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3세대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하면 종종 유심(USIM)카드라는 말을 듣게 된다. USIM은 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의 머리말로 범용 사용자 식별 모듈이라는 뜻을 가진 약어(acronym)이다.얼마 전에 어떤 중년 남성이 벤츠를 몰고 SKT 사옥에 돌진해 충돌을 일으킨 사고가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문제의 그 운전자가 불만을 터뜨린 부분도 바로 유심카드가 당초 설명과 달리 작동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유심카드는 휴대폰에 탈부착할 수 있는 메모리카드를 말한다. 여기엔 사용자의 정보가 담겨 있는데 요즘 WCDMA나 HSDPA 등의 3세대 단말기에서는 이를 이용해 생활인프라가 비약적으로 넓어질 것을 예견하고 있다.즉, 유심카드를 통해 신용카드나 증권거래,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으며 교통카드, 마일리지, 멤버십, 쿠폰 등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런 광고나 홍보자료 등을 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정작 유심카드 본래의 기능은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USIM의 전체 단어에서도 봤듯이 유심카드는 사용자를 식별해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에 주목해야 한다.원래 유심은 3세대 휴대폰 가입자들의 관리 및 인증 표준으로 개발된 것이다. 예컨대 필자가 A라는 3세대 단말기를 S통신사에서 개통시키고 사용하다 B라는 다른 단말기에 A에 꽂혀있던 유심카드만 떼어다 붙이면 그때부터 B가 A가 했던 역할을 그대로 하게 되는 것이다. 즉, 단말기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반대로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휴대전화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통신사는 바꾸고 싶다. 이럴 때에도 바꾸고자 하는 통신사의 유심카드를 구입해 장착하면 된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사용자 입장에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하지만 아쉽게도 현재의 유심카드는 그냥 돈을 좀 더 내야 하는 귀찮은 물건 정도의 취급을 받고 있다. 단말기끼리 바꾸는 것은 카드 모양새가 호환이 안되게 만들어져 아예 불가능하고 통신사를 바꾸는 것도 락을 걸어놔서 할 수가 없다.규격이 통일되면 지금까지 수직적 상하관계에 있던 통신사와 제조사의 관계가 수평관계가 되어버리니 통신사가 용납을 안하고, 가입자 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는 통신사들이 호락호락하게 유심카드 하나만으로 고객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리라.이렇게 원래의 개발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져 버렸으니 통신사들은 유심카드의 용량을 늘려서 이렇게 결제수단이나 멤버십 같은 걸로 사용자들의 관심을 멀게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과열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과연 유심카드가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게 사용될 수 있을지 일단 지켜 볼일이다.@이 글은 ZDNet Korea의 파트너인 스마트가젯(www.smartgadget.kr)에서 자료를 제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