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영상의 진화기록「오디오CD에서 DVD까지」

일반입력 :2004/11/02 10:49

박종하 (얼리어답터)

인류가 처음 실시간 미디어를 기록하고 재생할 수 있게 된 것은 1877년 12월 에디슨이 포노그래프라는 원통형 축음기를 발명하면서부터다. 이 축음기는 원통이 돌면서 그 표면에 소리를 기록하고 재생하는 형태였다. 이후 라디오 방송이 개시되고, 전기 축음기, LP 레코드, 테이프 레코더, 트랜지스터 라디오, 스테레오 레코드가 발매되는 등 소리를 기록하는 역사는 끝없이 진보하고 발전해 왔다. 하지만 가장 놀랍고도 혁신적인 진화는 디지털 미디어의 개막이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개막 - 오디오 CD

냉전 시대 이후 강대국을 위주로 전자 기술, 전자 산업의 발달이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미디어의 시대가 열리게 됐다. 그 시작은 오디오 CD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75년경 디지털 방식의 오디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1977년 디지털 오디오의 제품이 만들어진 후 여러 방식의 제품들이 제안됐으며, 표준 규격의 디지털 오디오를 제정하기 위해 세계 유명 51개 전자·오디오·음반 회사가 표준 방식을 심의했다. 이때 필립스와 소니가 제안한 컴팩트 디스크(CD), 일본 빅터(JVC)가 제안한 고밀도 오디오(AHD), 텔레풍켄과 텔덱이 제안한 미니?마이크로 디스크(MD) 등 세 가지 방식이 심의 대상에 올랐다(소니에서 개발한 녹음 가능한 디스크인 MD와 이 MD는 다른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CD가 디지털 오디오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됐다.

필립스가 세계 최초로 CD의 개발 일정을 공식 발표한 것은 에디슨이 포노그래프를 발명한 지 101년째 되는 해인 1978년 5월 17일. 이날 필립스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조용히’ 발표했다. 지름 110mm(4.5인치)의 원반, 회전 속도는 1.5m/s(59ips), 수록 시간은 1시간 이상, 소재는 플라스틱, 녹음 방식은 84데시벨의 SN비(신호대 잡음비)와 14비트의 디지털 코드를 사용하는 PCM 방식, 주파수 대역은 20~20KHz, 신호를 읽는 방식은 픽업 어셈블리에 장착된 다이오드 레이저를 이용한 광학식, 멀티 채널 재생이 가능, 크로스토크(좌우 음향의 간섭 현상)는 측정 불가능 등이다. 덧붙여 필립스는 이 음반을 구동하는 플레이어를 1980년대 초반까지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오디오 CD는 1982년 필립스와 소니에 의해 개발됐다. 두 회사는 자신들이 개발한 이 기술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완벽한 규격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만든 규격집이 레드북(red book)이다. 여기에는 CD에 디지털 방식으로 오디오 신호를 기록하고 읽는 방법이 기술되어 있고, 또한 CD를 읽어들이는 CDP(CD Player)에 대한 규격도 수록되어 있다. 레드북은 곧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아 IEC-908이라는 표준으로 확립됐다. 이후 오디오 CD는 점차 급성장해 LP를 몰아내고 카세트 테이프보다 더 많이 생산되기에 이르렀다.

오디오 CD의 포맷에 관한 뒷 얘기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카라얀과 관계된 일화이다. 최초에는 재생 시간을 70분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CD의 나머지 부분을 여분으로 남겨두려 했는데 이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의 한 음반 회사가 문제를 제기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9번의 길이가 74분이었는데 70분으로 결정된다면 이 곡은 두 장으로 나눠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시대의 최고의 지휘자 카라얀, 최고의 교향악단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그리고 최고의 명곡을 연주한 명반이기 때문에 이 음반 회사의 제기는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게 됐고, 결국에는 CD의 용량은 4분여가 늘어난 74분으로 결정됐다. 이후 카라얀은 ‘CD야말로 레코드 산업의 총아’라고 극찬했다.

