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드 스토리지」혁신 가능할까?

일반입력 :2007/07/16 13:54

오병민 기자 기자

대한민국 스토리지 역사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는 정형문 전 한국EMC 회장이 다시 스토리지 업계로 돌아왔다. 정 사장이 대표로 있는 헤이워드테크가 하이엔드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전문업체인 XIV INFORMATION SYSTEMS(이하 XIV)사와 국내독점 총판계약을 맺고 스토리지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2004년, 그동안 몸담았던 EMC를 떠나면서 한국에이템포의 아시아 총괄사장을 거치고 헤이워드테크라는 반도체 회사를 설립해 스토리지 시장과 영영 이별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3년 만에 다시 그리드스토리지라는 신개념 제품을 들고 다시 스토리지 시장에 복귀한 것. 그가 들고온 그리드스토리지는, EMC 본사에서 스토리지 개발을 총괄했던 모쉐 야나이가 은퇴 후 세운 XIV 회사 제품이다.

이 제품은, 최근 스토리지 시장에서 병목현상이나 이기종간의 통합을 통해 스토리지의 능력을 최대한 사용하는 가상화 개념의 아키텍쳐를 도입한 ‘그리드 스토리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이나 솔루션을 이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스토리지 가상화를 구현하고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기 때문에, 정 사장이 이 제품을 통해 스토리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복귀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사장은 XIV의 하이엔드 스토리지 제품인 ‘넥스트라(NEXTRA)’는 기존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시장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꿀 혁신적인 제품이자 스토리지 제품의 완결판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스토리지와 다른점은?

기존의 스토리지는, 데이터 저장시 하나의 하드디스크에 저장을 하지만 이 제품은 모든 하드디스크를 동시에 구동해 데이터를 1메가씩 분할 저장하는 독특한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0메가의 자료라면 1메가씩 각각의 하드에 순차적으로 저장하는 방식을 이용한 것.

이런 저장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기존 스토리지와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 스토리지는 인터페이스와 컨트롤러 그리고 중앙관리되는 캐쉬가 1:1로 연결되어 있는 인터커넥션 방식이다. 하지만 이 스토리지는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모듈로 하드디스크에 붙이고 기가 비트 이더넷을 통해 직열로 연결하지 않고 거미줄 같이 병렬로 연결이 가능하다.

즉 병렬로 연결된 하드디스크를 동시에 구동해 효율성을 높였다는 것. 따라서 헤이워드테크 측은, 주로 쓰는 데이터가 저장된 하드디스크에서 발생되는 병목현상, 일명 핫스팟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기존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에서 사용하는 FC(Fiber Channel)드라이브나 SAS(Serial Attached SCSI)드라이브를 이용하지 않고 SATA드라이브를 이용했다는 특징이 있다. 사실 그동안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에서는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SATA드라이브를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SATA드라이브는 FC드라이브나 SAS드라이브보다 속도가 느리지만 병렬구조를 통한 동시 구동으로 속도면에서도 뒤지지 않는 다는 설명. 따라서 SATA드라이브의 속도문제만 해결된다면 용량과 가격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에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에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점

이론적으로 이 스토리지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업계의 전문가들은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많은 스토리지 전문가들이 SATA드라이브를 썼다는데 우려를 표했다.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에서 SATA드라이브의 사용을 자제하는 이유는 속도문제도 있지만 안정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용량 데이터를 엑세스하는 엔터프라이즈 특성상 SATA드라이브는 고장이 자주 일어나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이에 대해 이 회사는 병렬구조로 데이터를 분산하기 때문에 병목현상이 적어 안정성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업계의 전문가들은 이 스토리지가 시장에 도입된 시기가 길지 않기 때문에 검증이 안됐다는 이유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구조라면 모든하드디스크를 동시에 구동하기 때문에 많은 전기에너지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회사는 마케팅 타겟이 대용량 데이터를 사용하는 큰 기업들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 다고 말한다. 오히려 대용량 데이터를 사용하는 기업에서는 병목현상에 대한 과부하와 동시에 구동하는 하드디스크의 비율이 높아 효율성 면에서 낫다는 것. 하지만 적용 시장이 적다는 것은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엑세스할 때 그리드 연결 구조를 가능케하는 기가비트 이더넷이 데이터를 감당할 수 있을지를 지적했다. 차세대 고성능 프로토콜을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우려이다. 이에 대해서도 이 회사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에서 실제 적용된 사례에서 보면 문제점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리드 스토리지, 성공적인 시장진입 가능한가?

그리드 스토리지는 자체적으로 가상화를 구현했다는 점과 SATA드라이브를 이용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시장진입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스토리지의 대부로 불리는 정 사장이 직접 마케팅에 나선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 중에 하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그리드 스토리지 성공에 대해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선 정 사장이 스토리지 시장을 떠난 몇 년간 스토리지 시장의 상황은 많이 바뀌었을 뿐 아니라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시장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레퍼런스가 적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시장에서는 안정성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고 경쟁이 치열할 만큼 신규 제품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다”며 “아무리 스토리지 업계의 대부라도 이번 만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 사장은 전체 시장보다는 하이엔드 시장에 초점을 맞춰 분야당 하나의 레퍼런스를 잡는 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제품의 우수성과 가격 경쟁력으로 신뢰를 확보한다면 충분히 승산은 있다는 것.

정 사장은 “우선 현재 목표는 공공기관 및 정부에서 하나, 은행권에서 하나, 통신에서 하나, 제조사에서 하나, 각종서비스분야에서 하나씩 레퍼런스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하이엔드 시장의 고객들이 기존의 스토리지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불만을 그리드 스토리지는 모두 해결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부분을 집중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