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iPhone」상표권 침해로 애플에 소송제기

일반입력 :2007/01/11 17:20

Marguerite Reardon

시스코 시스템즈가「아이폰(iPhone)」의 상표를 침해했다며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시스코가 10일(미국시간) 밝힌 바에 의하면 애플은 위장회사(front company)를 이용해 아이폰이라는 명칭의 사용권을 취득하려 했다고 한다.

 

시스코는 캘리포니아주 북부 연방 지방재판소에 소장을 제출하고「맥 월드 컨퍼런스 앤 엑스포 2007」에서 아이폰이라는 명칭의 신제품을 발표한 애플이 의도적으로 시스코의 상표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의하면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명칭의 사용권 취득을 여러번 시도했지만 시스코에 의해 거부되어 위장회사를 설립하고 다른 방법으로 권리를 취득하려 했다고 한다.

 

시스코의 상임 부사장 겸 최고 법률 고문인 마크 챈들러(Mark Chandler)는 성명을 통해 “시스코가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아이폰의 명칭에 대해 사용을 허가해 달라는 애플의 의뢰를 계속 받았었다. 이것에 대해 시스코는 애플과의 교섭에 성심껏 임했다”고 밝혔다.

시스코는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 및 명칭의 사용 금지를 요구했다.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도 아이폰이 자사의 가장 흥미로운 제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애플의 역사에 남을 이 신제품을 발표할 당시 애플은 끝까지 아이폰의 명칭을 고집했다.

애플의 홍보 담당자 나탈리 커리스(Natalie Kerris)는 “시스코의 상표권 침해 소송은 무척이나 바보스럽다 ••• 시스코의 상표 논란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커리스는 또 “이미「VoIP」제품에 아이폰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회사가 여럿 있다. 휴대 전화기에 아이폰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건 우리가 처음이다. 시스코가 자사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자사는 우위에 있다”고 덧붙였다.

 

시스코가 인포기어(Infogear)의 인수와 더불어 아이폰의 상표를 손에 넣은 것은 2000년의 일. 인포기어는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에 본사를 둔, PC없이도 쉽게 인터넷에 액세스 할 수 있도록 소비자를 위한 디바이스를 개발하던 신생기업. 인포기어는 1996년 3월에 아이폰의 상표를 등록했다.

시스코에 의하면 자사의 네트워킹 부문인 링크시스(Linksys)가 지난해 초부터 VoIP폰 제품 시리즈에서 아이폰의 상표를 사용했다고 한다. 또 링크시스는 지난해 12월에 신제품을 추가해 아이폰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었다.

 

영국의 오레이트 텔레커뮤니케이션 서비스(Orate Telecommunications Services)도 아이폰이라는 이름의 VoIP폰을 제공하고 있고 시스코 근처에 본사를 둔 캘리포니아주 샌노제의 텔레덱스(Teledex)도 호텔객실 전용 아이폰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애플 전문가들은 최근 1년간 자사가 스마트폰과 동일한 모바일 기술과 아이팟(iPod)의 음원 기능 및 비디오 기능을 갖춘 전화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추측해 왔다. 그 동안 팬이나 블로거들은 애플이 구상중인 휴대 전화기를 아이폰이라 불렀고 그에 따라 애플도 아이폰이라는 상표를 취득하려 시도하며 아이폰 명칭의 사용을 희망하고 있었다.

 

시스코는 소장을 통해 아이폰의 상표 사용과 관련해 애플에서 최초로 접촉을 시도했던 것이 2001년의 일이라 말했다. 그 후 몇 년간에 걸쳐 애플은 계속 사용 허가를 요구했고 마침내 지난해 부정한 기획을 시도한 것이라고.

‘시스코는 매번 애플에게 상표를 양보할 마음이 없다고 전했다’고 소장에 기록되어 있었다.

 

애플은 시스코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오션 텔레콤 서비스(Ocean Telecom Services)라는 위장회사를 만들었다. 시스코의 소장에 의하면 오션 텔레콤 서비스는 지난해 9월 26일 미국내 사용 허가를 신청했다고.

소장에는 이 위장회사에 대해 ‘애플에 속하고 애플 대신 애플의 숙원을 성취하려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같은 시기인 지난해 9월 16일 애플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아이폰의 상표 등록을 신청했다.

 

엔드포인트 테크놀로지 어소시에이트(Endpoint Technologies Associates)의 애널리스트로 오랜 세월 애플의 동향을 살펴온 로저 케이(Roger Kay)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입에 바른 소리가 아닌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렸다.

“잡스의 태도가 곧지 못하다. 그는 라이선스도 지불하지 않고 교섭 또한 없이 상표를 손에 넣으려 한다. 참으로 오만의 극치다. 그의 내면에는 교묘히 피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있는 것이다.” (케이)

 

케이는 “소송을 길게 끌어봤자 서로에게 이득이 없을 것으로 보아 양 회사는 견해차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 말하고 “애플은 시스코의 담력을 시험하고 있다. 다른 회사라면 이렇게 대응할 수도 없겠지만”이라고 덧붙여 시스코의 풍부한 자금력에 대해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