이런 특징을 그대로 이용해 소리 정보 대신 컴퓨터의 디지털 정보를 CD에 기록할 수 있으리라는 착안이 생기고 바로 CD-ROM의 시초가 된 것이다. 이렇게 착안된 CD-ROM은 1983년에 필립스와 소니가 기술적인 내용을 발표했고, 이듬해 CD-ROM을 읽을 수 있는 CD-ROM 드라이브가 선보이면서 CD-ROM의 시대를 열어갔다. 이에 대한 규격 역시 필립스와 소니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이 규격집을 옐로우북(yellow book)이라고 부른다.

레이저 비디오 디스크의 출현

오디오 CD의 출현이 레이저와 플라스틱을 이용한 광학미디어의 유용성을 확인시켜 주게 됐다. 그래서 오디오 CD에 이어 비디오를 저장하기 위한 레이저디스크가 개발됐다. LP 디스크 크기인 12인치(30cm)의 레이저 비디오 디스크는 레이저 디스크 혹은 LD라고도 불리는데, 아마 DVD 세대의 독자라면 실제로 LD를 본 적이 없을 것이다.

LD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LD도 CD와 비슷하게 나선형의 홈을 사용하지만 LD의 비디오 데이터는 디지털이라기보다 아날로그다. 그러나 LD의 화질은 수평 해상도 400라인에 이를 정도로 위력적이다. 사실 레이저 디스크는 최상의 NTSC 방송보다도 더 디테일한 시그널을 전달한다.

LD의 융통성과 사운드 성능 또한 특별하다. 디지털 메모리 기술은 CAV(Constant Angular Velocity) 디스크와 CLV(Constant Linear Velocity) 디스크 사이에 특수 효과의 차이를 없애 버렸다. 기계적인 발전으로 말미암아 LD 플레이어들은 두 시간 가량의 영화를 재생할 때 아무런 간섭 없이 디스크 양면을 읽을 수 있다.

예전의 LD 디스크와 플레이어는 아날로그 오디오만을 사용했지만, 1984년 이후에 생산된 것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두 가지 다 가능하다. 나중에 나온 플레이어들은 오디오 정보를 두 가지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하이파이 VCR과 동일한 FM 타입을 사용하는 표준 2채널 아날로그 오디오 트랙이나, CD 수준의 스테레오 사운드를 재생해내는 PCM(Pulse Code Modulation) 디지털 오디오 트랙에서 오디오 정보를 읽는다. 1984년 이후 제조된 LD 플레이어는 저질의 AFM 아날로그 오디오 정보가 아닌 디지털 오디오 데이터에 자동으로 초기화되어 있다.

게다가 어떤 LD 플레이어들은 완전 5.1채널 분리 돌비 디지털 사운드트랙을 읽을 수 있는 돌비 디지털 회로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돌비 디지털 디스크는 돌비 디지털 정보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아날로그 FM 트랙 중 하나를 희생시켰다.

오디오 CD의 확장 포맷 - VCD

비디오 CD(VCD)는 1993년에 JVC, 필립스, 소니, 마쯔시다 등에 의해 소개됐으며, 화이트북 규격에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비디오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대량의 저장 공간이 요구되는데, 1초당 대체로 5MB의 저장 공간이 필요하므로, 이대로 계산한다면 680MB 용량의 CD 한 장에 대략 2분 분량의 비디오를 저장할 수 있을 뿐이다. 실제로 비디오 정보를 한 장의 CD에 저장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압축해 저장하고 재생할 때 압축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풀어줘야 한다.

MPEG-1(Motion Picture Experts Group-1)은 데이터를 최고 200:1의 비율로 압축한다. MPEG은 MPEG 비디오를 사용하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제작 회사들에 의해 사용되는 국제 규격이다. MPEG 비디오는 또한 어떠한 CD에도 저장될 수 있다. VCD 형식은 MPEG-1 데이터에서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하며 CD-i 실행 시간 활용 능력을 포함함으로써 특화된 비디오 저작 능력을 추가한다.

