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거실로「AV 기기 트렌드부터 알자」

일반입력 :2002/11/05 00:00

최예주

극장처럼 실감나는 영상과 음향을 안방에서 재현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기들의 역사가 홈시어터의 역사이다. 오디오와 비디오를 결합하면 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험 정신에서 시작된 홈시어터는 1980년대 중반 일본의 전자 제품 회사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국내에서는 80년대 후반 크라이테리온 콜렉션 LD가 소개되면서 홈시어터 인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면 홈시어터에 필요한 기기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소스(source), 비주얼(visual), 사운드(sound) 기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가지 기기들을 갖춰야 홈시어터가 완성된다. 첫째 소스 기기는 매체를 인식해 재생시키는 제품을 의미한다. DVD 플레이어가 여기에 속한다. 비주얼 기기는 영상을 표현하는 제품을 의미한다. TV나 프로젝터가 여기에 속하겠다. 마지막으로 사운드 기기는 소리를 재현하는 제품 즉, 스피커나 AV 리시버를 의미한다. 바꾸어 말하면 DVD 플레이어, TV, 스피커, AV 리시버가 있어야 제대로 된 홈시어터가 완성된다.

소스 기기DVD가 보급된 현 시점에서는 DVD 플레이어가 핵심 기기이겠지만 과거에는 VCR이나 LD 플레이어가 주종을 이뤘다. 또한 앞으로는 DVD보다 3배 이상의 고화질을 구현하는 HD 방송도 중심에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DVD 플레이어를 선택할 때는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화질이다. DVD 플레이어는 최근 중국산 10만원대 제품부터 일본산 AV 메이커들이 만든 2백만원 이상의 제품까지 있다. 물론 여기에는 분명 성능의 차이도 존재한다. 올해에는 프로그래시브 스캔(progre ssive scan, 이중주사 방식으로 기존의 비월주사 방식에 비해 2배 안정적인 영상을 보여준다) 기능이 화제였다. 과거에 이 기능을 탑재한 제품은 가격도 비싸거니와 지원하는 국산 제품은 없었다. 작년 하반기에 처음으로 LG전자에서 프로그래시브 스캔 지원 DVD 플레이어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더니 삼성전자 역시 VCR, DVD 콤보 제품에 이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DVD 플레이어의 핵심 영상 부품은 영상 DAC(Digital Analog Converter)이다. 현재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은 27MHz /10bit 성능의 제품들이 사용되지만 프로그래시브 스캔을 지원하는 제품들은 54MHz/12bit 제품이 사용된다. 이것은 DVD에 담겨진 영상이 디지털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순간 처리 용량과 속도가 빠를수록 더 자연스러운 영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LD 시절부터 명성을 쌓아온 파이오니어 제품은 DVD 플레이어 부분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전통적인 화사한 색감으로 특징지어진 소니의 제품도 사랑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광 스토리지 분야에 일가견 있는 LG전자 제품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최근에 와서는 동급 가격대 일본 제품이나 LG전자나 삼성전자 등의 국내 제품에는 큰 성능상의 차이는 없다. 화질은 DVD 플레이어의 기본적인 재생 능력이 뒷받침되면 나머지는 개인의 취향이 작용하는 것이므로 어떤 제품이 절대적으로 우수하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중국산 제품처럼 지나치게 저렴한 제품은 보드 설계가 허술하고 싸구려 부품의 구성으로 DVD의 기본적인 성능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도 있다.비주얼 기기보통은 TV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젝션 TV나 프로젝터, PDP 같은 신형 디스플레이 기기가 속속 등장하고 성능도 향상되고 있지만 CRT(음극선관, 미국의 브라운이라는 사람이 개발해서 브라운관으로도 불린다) TV가 성능면에서는 최고봉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션 TV나 PDP, 심지어 LCD 방식의 TV가 계속 등장하고 있는 것은 CRT가 갖는 외형상의 한계 때문이다. 