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종량제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다시 이슈가 됐다. 지난 3월 10일 진대제 장관이 네티즌과의 간담회에서 “인터넷 정액제는 일부 무분별한 사용을 유발해 서비스 업체가 수익을 내기 어렵게 하는 구조”라며 종량제의 필요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종량제 도입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그 동안 꾸준히 제기해 왔으나 가입자들의 반발로 잠잠해진 상태였다. 종량제의 당위성종량제를 찬성하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주장하는 논리는 요금제의 형평성이다. 즉 온종일 인터넷에 매달려 사는 소수 네티즌의 요금을 대다수의 일반 네티즌이 부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인터넷 중독 현상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KT 데이터요금부장은 “현재 인터넷을 많이 쓰는 상위 5% 네티즌이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50%를 유발해 추가 회선을 확보하는 데 해마다 500억∼600억원이 투입된다”며 “종량제를 도입하면 트래픽이 줄고 인터넷 서비스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누구를 위한 종량제인가?일부 네티즌이 인터넷을 과도하게 사용해 전체 트래픽이 증가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모뎀 방식이나 누진제였던 기존 ISDN 방식에서 초고속 인터넷 요금으로 종량제를 도입한 것은 국민의 뜻이었다기보다는 사업자의 사업 전략의 산물임을 부인할 수 없다. 과연 종량제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대규모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휴대폰 보급에 보조금 지급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할 수 없듯이, 종량제는 인터넷 보급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결국 따지고 보면 휴대폰 중독이나 인터넷 중독을 부채질한 것이 사업자와 정부 정책이었던 것이다. 알코올 중독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주류 업체가 알코올 중독 해소를 위해 주류 가격을 인상해야겠다고 주장할 때, 과연 수긍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두루넷, 온세통신 등과 같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법정 관리에 들어간 이유가 정액제 때문이었을까? 잘 되면 자기 탓이고 잘못 되면 조상 탓이라고, 문제의 원인은 사업자의 출혈 경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항상 정책과 사용자에 돌리는 좋지 않은 관행은 언제쯤 없어질 것인가? 독점적인 지위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1위 사업자는 종량제를 언급하기 전에 전체 트래픽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3~40%의 사용자들에게 요금을 인하하는 정책을 먼저 구상하는 것이 1위 사업자가 가져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종량제 이후 득인가 실인가?네티즌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종량제가 시행된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 것인가? 우선 찬성론자들이 주장했듯이 전체 트래픽은 분명히 감소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초고속 인터넷 강국이 됐던 콘텐츠 증가와 보급은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멀티미디어 콘텐츠와 P2P 서비스는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아직도 발전해야 할 분야가 많이 남아 있는 인터넷 시장에 오히려 새로운 침체와 장기적인 불황을 몰고 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고 사업자와 정책 결정자들의 이익과 논리에 의해 오히려 인터넷 강국의 미래가 어두워질 수도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