VCD는 CD-ROM XA에 기반을 둔 CD 형식으로서 MPEG-1 비디오 데이터를 수록함은 물론, 상호작용 능력을 갖추도록 특별히 설계됐다. VCD는 DVD의 해상도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VHS와는 비슷한 해상도를 가진다. 각 VCD 디스크는 72~74분 정도의 비디오를 수록할 수 있으며, 1.44M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가진다. VCD는 TV셋이나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는 VCD 플레이어, CD-i 플레이어, 일부 CD-ROM 드라이브, 그리고 일부 DVD 플레이어에서도 재생될 수 있다.

진정한 디지털 멀티미디어 시대의 개막 - DVD

DVD(Digital Versatile Disc)는 고음질, 고화질, 인터랙티브 기능을 갖춘 미디어로서, 12cm인 광학 미디어에서 고밀도 압축 비디오, 오디오를 재생할 수 있어 기존 비디오 테이프보다 약 2배 향상된 고화질과 현장감 있는 다채널 사운드를 들을 수 있으며 영화 자막을 변환할 수 있고 내용별로 보기, 주인공 소개, 감독 소개 등 다양한 메뉴를 소비자가 직접 선택해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봤듯이 비디오 CD는 MPEG-1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DVD는 90년대 중반 이후 MPEG2를 비롯한 한차원 높은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세계 가전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일본 업체들(소니, 도시바, 마쯔시다 등)은 DVD 업계 표준을 위해서 도시바, 마쯔시다 진영과 소니, 필립스 진영이 세력을 규합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들 중 가장 먼저 돌파구를 찾기 위한 몸부림은 소니로부터 시작됐는데, 소니는 기존의 광디스크인 CD를 필립스와 공동으로 규격을 정한 업체로 새로운 고밀도 디스크로 기존의 CD에 트랙 피치와 피트의 용적을 줄이는 방법인 MMCD(Multi-Media Compact Disc)을 채택했고, 필립스, 마쯔시다, 톰슨에 공동으로 규격을 확정시키려고 노력했다.

다른 일본 업체는 소니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도시바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고밀도 디스크의 규격인 SD(Super Density, CD의 두께(1.2mm)를 반으로 나누어 붙이는 형태)을 마련해 일본 기업간의 규격 채택을 위한 싸움이 시작됐다. 결국 마쯔시다가 소니의 틀에서 벗어나 도시바 그룹에 합류하고 톰슨마저도 소니 진영에서 이탈해 도시바 진영으로 합류해 양대 그룹간의 규격 전쟁은 도시바 그룹으로 승리가 넘어가게 됐다. 소니 진영은 결국 항복할 수밖에 없어 규격 전쟁은 일단락되고 양 진영은 95년 9월 15일 DVD 규격 통합에 합의, DVD라는 명칭으로 DVD 영상 및 DVD-ROM의 통합 규격을 제정, 발표하게 됐고 이러한 규격 전쟁을 통해 나온 것이 현재의 DVD이다.

DVD의 표준 규격

DVD-비디오의 유사 형태로 DVD-ROM, DVD-오디오, DVD-R/+R, DVD-RAM 등이 있다. DVD-ROM은 CD-ROM처럼 파일 읽기만 가능한 형식이다. 기존 CD-ROM 7장 분량을 1장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며, 이를 통해 멀티미디어 실현에 필수적인 고용량 저장 공간이 확보되어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영상, 음향을 자유롭게 담을 수 있다.

DVD-오디오는 SACD와 함께 기존 오디오 CD의 음질과 채널을 DVD-비디오수준 이상으로 발전시킨 형태이다. 최고 192kHz/24비트(2채널 때)의 고음질을 수록하고, 최대 6채널까지 멀티 채널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CD의 16비트 샘플링 주파수가 44.1kHz(샘플링 주파수가 높을수록 음질이 좋다)인 데 비해 6배이상의 고용량, 고음질인 셈이다.

