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가 은밀히 진행해 온 프로젝트 성과로 새 제품을 선보였다. 언뜻 보면 한때 유행했던 테이블형 아케이드 게임기「미스 팩맨」의 2007년 판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제품으로 팩맨을 한다면 손가락을 조금만 움직여도 뒤쫓아 오던 몬스터들이 나가떨어질 것이다.
MS는 29일(미국시간) 5년을 들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사에서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 서페이스(Microsoft Surface, 코드명 밀란)」를 발표했다.
MS가 미래의「표면 (터치형) 컴퓨터」 1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서페이스는 테이블형 천판에 PC 화면이 투영되어 있으며, 마우스나 키보드 없이 손가락으로 가볍게 터치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마치 SF영화「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한 기술을 연상하게 하는 제품이다.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가상의 그림도구에 손가락을 담그면 된다. 사진 공유도 직감적으로 할 수 있으며, 사진을 늘어놓아 바꾸거나 공유하는 작업도 매우 간단하다.
또 사이즈를 변경하고 싶을 때는 2개의 손가락으로 갈라놓는 동작을 취하면 되고,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면 화상이 회전한다. 여러 명이 1대의 서페이스를 동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MS 표면 컴퓨팅 사업을 담당하는 피트 톰슨은 “서페이스는 매우 친해지기 쉬운 PC이며, 누구나 손을 대보고 싶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MS는 올해 안에 서페이스를 일반 소비자에게 내놓을 예정이지만, 곧바로 구입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여러 유저가 동시에 손가락으로 조작하기 위해 필요한 컴포넌트는 매우 고가이며, 심지어 1만달러에 가까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MS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어 애초부터 일반 소비자에 대한 빠른 판매는 기대하지 않았으며, 호텔 로비나 카지노와 같이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장소에 공급하는 것을 초기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도입할 회사로는「T-모바일(휴대폰 판매)」, 「스타우드 호텔 앤드 리조트 월드와이드(호텔 경영)」,「하라 엔터테인먼트(카지노 경영)」,「IGT(슬롯머신 메이커)」등이 거론되고 있다. 톰슨은 이들이 올해 11월이면 서페이스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톰슨에 따르면 이 같은 발매방법은 플라즈마 디스플레이가 처음 나왔을 때 하이테크 업계가 사용한 방법과 비슷하다. 플라즈마 디스플레이는 가정에 들여놓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쌌던 시절, 상품 전시회 부스를 오랫동안 지켰다.
스타우드 그룹의 쉐라톤 호텔 부사장 호이트 하퍼는 MS의 이런 전략이 매우 교묘하다고 평가한다. 그는 “쉐라톤 로비에서 서페이스를 본 수많은 숙박객들은 제품이 개인용으로 출시됐을 때 구입할 확률이 높다”며 “MS가 우리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점에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퍼 부사장에 따르면 쉐라톤 호텔의 경우 로비는 어딘가를 가는 도중에 들르는 곳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만나는) 목적지 그 자체로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서페이스는 홍보를 위한 최적의 장소를 찾은 것이다. 또 흥미로운 서페이스를 사용하기 위해 숙박객들이 몰린다면 호텔 측은 높은 제품 가격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쉐라톤은 우선 뉴욕, 보스톤, 시카고에 위치한 호텔에 서페이스를 각각 3대씩 도입할 예정이다. 호텔마다 2대는 로비에, 1대는 클럽 라운지에 설치하며 이용자 행렬이 늘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가격뿐 아니라 내구성도 서페이스 도입에 있어서 검토해야 할 문제이다. 카지노 클럽 하라즈(Harra's)의 CIO 팀 스탠리 씨는 서페이스의 수명과 내구성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는 “예를 들어 나이트클럽에 설치했을 경우 손님이 테이블에 올라가 춤출지도 모르는데, 이를 견딜 수 있겠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 등도 유사기술 도입 추진 중
서페이스는 시판의 그래픽 카드, 3GHz의 펜티엄 4 프로세서, 2G 메모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핵심인 천판 표면은 물이나 외부 자극을 방지하는 재질로 되어 있고, 탑재된 5대의 적외선 카메라가 화면 표면에 접히는 손가락 움직임을 감지한다. 측면에는 DPL 프로젝터가 탑재되어 천판에 영상을 투여한다.
MS는 벌써부터 여러 소프트웨어 기업이 서페이스 대응 프로그램을 쓸 수 있다고 밝히는 등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작권 측면에서 MS는 이 기술을 개발자들이 폭넓게 입수하는 것은 차단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듯하다. MS외에도 멀티 터치를 개발하는 기업이 꽤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뉴욕대학의 제프 한 교수는 지난 3월「테크놀로지 엔터테인먼트 앤드 디자인」컨퍼런스에서 서페이스와 같은 기술을 선보여 관중을 감탄시켰다. 그는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신생기업의 퍼셉티브 픽셀(Perceptive Pixel)을 시작했다.
또 애플은 이 분야에서 이미 특허를 취득하고 있고, 곧 발매되는 아이폰에 멀티 터치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MS의 톰슨은 기술침해에 관해서는 걱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MS 법률팀은 회사의 지적 재산 상황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페이스는 MS 연구기술자 앤디 윌슨과 하드웨어 디자이너 스티브 배시치(Steve Bathiche)의 대화 중에 시작됐다. 이들은 2003년 빌 게이츠 회장에게 아이디어를 제출, 시작품에 착수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