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대 초고속 슈퍼컴퓨터를 개발하려면 많은 노력이 들지만 상위10위에 든다 해도 그 영광은 오래가지 않는다.
독일의 하이델베르그에서 열린 ISC(International Supercomputing Conference)에서 최근 공개된 최신 500대 초고속 슈퍼컴퓨터 목록의 상위 10위권에 든 기종 중에 5대는 신기종이었다. 이 가운데 IBM이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10위권 내에 6대를 진입시켰고 이중 5대는 6피트 높이의 캐비닛에 1024개의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블루 진이었다.
슈퍼컴퓨터 최고 순위는 1년에 2번씩 업데이트 되며 독일의 맨하임 대학, 테네시 대학, 미국 에너지성의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에서 탑500 목록을 선정한다. 선정 기준은 대수 연산을 수행하는 린팩이라는 테스트를 통해 초당 몇 조번의 계산을 하느냐에 따라 매겨진다.
슈퍼컴퓨터는 자동차 설계나 제약 연구에 사용된다. 하지만 슈퍼컴퓨터의 연구가 일반 컴퓨터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순위에서 상위권에 드는 기종들은 한대의 거대한 강력한 기종보다는 로우엔드 컴퓨터들을 수백, 혹은 수천대 연결한 클러스터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순위에 드는 시스템의 성능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500대 목록 중에서 가장 느린 컴퓨터는 1993년 6월 발표된 최초 500대 목록의 총 성능을 합한 것과 같다. 지난 1998년 11월에 발표된 랭킹 목록에서 1테라플롭스를 넘는 기종은 1대밖에 없었지만 이번 목록에서는 500대 모두 1테라플롭스 이상의 성능을 보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1위 기종인 IBM의 65636 프로세서 블루 진/L은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에 설치돼 있는데 이는 지난 2001년 11월 목록의 전체 성능을 합한 것보다 빠르다.
IBM은 블루 진/L의 성능을 3월의 135.5테라플롭스에서 136.8테라플롭스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IBM은 오는 11월에 있을 다음 순위 경쟁에서도 블루 진/L의 기록이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버모어 블루진 시스템의 크기를 2배로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IBM 딥 컴퓨팅 부사장 데이브 튜렉은 우리는 블루 진/L의 성능이 270~280테라플롭스까지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사하지만 더 작은 시스템인 왓슨 블루 진(BGW)은 91.3테라플롭스로 2위를 차지했다. 이번 목록에는 16개의 블루 진 기종이 랭크돼있다.
블루 진 시스템은 랙당 200만달러를 호가하지만 IBM은 부분 판매도 한다고 튜렉은 말했다. IBM은 생명과학 분야용으로 사이클롭이라는 새로운 블루 진 디자인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튜렉은 사이클롭의 상용화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IBM은 500대 목록 중에 256대가 랭크돼 있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번 목록에서는 216대가 순위 안에 들었었다. 이번 순위 선정에 참여한 연구단체들은 IBM은 이번 순위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다른 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고 성명서를 통해 전했다.
이렇게 IBM이 순위를 상승한데는 HP가 저조한 실적을 보인 탓이기도 하다. HP는 지난번 173대의 시스템을 순위에 진입시켰으나 이번에는 131대로 상당수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고성능 컴퓨팅 분야 전체의 매출을 두고 본다면 IBM을 앞서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IDC에 따르면 HP는 2005년 1분기의 19억달러 규모의 시장에서 34%를 차지해 28.2%인 IBM을 앞서고 있다. 다음으로는 썬 마이크로시스템즈가 12.3%, 델이 11.9%, SGI 가 2.6%로 뒤를 따르고 있다.
인텔도 이번 순위 선정에서 큰 전환을 맞고 있다. 사상 최초로 절반 이상인 254대의 시스템이 인텔의 제온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하지만 고급용인 아이태니엄 프로세서 사용 기종은 지난번 84대에서 79대로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인텔의 최대 라이벌 AMD는 옵테론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을 10위에 진입시켰다. 이 기종은 크레이가 산디아 국립 연구소를 위해 개발한 레드 스톰이란 컴퓨터로 15.2 테라플롭스 성능을 보였다. 그러나 산디아 대변인은 10월 이후에나 전체 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1년 전 크레이와 산디아는 이 컴퓨터의 성능이 100테라플롭스까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