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의 망치와 모루] 버그 플레이 금지

전문가 칼럼입력 :2004/03/24 00:00

김종원

개발자 : 제 캐릭터가 정지당했어요, 이게 무슨 일이죠! 운영자 : 음... 버그 플레이를 하셨더군요. 개발자 : 예? 아... 네... 그래두... 운영자 : 저희는 그 버그 악용자 잡느라고 이틀 밤을 샜는데 개발자라는 분이 버그플레이를 해놓고 정지를 풀어달라니요. 지금 장난하십니까? 운영자 2 : 멋졌소 동지, 진짜 잘했소 운영자 3 : 훌륭했소 동지, 아주 좋았소 운영자 : 후후후, 내 운영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어 (게임회사이야기 http://neverwhere.egloos.com- 버그 플레이 금지 편 중에서, 이현기 지음)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에게서 에피소드를 듣다보면 현실 세계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게임 내에서 일어나는 일 뿐만 아니라 게임 밖에 있는 현실 세계의 문제들도 투영해서 보여준다. 필자는 얼마전 온라인 게임을 시작했다. 이미 주변 사람들은 중급 이상이 되어 있었고 낮은 레벨의 필자는 단순한 경험치 쌓기와 푼돈 모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며칠을 그렇게 보내던중 우연히 그 게임의 개발팀의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그 개발자에게 돈 모으기가 어렵다면서 무심코 좋은 아이템 없냐는 말을 내뱉었다. 그랬더니 그쪽에서는 정색을 하며 자기들은 개발만 할 뿐이고 실제 게임 운영자조차도 그런 일은 안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들도 똑같이 바닥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며 내가 한 행동이 인맥을 통한 청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정하고 부탁하려고 했으면 개발자보다는 운영자에게 하는 편이 빨랐을 것이다. 게임 운영자들은 온라인 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들을 해결하는 도우미같은 존재들이다. 초보자들의 게임상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시스템의 버그들을 보고받거나 찾아내어 개발자에게 전달을 한다. 게임 개발자는 그래픽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사운드 등으로 나뉘는데 보통 개발자라 하면 프로그래머를 지칭한다. 실제 게임을 설계하고 개념을 만드는 역할은 기획자가 한다. 기획자는 개발자로 분류되기도 하고 별도의 역할로 보기도 한다.실제 사용자들과 맞닥뜨리는 역할은 운영자들이 하기 때문에 운영자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공정하고 신속해야 하며 사용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규칙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 게임 운영자들은 부당한 아이템 요청과 같은 부탁에 대해 거부하도록 철저하게 교육받고 있으며, 숨겨진 버그에 의한 부당한 이득에 대해서 아이디 정지나 삭제 등의 강력한 제재로 게임 시스템을 운영해 나간다. 현실과 일대일 대응은 힘들겠지만 온라인 게임의 운영자는 경찰이나 동사무소 공무원과 같은 행정 조직이며, 게임 개발자들은 행정 시스템을 만드는 정부 공무원에 가깝다. 기획자들은 정치가나 국회의원과 같은 입법기관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우리나라의 행정업무를 하고 있는 공무원들은 아직까지 그다지 공정하지 않다는 선입견이 있다. 국가의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국가 시스템의 근간인 각종 법률들을 고치고 1000억원에 가까운 정치 자금들을 기업으로부터 받아서(이것은 온라인 게임상의 혈맹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뇌물을 아이템 상납이라고 하면 좋을까?), 그들이 계속해서 돈을 벌 수 있도록 각종 편의를 봐주었던 것이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시스템 버그로 인해 몇 개월간 모아온 아이템이 사라지면 엄청난 항의가 올라오는 것은 물론 심하면 자해소동까지 벌이곤 한다. 게임 세계가 이럴진대, 하물며 현실 사회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사회 시스템에 의도적인 버그들을 만들고 그 버그를 이용해서 자신들과 그 세력들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을 어떻게 그대로 둘 수 있을까? 게임에서처럼 아이템 몰수와 캐릭터 정지를 해도 부족할 듯 하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속한 이익집단을 대표하고 있는데, 그 이익집단이 국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매번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면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하지만 결국 번번이 실패만 해온 것 같다. 더구나 자신들의 선거에 불리하다는 판단하에 온라인 실명제를 통해 선거 관련 글을 통제함으로써 새로운 의견 수렴 통로를 막으려 하고 있다. 정말 그렇다면 국민들의 의사를 대표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온라인 게임 상에서 모든 국민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치고 박고 하는 것이라면 국회보다는 온라인 게임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