DVD-R 디스크는 단면 단층에 4.7GB를 기록가능한 DVD미디어로써 파이오니아와 도시바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 DVD 포럼의 표준화 작업에서 2000년 9월 완료된 공식적 표준에 의한 디스크이다. 이에 대항해 필립스와 소니를 주축으로 한 진영에서 자체적으로 기준을 정하고 시장에 내놓은 것이 DVD+R 디스크이다. 이 진영은 후발 주자이지만 시장점유율을 높임으로써 DVD+R 디스크를 사실상의 표준으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현재는 -R/+R을 동시에 지원하는 멀티포맷 드라이브가 보편화되면서 -R/+R 진영의 싸움은 무승부로 정리되고 있다. DVD-RW 와 DVD+RW 는 DVD-R/+R 의 지웠다 썼다를 반복할 수 있는 형태의 디스크를 말한다.

최근에는 듀얼레이어 DVD-R/+R 드라이브가 출시되었는데, 기존의 싱글레이어 DVD-R/+R의 용량은 4.7GB인데 반해 듀얼레이어는 한면에 9.2GB의 용량을 담을 수 있다. 아직 미디어를 구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올 연말께면 상당히 대중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

차세대 HD급 미디어, D-VHS

디지털 HDTV의 방송 규격이 MPEG-2 기반으로 정착된 후에 차세대 디지털 미디어의 초관심사는 HD급 해상도의 비디오를 저장할 수 있는 미디어가 무엇이 될 것인지에 걸려 있다. HD급 방송 데이터는 초당 18~20Mbps 급으로 MPEG-2 비디오와 AC-3 스테레오/5.1채널 혹은 일본 방송의 경우 AAC 스테레오/5.1채널 오디오를 가진다. 용량으로 보자면 시간당 8~10GB의 용량을 가진다. 따라서 단면 단층 4.7GB DVD-R 미디어를 쓰더라도 20~30분 분량밖에 기록하지 못한다.

이러한 고용량의 HDTV 디지털 방송수신 스트림을 디지털로 그대로 저장하기 위해 1999년 JVC에 의해 최초로 고안된 것이 D-VHS이다(D-VHS 이전에 아날로그 HD 형태로 저장하기 위한 W-VHS가 있긴 했다). D-VHS는 기존의 VHS 테이프와 동일한 외형을 가지지만 기록밀도가 높은 자성체를 도포한 테이프를 사용한다. 그러나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D-VHS 테이프보다 훨씬 저렴한 S-VHS 테이프를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테이프 미디어라는 특성 때문에 비교적 저렴하긴 하지만, 아날로그 VHS와 호환되지 않고 부피가 크며 보관 상태에 따라서 노이즈가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반영구적으로 HD 방송을 저장하는 데는 D-VHS가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D-VHS 데크에 HD 방송을 녹화하기 위해서는 i.Link(IEEE1394)가 내장된 HD 셋탑박스와 연결해 기존 아날로그 VHS처럼 녹화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D-VHS의 상용 포맷, D-THEATER

D-VHS 미디어에 영화 타이틀을 담아서 판매되고 있는 방식이 D-THEATER이다. D-THEATER는 19Mbps인 HDTV보다 10Mbps 더 높은 28.8Mbps로 스트림이 저장되어 HDTV보다도 더 뛰어난 화질과 음질을 지원한다. 오디오 트랙의 경우 DTS 96KHz/24비트 방식까지 지원함으로써 현존하는 가정용 미디어로써는 최고의 화질과 음질을 가질 수 있다.

D-THEATER에도 DVD처럼 헐리우드 영화사들의 요구로 지역 코드가 할당되어 있으며, 현재는 북미 지역 코드인 RC1 타이틀만 출시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미국판 D-VHS 플레이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재생할 방법이 없는 데다가 D-VHS를 제조하고 있는 JVC만이 D-Theater를 재생할 수 있는 D-VHS 데크를 제조하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적으로 코드 프리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그러나 홈씨어터 시스템을 구축한 AV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D-THEATER 타이틀을 미국 사이트에서 직접 주문해서 감상하고 있는 사용자들에 의해 차츰 알려지고 있다.

