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석의 스마트 모델링] 다음의 라이코스 인수는 경쟁 콤플렉스? 또는 승부수?

류한석입력 :2004/08/09 15:52

류한석 (컬럼니스트)

최근 다음의 라이코스 인수에 대해 많은 언론, 증권가 애널리스트, 인터넷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번 일은 그간 순발력과 집중력 없이 초기 선점의 프리미엄(메일, 카페)에 의지하던 한 인터넷 업체가 경쟁 콤플렉스에 의해 잘못 둔 악수(惡手)인가? 아니면 초기에 보여주었던 탁월한 개척 정신을 다시 한번 발휘하고 경쟁 업체의 추월을 확실하게 따돌리기 위한 배수진(背水陣)을 친 승부수인가?단 하나의 히트곡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이내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져간 가수들을 ‘One Hit Wonders’라고 한다. 그러한 ‘반짝 가수’를 풍자한 영화인 ‘댓씽유두(That Thing You Do)’를 보면, 아예 주인공 그룹 이름이 Wonders이다. 특히 인터넷, IT 업계에는 이러한 Wonders가 많다. 일일이 이름을 거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필자 또한 9시 뉴스에도 나왔고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기업의 창립자 중 한 사람이었으나, 결국 실패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것의 의미를 가슴 절절하게 이해하고 있다.업계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업체들, 또는 명백만 유지하고 있는 업체들도 많은 와중에 지금까지 시장의 선두를 다투며 업계를 리드하고 있는 인터넷 기업들은 나름대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경쟁력 있는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러 인터넷 기업들 중에서 NHN의 탁월한 순발력과 집중력에 많은 사람들이 감탄한 바 있다. 지속적인 서비스 개발과 그것의 성공에 따라 현재의 위치를 얻었기 때문이다.그에 비해 다음은 현재 국내 포탈 사이트 1, 2위를 다투는 업체긴 하지만 사실 Wonders에 가깝다. 초기의 메일, 카페라는 히트곡을 너무 오래 부르고 있는 Wonders이다. 다음은 메일, 카페를 중심으로 막강한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후발 업체들의 서비스를 답습할 뿐 인상적인 서비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 점이 바로 다음의 행보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점인데, 필자는 2년 전 다음의 임원 및 직원들과 만났을 때 그 이유를 깨달은 바 있다. 개척 정신보다는 1위라는 우쭐함이 아주 강력하게 와 닿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4년 전 야후 코리아에게서 느낀 바로 그 느낌이었다.일반적인 인터넷 기업의 거의 유일한 장점은 대기업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순발력과 집중력이다. 기술력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독자들도 잘 알다시피, 대기업의 연구소에서는 엄청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관련 분야에 대해 매년 수천 건 이상의 기술 특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기술로서는 사실 대기업을 당하기 힘들지만, 벤처기업의 기술력은 ‘선점의 프리미엄’이 있는 분야를 공략하는 순발력과 집중력을 통하여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순발력과 집중력을 지속하지 못하는 벤처 기업, 인터넷 기업은 성공 또한 지속하기 힘들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핵심적인 요인들을 고려해보건대, 다음의 이번 승부수는 실패할 것으로 예측된다. 테라 네트웍스가 2000년 125억 달러에 산 라이코스를 다음에게 9천 500백만 달러에 팔았을 때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것도 지난 4월에는 2억 달러에 매물에 내놓았던 것을, 사려는 기업이 없어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팔게 된 것이다. 라이코스는 분명 국내, 해외의 많은 사용자들이 알고 있는 브랜드이기는 하지만 서서히 추락하고 있는, 말하자면 노쇠한 느낌의 브랜드다. 인수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한 브랜드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마치 아이러브스쿨을 과거의 지위로 올리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인터넷에는 ‘추락 후 추락의 법칙’만 있을 뿐, ‘추락 후 상승의 법칙’은 없다.사용자들의 인식 및 시장 점유율에서 추락해가는 라이코스를 다음의 이재웅 사장이 되살린다면, 어쩌면 ‘인터넷 경영의 신’으로 불릴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인터넷 업계에서는 그러한 사례가 전무(全無)에 가깝다. 다음은 그것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막연하게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은 다음의 3가지 과제를 먼저 풀어야 할 것이다.첫째, 내부 경영(Management) 및 인적 자원 관리의 문제이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스마트한 인재가 제일 먼저 떠난다. 그것이 개인에게도 이익이고, 거기다 더 나은 환경에서 조직과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분 있는 일이다. 다음의 인력이 얼마나 파견될 지 또는 현지에서 조달될 지는 알 수는 없지만, 이 문제는 생각보다 아주 어려운 숙제가 될 것이다. 글로벌 인지도가 있고 오랜 기간 동안 경영 능력의 노하우를 갖춘 대기업조차 M&A 후 경영과 인적 자원의 관리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음은 어떠한 복안이 있는지 궁금하다.둘째, 마케팅 전략 및 예산의 문제이다. 다음은 국내에서도 그다지 마케팅을 잘 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해외 시장에서는 어떠할 것인가? 마케팅 전문가들은 M&A 후 인수 기업이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한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결 같이 지적한다. 이번 인수를 위해 이미 상당한 보유 현금을 사용하고 회사채 발행으로 비용을 충당한 다음이, 향후 발생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궁금하다.다음은 이번 인수 비용의 15~20% 정도인 150~200억 정도의 추가적인 운영 자금 및 구조조정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그것은 너무 적게 잡은 것이다. 필자는 그것의 최소 몇 배 이상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셋째, 기술의 문제이다. 비즈니스 모델과 IT 연구 & 개발 능력을 모두 포괄적인 기술의 범위로 볼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 필자는 IT 연구 & 개발 능력을 기술로서 언급하고자 한다. 다음은 기술적으로 앞서있는 기업인가? 다음이 그간 인터넷 기술에 대한 심도 있는 각종 특허, 그리고 인상 깊은 서비스 능력, 성능 좋고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다음은 그러지 못했다. 기술 특허, R&D에 대한 투자, 보유한 IT 전문가만이 이것에 대한 답변이 될 것이다.아마도, 어떻게 인터넷 기업이 위의 것들을 모두 제대로 챙길 수 있냐고 반문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수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Wonders의 일원이 되어 사라져가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단지 인터넷 기업이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을 언급한 것이다. 경영이란 트레이드오프(Trade-off)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간과한 위험 하나 때문에 사라지는 기업들이 많다. 그래서 대개 오랜 시간 동안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신중하고 착실한 경영을 하는 기업들이고, 바로 그 점에 있어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를 먹고 사는 것이다.결론적으로 다음은 인터넷 기업의 관점에서 볼 때 순발력과 집중력이 부족하고, 특별한 기술적 무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글로벌 기업의 관점에서 볼 때에는 경영/마케팅 능력에 대한 신뢰도를 아직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된다. 거기다 앞으로 분명히 감당하기 어려운 각종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필자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다음이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갖고 있다면, 어쩌면 다음은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간과한 부분이 분명히 있고 지금부터라도 반드시 철저하게 제대로 된 위험 관리(Risk Management)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올해는 다음의 ‘글로벌 원년’이 아닌 ‘최고의 악수’를 둔 해로 기억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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