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를 탑재한 데스크톱 PC를 이용해 웹 서핑을 즐기거나 스프레드시트 정도를 이용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어도비, 매크로미디어, 또는 인기있는 개인 자산관리 프로그램 ‘퀵큰’ 개발업체인 인투이트와 같은 주요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 회사들은 여전히 리눅스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급진적 리눅스 지지자인 브루스 페렌스와 같은 인물도 리눅스에서 찾지 못하는 애플리케이션이 간혹 있다고 인정할 정도다.
페렌스는 “실은 나도 1년에 한번쯤은 퀵큰이나 터보택스를 쓰기위해 윈도우를 사용한다”고 토로했다.
퀵큰이나 포토샵 같은 애플리케이션이 없어도 리눅스 데스크톱이 성장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 오픈소스 지지자들, 애널리스트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리눅스 애플리케이션이 발전해 결국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사람들을 리눅스로 전환시키려면 먼저 친숙한 소프트웨어가 리눅스 버전으로도 제공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미안 리눅스 데스크톱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시작한 미구엘 드 이카자는 “사람은 한 제품에 익숙해지면 가능한 한 다른 제품으로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오픈소스 진영에도 윈도우용 못지 않은 애플리케이션들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자신들이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컨설턴트 짐 리처드슨과 같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의 행보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애플리케이션들이 없다고 해서 불편하지도 않고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없다. 포토샵은 예외지만, (리눅스를 무시함으로써) 어도비도 조만간 큰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시장성 있나 더 지켜보자
대부분의 주요 애플리케이션 판매업체들 입장에서 보면 리눅스 애플리케이션은 “닭이 먼저나 계란이 먼저냐”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리눅스 제품을 개발해야 할 만큼 리눅스 사용자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반대로 인기있는 제품이 없으면 사람들은 리눅스로 잘 옮겨오지 않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은 리눅스 시장에 대한 큰 투자는 피한 채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 ‘입질’ 수준의 실험만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도비는 PDF 파일 뷰어인 어도비 리더의 리눅스 버전을 제공하고 있다. 어도비는 2년전 프레임메이커 리눅스 버전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으나 이후 “리눅스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사용자들의 요구가 형성될 때 까지” 더이상 리눅스 프로젝트는 진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리눅스 지지자들은 “리눅스에는 PC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애플리케이션들이 이미 충분하다”고 주장하면서 리눅스 데스크톱 시장 성장을 확신하고 있다. openoffice.org에 참여하고 있는 개발자 개리 에드워즈는 “openoffice.org 생산성 패키지, 모질라 브라우저를 비롯해 훌륭한 리눅스 고유 애플리케이션들은 대다수 사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서 “중추 역할은 openoffice.org와 mozilla.org가 하고 있다. 나머지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는 양념들”이라고 말했다.
서버시장 성공, 데스크톱에서도 재현
리눅스 지지자들은 서버시장에서처럼 데스크톱 운영체제 시장에서도 리눅스가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버 시장에서도 처음엔 보잘 것 없었지만 마이SQL, 아파치 웹서버 등이 나오면서 큰 힘을 받아 지금은 핵심 서버 시장에서 윈도우에 버금가거나 심지어 뛰어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리눅스 데스크톱이 사용자 인터페이스부터 애플리케이션까지 충분히 뒷받침된다면 곧 서버 시장의 전례를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페렌스는 “기업 직원들 가운데 80%가 자신을 ‘단순 사용자층’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현존하는 리눅스 애플리케이션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면서 사용자의 80%가 아무 불편없이 리눅스 데스크톱을 사용할 수 있는 단계에 와있음을 강조했다.
드 이카자는 “리눅스 고유 애플리케이션만으로 기본적인 업무는 다 해결된다”면서 “나머지는 앞으로 데스크톱 리눅스가 확산되면서 점차 성장할 ‘틈새 시장’에 필요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 ‘틈새’ 애플리케이션이 문제다. 리눅스는 윈도우의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에 해당되는 제품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제품 성숙도, 편리성에 있어서는 제품마다 편차가 큰게 사실이다. GIMP(GNU Image Manipulation Program)는 오픈오피스, 모질라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우수한’ 수준으로 인정받지만 GNU캐쉬는 인투이트 퀴큰의 아성에 도전하기에는 아직 한참 멀었다.