차세대 HD급 광학 미디어의 핵심, 청색 레이저

설치한 지 5년 이상된 옥외 LED 전광판을 보면 붉은 색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그것은 빛의 3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색 LED 중에 빛의 파장이 짧은 청색 LED가 없어서 그랬던 것이다. 이후 청색 LED의 개발은 짧은 파장의 청색 레이저 다이오드 개발에도 가속을 가하는데 청색 레이저의 개발로 CD나 DVD보다 더 고밀도의 광학 미디어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현행 DVD에 사용하고 있는 적색 반도체 레이저의 파장이 650㎚인데 대해 청색 반도체 레이저는 450㎚로 짧다. 빛은 파장이 짧을수록 초점을 작게 할 수 있고, 그만큼 디스크에 세밀히 기록한 신호도 읽어내 고밀도의 기록, 재생이 가능하다. 청색 레이저를 사용한 미디어 중에 하나가 소니에서 주도하고 있는 블루레이 디스크(Blue-Ray Disc)와 도시바, NEC에서 주도하고 있는 HD-DVD이다.

소니의 또 한번의 표준에 대한 도전, 블루레이 디스크

블루레이 디스크 관련 제품 개발 업체들이 과거의 카세트 비디오 레코더의 규격 다툼과 DVD 표준 규격 전쟁에서 낭패를 당한 기억을 알고 있듯이, 또 다시 과거의 어려운 기술 개발에 따른 막심한 기술 개발비에 대한 손해를 막기 위해 일찍이 소니의 주도로 ‘블루레이 방식 기술 표준 협약’이라는 포럼을 만들게 됐다.

이 표준 협약은 소니, 파이오니아, 파나소닉, 삼성전자, LG전자, 필립스, 샤프, 히타치 등 9개 회사가 주축이 돼 협약이 이뤄졌다. 이 포럼에서 결정된 내용 중 하나가 블루레이 디스크의 최대 저장 용량을 50GB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한면에 25GB의 데이터를 기록 재생할 수 있는 새로운 블루레이 디스크는 현재의 DVD 영화 포맷의 5배 이상 저장 용량과 HD 방송의 경우 4시간 분량을 저장할 수 있고, 일반 TV 방송은 연속 26시간 정도의 분량을 저장할 수 있는 규격이다. 블루레이 디스크는 초기에는 23.3~27GB의 용량을 제공하는 단면 1층 디스크가 출시될 예정이며, 차후 단면 2층 구조의 50GB, 단면 1층의 30GB를 목표로 하는 대용량화를 꾀할 것이다.

블루레이 규격 책정에 참여하는 멤버 구성을 살펴보면 현재 DVD 포럼에서 활동하는 각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DVD 포럼의 새로운 규격은 아니다. 블루레이는 DVD 포럼과는 또 다른 경로로 발표된 별도 규격이며 그동안 DVD의 물리적 논리적 포맷의 난립으로 규격화와 호환성에 문제가 발생했던 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제정된 HD-DVD 세계 표준 규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현재 DVD의 기록 용량이 4.7GB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27GB라는 용량은 매우 큰 편이지만 그 정도의 용량이라면 HDTV 영상의 경우 2시간 정도만 기록할 수 있으며 D-VHS에 기록된 영상은 블루레이 디스크로 저장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단면 2층 구조의 50GB 용량의 미디어가 하루 빨리 개발돼야 하며 이 미디어를 전제로 호환성을 확보하는 것이 블루레이의 성공 확률을 높여줄 것이다.

다만 DVD 포럼의 의장을 맡고 있는 도시바가 블루레이 멤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DVD 포럼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도시바로서는 지금까지 확실한 자기만의 영역을 마련해 놓은 상황에서 굳이 블루레이 디스크 진영에 주 멤버로 참여하지 않는 이상 별다른 소득이 없다는 판단 아래 블루레이 규격화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도시바는 블루레이가 HD-DVD의 규격으로 정립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까? 물론 아니다. 도시바는 블루레이 진영에 참여하지 않은 NEC 등의 업체들을 규합해 자신만의 HD-DVD 표준인 AOD(Advanced Optical Disc) 포맷을 발표했으며, 이는 현재 DVD 포럼에서 차세대 DVD 표준 규격으로 AOD 포맷이 채택됐음을 의미한다.