가장 큰 CRT TV는 38인치로 더 큰 화면은 만들 수 없다. 38인치 TV가 갖는 무게는 100kg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2.35:1의 시네마스코프 화면 비율을 갖는 DVD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한 이상적인 화면 크기는 일반적으로 40인치 이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대형 화면이 가능한 프로젝터의 경우 요즘 각광받고 있는 DLP(Digital Light Processing) 방식이 밝기와 색감, 선명도 등에서 기존 LCD 방식에 비해 우수하다. 이것은 프로젝션 TV에도 영향을 미쳐 기존의 LCD 방식 일색이던 프로젝션 TV도 최근엔 DLP 방식으로 바뀌는 추세다. 또한 현재까지는 DLP 방식이 단판식이라 컬러 브레이킹 현상(순간적으로 무지개 빛 노이즈가 생기는 것)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지만 올 하반기에 DMD(Digital Micromirror Device)를 3개 장착한 삼판식 DLP 제품이 나올 예정으로 밝기나 색감 등이 한층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그러나 홈시어터를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기존의 TV를 활용하거나 CRT 방식의 HDTV를 사용하는 것이 비용 문제나 구동의 용이성 등에서 유리할 수 있다. 특히 기종에 따라 DVD 해상도를 HD급으로 업스케일링해 주는 제품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소니 제품과 JVC 제품이다. 소니는 DRC(Digital Reality Creation) 회로를 통한 화사하고 안정적인 영상이 인상적이며 JVC의 경우 1080i(HD 표준 주사 규격)가 넘는 1500i로 업컨버팅해 주는 DET(Digital Emotional Technology) 회로를 채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운드 기기 소리의 재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기기에는 AV 리시버와 스피커가 있다. 홈시어터를 구성할 때 가장 까다롭고 어떻게 보면 가장 막대한 예산을 잡아먹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AV 리시버AV 리시버란 음악적 기능 이외에 영상 입/출력 단자까지 포함된 앰프(amp)를 지칭한다. DVD 사운드의 전기적 특성은 플레이어보다 거의가 이 AV 리시버에 의해 결정된다. 오디오 애호가들은 잡다한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 AV 리시버의 음악적 성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의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 순수 오디오(Hi-Fi)의 아성에 강력한 도전을 하고 있다. 각종 음향 포맷의 발전 형태에 따라 AV 리시버 역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능들이 첨가되고 있다. 최근에는 6.1 채널이나 7.1 채널의 확장 채널과 기존의 스테레오(2 채널)를 5.1 채널로 실시간 변환시켜주는 ‘돌비 디지털 II’나 ‘DTS Neo 6’와 같은 기능이 기본 사항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리시버를 선택할 때 중요한 점은 자신이 영화를 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음악도 자주 감상할 것인가 하는 점인데 이는 AV 리시버가 메이커마다 특색이 명확한 편이기 때문이다. 국내 AV 리시버 시장에는 다양한 제품이 나왔지만 크게 선호되는 제품을 위주로 설명하겠다. 야마하 야마하(Yamaha)는 오디오 기기뿐만 아니라 피아노, 기타, 드럼, 믹싱 콘솔, 스토리지, 심지어 오토바이 등 실로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정밀성을 요하는 기술에 탁월한 회사라 볼 수 있다. 야마하 리시버는 이전부터 자체 개발한 DSP 회로로 수 십 가지의 음장 모드로 유명하다. 최근의 제품에는 70여 가지가 넘는 음장 모드가 프로그램돼 있다. 이것은 하나의 영화를 다양한 사운드 효과로 맛볼 수 있어 오래 사용해도 싫증나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원음 재현에 목적을 둔 순수 오디오(Hi-Fi)의 충실도에 있어서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야마하 AV 리시버는 음악 감상보다는 영화 감상을 하는 영화 애호가들에게 인기있는 제품이다. 데논일본 컬럼비아에 전기 사업 본부가 독립해 생긴 브랜드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다른 회사에 비하면 신흥 강자라고 할 수 있다. ‘청년정신’의 데논(Denon)은 시장에서 왕자로 군림하고 있던 정통의 야마하와 파이오니어, 온쿄 등과 같은 제품에 브레이크를 건 제품이다. 