나중에? 그땐 이미 늦어
데스크톱 리눅스 업체인 린도우의 CEO 마이클 로버트슨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업체들은 리눅스 시장을 관망하면서 기다린다는 전략이지만 알고보면 그다지 기다릴만한 시간이 없다. 큰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리눅스에 대응하든지, 아니면 (리눅스에서) 모자란 부분에 대한 요구가 본격적으로 발생할 때까지 기다리든지 선택할 수 있다. 업체들은 이미 후자를 택하고 있지만 현재 리눅스 애플리케이션들의 품질은 (주요 업체들이 필요없을 만큼) 향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페렌스도 “제대로 된 리눅스 버전 애플리케이션을 ‘지금’ 갖고있지 않은 회사는 사실 시장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결국 훌륭한 오픈소스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진입하려 해봤자 이미 기회는 날아가고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드워즈는 “어도비, 인투이트와 같은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에게 리눅스 지원은 일종의 보험”이라면서 “MS가 또다시 이 업체들의 시장을 잠식하기 위해 경쟁하려 든다면 어쩌겠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에드워즈는 이어 “어도비는 사용자와 ‘잠재적’ 사용자라는 2개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MS는 어도비의 잠재적 사용자 시장을 노리고 있으며 실제로 빼앗아 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윈도우 플랫폼에 기본적으로 내재하는 위협이다. 이 업체들이 MS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실상의 유일한 방법은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협력해 ‘포팅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환경’을 구축하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리눅스 애플리케이션 품질「충분하다 vs 아니다」
애널리스트들은 openoffice.org를 비롯한 일부 애플리케이션이 ‘충분히 양호한’ 수준에 올랐을지 몰라도 “기업들에게 리눅스로 전환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노력을 기울이라”고 말할 만큼은 아닐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IDC 애널리스트 앨 길런은 “기업들의 데스크톱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이점을 보여줘야 한다. 별다른 이점도 없는데 왜 수고해가면서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는가”라고 말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테스 셰들러는 “리눅스 애플리케이션이 윈도우 애플리케이션만큼 좋다는 정도로는 시장의 관심을 끌 수 없다. 마치 초기 PC 시장과 유사한 상황으로, 고유의 가치를 창조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로버트슨은 리눅스 시장에 대한 잠재력이 큰 일부 국가에서는 ‘충분히 좋은’ 정도로 어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남미나 아시아 일부 지역 등 최근 부상하고 있는 시장은 윈도우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리눅스를 도입하고 있다. 이 시장은 애플리케이션의 외양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는 것이다.
리눅수 전환의 중간다리 '에뮬레이터'
리눅스로 전환하고 싶지만 한 두가지 애플리케이션이 없어서 불편해하는 사용자들을 위해서는 ‘중간단계’의 솔루션이 있다. 와인 에뮬레이터, 윈4린과 같은 프로그램들은 모두 리눅스 PC에서 윈도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페렌스는 에뮬레이션이 리눅스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일종의 ‘안전망’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윈도우 에뮬레이션은 임시 해결책이긴 하지만 당장 급한 문제를 해결해준다. 사람들은 데스크톱을 전환한 후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이 없는 상황을 우려하는데, 바로 그러한 경우에 와인과 같은 에뮬레이터가 필요한 것이다.”
웹브라우저에 관계없이 접속할 수 있는 웹기반 서비스 형태의 소프트웨어가 자리를 잡고있는 상황도 리눅스에게 힘이 되고있다. 인투이트 역시 터보택스나 퀵베이스와 같은 웹기반 애플리케이션에서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웹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제공을 통해 인투이트는 기존의 불규칙적인 박스 패키지 매출 구조에서 꾸준한 사용요금 수입 구조로 전환함과 동시에, 보다 많은 잠재 고객들에게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로버트슨은 “인투이트는 웹기반 애플리케이션 사업에 매우 적극적이며 이는 리눅스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리눅스, 재미가 없다
하지만 리눅스에도 극복이 쉽지 않은 분야가 있다. 로버트슨은 특히 게임이 없다는 것이 (데스크톱) 리눅스 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게임 시장에서 콘솔 게임기의 입지가 점차 강화되는 만큼 (PC로 게임을 하는 경우는 그만큼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크게 관계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웹 컨텐트 매니저인 채드 스미스는 사람들은 여전히 PC로 ‘재미’를 찾기를 원한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사소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게임은 중요한 문제”라며 “과제, 메모, 가계부에만 사용하려고 컴퓨터를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미 리눅스에도 DVD나 MP3 애플리케이션이 많이 나와있다. 지금 정말 필요한 것은 최상급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