물론 블루레이 진영이 규격 추진에 좀 더 빠르게 합의를 했고 세부 사양의 공개 및 2002년 7월부터 라이선스 제공에 들어가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 DVD 포럼의 지원을 받는 AOD와 우열을 점치기 힘든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블루레이의 50GB 용량에 비해 AOD는 40GB 용량으로 약간 뒤쳐지지만 AOD는 기존 DVD와 동일한 공정에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빠른 출시와 가격 인하를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런 양상이 지속될 경우 현재 다양한 DVD 규격이 존재하는 것처럼 HD-DVD 규격도 표준화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국내의 경우는 삼성전자가 소니와 협력 관계로 블루레이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얼마나 빨리 제품을 출시하는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지, 높은 호환성을 제공해 주는지, 그리고 영화 타이틀 등 관련 컨텐츠를 얼마나 잘 제공해 주는지에 따라 HD-DVD의 표준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니, 마쯔시다, 삼성전자 등이 블루레이 디스크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블루레이 디스크 레코더’ 상용화 제품이 개발 완료되어 있는 상태이다.

DVD 포럼에서는 HD-DVD를 표준 인정

미디어에 관련된 회사들이 모여 DVD의 규격을 제정해서 보급하는 단체인 DVD 포럼에서는 DVD의 후속 버전인 HD DVD-ROM의 최종 버전을 인증했다. 블루레이 디스크가 카트리지 안에 들어 있는 미디어의 형태를 가진다면 HD-DVD는 DVD처럼 지름 12cm의 현행 광학 디스크에 최고 20GB의 데이터를 단면에 기록할 수 있는 차세대 DVD 규격이다. 이 포맷은 도시바와 NEC가 개발한 것에 기준한 것이다.

차세대 DVD 표준을 놓고 일단 HD-DVD는 기록계, 재생계 디스크 표준에서 모두 DVD 포럼의 인증을 받게 됨으로써 타 표준 대비 유리한 위치에 올라서게 됐다. 현재 블루 레이저를 사용한 고밀도 차세대 DVD 디스크는 블루레이가 가장 많은 업계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DVD 포럼의 인증은 받지 못했다. 이 표준은 12개의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애초에 HD 비디오 레코딩을 주요 목표로 제정됐지만 최근 HP나 델이 이를 데이터 저장용의 컴퓨터 부분으로까지 확장시킬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이외에도 블루레이를 주도하는 소니도 고유의 디스크 포맷인 프로페셔널 디스크란 표준을 제정하고 있다.

또한 영국의 Plasmon이란 업체는 고유의 UDO(Ultra Density Optical)이라는 포맷을 내놓고 있다. 이 UDO는 이전 MO 디스크의 대안으로 데이터 보관과 저장을 주요 설계 목표로 두고 있다. 이 포맷들은 모두 물리적으로 호환되지 않지만 현재 DVD와 CD에서 사용되는 적색 레이저보다 짧은 파장의 블루 레이저를 사용한다는 것은 공통적이다. 한편 최근 DVD 포럼의 주요 위원회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월트디즈니가 신규로 포함됐다. 현재 DVD 포럼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히다찌, IBM, ITRI, 인텔, 마쯔시다, 미쯔비시, NEC, 파이오니어, 필립스, 산요, 샤프, 소니, 톰슨, 타임워너, 도시바, 빅터 등이 참여하고 있다.