야마하의 음장 모드 같은 현란한 효과보다는 사운드 제작자가 의도한 음장의 정확한 재현이 데논의 목표이며 발빠르게 THX, THX Ultra 같은 기술을 적극 도입해 음악적 충실도와 영화적 능력을 두루 갖춘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온쿄60여 년에 가까운 전통을 갖고 있는 회사로 온쿄(Onkyo) 자체가 ‘음향’을 뜻한다. 업계에서 고속 더빙 더블 카세트 데크, THX 리시버, THX EX 리시버를 최초로 선보인 회사이기도 하다. 온쿄 역시 많은 애호가들에게 사랑받아 온 제품으로 강력하고 단단한 파워부에 기인한 거침없고 군더더기 없는 시원한 사운드가 특징이라 하겠다. 국내에서 일시적으로 수입이 중단되었던 적이 있었으나 현재는 다양한 제품군으로 활발하게 국내 AV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의 인테그라를 인수하며 세운 인테그라 리서치라는 브랜드는 하이엔드 시장에서 좋은 평가와 함께 레퍼런스 기기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을 듣는다.인켈국내의 전통 오디오 업체로 IMF 이후 어려움을 겪다가 해태전자와 합병 현재 이트로닉스로 상호를 변경하고 셔우드(Sherwood)라는 해외 수출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97년 세계 최초로 돌비 디지털, DTS 겸용 AV 리시버를 내놓는가 하면 국내에서는 가장 먼저 6.1 채널, 7.1 채널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인켈 역시 정통 오디오의 명가답게 일본 제품에 비춰 뒤쳐지지 않은 성능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스피커소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제품은 스피커다. 특히 AV 리시버와의 매칭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공칭 임피던스(impedance, 단위는 Ω, 스피커 자체에 걸리는 고유 저항)와 허용 입력(W)은 AV 리시버와 균형을 맞춰야 하며 이것은 AV 리시버가 스피커를 드라이빙하는 구동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일반적으로 AV 리시버에서 허용하는 임피던스보다 스피커가 허용하는 임피던스 수치가 같거나 높아야 한다. 예를 들면 AV 리시버에서는 8Ω을 지원하는데 4Ω짜리 스피커를 연결할 경우 출력 저항이 높아져 AV 리시버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자 AV 리시버 쪽에는 조절기를 두고, 스피커는 허용 임피던스를 폭넓게 수용하도록 제조된 제품들이 많다. 홈시어터를 설치할 공간에 맞춰 스피커 출력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간의 여력은 안 되는데 출력만 높은 스피커를 구입한다면 제대로 활용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6평의 크기라면 정격 출력이 50W 정도면 충분하다. 스피커를 중심으로 한 소리는 크게 잉글랜드 사운드와 아메리칸 사운드로 나눠 볼 수 있다. 유럽의 경우 주거 환경이 국내와 비슷해서 아파트 거주자가 많고 방의 크기가 그다지 크지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공간에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섬세하고 부드러운’ 소리의 경향이 강하다. 반면 미국의 경우 주거 공간이 크기 때문에 ‘박진감 넘치는 강한’ 소리의 성격을 갖는다. 이것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해야 될 문제다. 근래에 와서 홈시어터가 오디오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되자 스피커 메이커들은 이전의 Hi-Fi와 홈시어터용으로 구분했던 모델 라인을 통합하는 추세다. 소리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원음(녹음 상태) 재현이 목적이기 때문에 이것은 Hi-Fi든 홈시어터든 추구하는 바는 같다고 보는 것이다.누구나 한번쯤 꾸는 꿈홈시어터는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대상이 되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기술과 함께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 더 좋은 질과 더 저렴한 가격의 홈시어터를 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이 글이 거실의 홈시어터를 이해하고 계획하는 데 기초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글에 언급된 기술적인 용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본지에 지난 4월부터 연재된 ‘HTPC로 놀자’를 참고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