털 콘텐츠의 보급이 당연시되는 그 날을 준비하는 하나의 짧은 과정일 뿐이라는 의견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동의한다.

상당수의 콘텐츠 제공 업체들은 패키지 부문과 온라인 다운로드 부문을 동시에 운용하고 있다. 디즈니도 현재 애플 아이튠즈 스토어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X박스 라이브 서비스를 통해 다운로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 내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대다수의 가정에 고화질의 콘텐츠를 제공해 줄 수 있을 정도로 높지 못하기 때문에 한동안은 패키지 미디어가 주류로서의 입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자신이 구매한 물품을 물리적인 형태로 간직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소유욕이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디즈니 측은 분석했다.

주류 미국인들은 당장 필요한, 한 번 보고 말 콘텐츠는 인터넷을 이용해 구매하지, 오랫동안 보고 또 보고 할 콘텐츠들을 구매하지는 않는다고 월트 디즈니 홈 엔터테인먼트 배급 및 마케팅 부문 수석 부회장 패트릭 피츠제럴드는 말했다.

그는 패키지 미디어의 지속적인 유지가 오히려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너브라더스는 고화질 패키지 미디어를 디지털 다운로드 활성화를 촉진하는 보조 바퀴 역할로 활용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우리는 HD 디스크를 활용해 소비자들의 디지털 콘텐츠 활용을 촉진시킬 수 있다. 발상의 전환인 셈이라고 워너브라더스의 고화질 미디어 개발 부문 부회장 댄 실버버그는 말했다.

그는 이어 다운로드 콘텐츠의 시대는 올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소비자들은 HD DVD나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보유함으로써 차세대 콘텐츠들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