HD DVD-ROM 포맷 1.0의 승인은 이 표준을 제안했던 NEC와 도시바에게 큰 힘을 실어주게 될 전망이다. DVD 포럼에 의하면 12cm 직경의 HD-DVD 디스크는 싱글 레이어 15GB/듀얼 레이어 30GB의 용량을 제공하며 현존하는 DVD와 같은 레이어 높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 비용이 다른 표준 대비 저렴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HD급 광학 미디어 전쟁의 시작

차세대 DVD 규격을 놓고 HD-DVD-ROM과 대결 구도를 형성할 블루레이 레코더는 이미 상용화됐지만 가격대가 300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시장 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또 발빠른 삼성은 블루레이 레코더의 출시와 함께 HD 셋탑박스와 HD-DVD 플레이어 일체형의 콤보 제품을 출시하는 양다리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 포스트 DVD 규격을 놓고 HD-DVD-ROM과 블루레이가 벌이는 대결 향방을 결정할 대상은 DVD 사용자들이 아니라 전 세계 DVD 시장에 대부분의 소스를 공급하는 할리우드가 될 것이다. 매년 수억 장의 DVD를 제조, 판매하는 할리우드의 영화사들이 어떤 규격을 채택하는지에 따라 두 규격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선택의 제 1조건은 역시 제조 단가이기 때문에 두 규격 중에 어느 것이 생산 단가를 빠른 속도로 안정시키느냐가 시장 선점의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선명한 하이비전 방송을 2시간 이상 녹화·재생할 수 있는 차세대 광디스크를 둘러싼 규격 경쟁이 조만간 일본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 시작을 알린 것은 마쯔시다가 내놓은 블루레이 디스크 규격의 DVD 레코더. 이 제품의 본격적인 보급은 2005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소니-마쓰시타는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도시바-NEC 연합의 ‘HD DVD’를 앞서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경산업(日經産業) 신문은 앞으로 벌어질 DVD 레코더 규격 경쟁의 포인트가 무엇인지 짚어봤다.

소비자 입장에서 봤을 때 두 가지 규격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 장의 디스크로 기록할 수 있는 용량일 것이다. HD DVD는 단층으로 15GB인 반면, 블루레이 디스크는 25GB. 마쯔시다가 올 여름 발매할 신제품은 2층 블루레이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기록 용량은 50GB로 현행 DVD의 10배 이상이 된다. 장시간 녹화가 가능하다는 이점은 과거 비디오의 ‘VHS 대 베타 전쟁’에서도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소니 관계자는 “어떤 시대든 규격 경쟁에서는 기록 용량이 큰 쪽이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한다.

그간 도시바와 현행 DVD 규격을 만드는 데 노력해 온 마Wm시다가 이번에 소니와 손을 잡은 것도 화상을 압축하지 않고 2시간 이상 하이비전 방송을 녹화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자는 생각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앞으로 8층 디스크로 기록 용량을 200GB까지 끌어올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HD DVD 진영의 생각은 다르다. DVD 레코더에 탑재될 HDD의 기록 용량은 증가일로에 있다. 올 연말 성수기에는 각 기업 모두 최상위 기종에 400GB HDD를 탑재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HDD에 대량의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게 된다면 보존용으로 사용하는 디스크 1장당 기록 용량이 규격 선택의 결정적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도시바의 생각이다.

고품위의 멀티미디어 세상

MP3, HDR/PVR, VOD, AOD 스트리밍 서비스의 출현과 새로운 미디어의 개발로, 나온 지 20년이 지난 오디오 CD와 10년 밖에 안 된 DVD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빌게이츠가 앞으로 DVD는 10년 이내에 사라질 것이라는 ‘충격 예언’을 하는 바람에 DVD 동호회 사람들의 심경을 편치 않게 한 사례도 있다.

필자는 요즘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서 CD-R이나 DVD-R에 보관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나이가 들어 30년쯤 후에 다시 볼 방법이 과연 남아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들 정도이다. 그때쯤 CD-ROM이나 DVD-ROM이 없어지거나 JPG이나 AVI 포맷을 재생할 프로그램이나 기기가 남아있을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할 만큼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30~40년 전의 LP 디스크를 턴테이블에 얹어 진공관 앰프와 JBL 스피커로 남다른 애호가적 취향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 아날로그적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억지로 안심하고 있다. 어쨌든 좀 더 간편하고 고용량화되고 고품위의 멀티미디어 세상이 다가오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