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IA-64 시대 「이번엔 제대로 여나?」

일반입력 :2002/08/02 00:00

류한주

7월 9일 발표된 아이테니엄 2가 IA서버 시장의 64비트 시대 돌입을 가능케 할 것인가? 또 인텔의 주장대로 썬과 IBM이 맹활약하고 있는 유닉스 서버 시장을 위협하는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아이테니엄 2의 성공 여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아이테니엄 1은 시장에서 쓰디쓴 실패를 맛보았다. 따라서 아이테니엄 2를 통한 인텔의 적극성과 관련 업체들의 참여 여부, 시장 반응 등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인텔 아이테니엄 2가 백엔드 서버 시장 진출의 도화선이 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는 인텔코리아와 달리 대부분의 주요 서버 업체와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은 ‘인텔의 지나친 욕심’이라는 견해다.

마이크로소프트 김동환 차장은 “IA-64가 대세이긴 하지만 현재 시장을 보면 아직은 먼 얘기다. 16비트에서 32비트 애플리케이션으로의 전이도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은 시장에서 여전히 32비트보다 16비트 애플리케이션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몇몇 벤더를 중심으로 64비트로의 전이를 준비중이지만 내년 상반기나 돼야 조금씩 가시화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다소 보수적인 견해를 내놨다.

인텔과 아이테니엄 프로세서를 공동 개발하며 ‘아군’임을 자처하는 한국HP도 아이테니엄 2의 주요 적용 시장을 테크니컬 컴퓨팅 시장으로 한정했다. 4웨이 이하 서버와 워크스테이션을 출시하고, 특정 시장에 중점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한국HP의 정책은 이같은 아이테니엄 2 기반 서버를 통해 유닉스에 대적할 수 있는 백엔드 시장 공략을 기대하는 인텔의 정책에 비껴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인텔코리아의 아이테니엄 2에 대한 기대가 ‘현실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HP 김병철 대리는 “아이테니엄 2는 범용적인 애플리케이션 구동 능력보다는 프로세서 집약적인 테크니컬 컴퓨팅 분야의 성능에 최적화 돼 있다. 아직 드라이버나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등이 완전하게 검증된 상태가 아닌 만큼 백엔드 서버로서의 가용성이나 안정성 등이 고객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시장에서 주류로 등장하기엔 아직 시기 상조라는 점 때문에 아이테니엄 2의 성공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지만 업체들이 아이테니엄 2의 출시를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가 의미심장하다. 혹시나 아이테니엄 2가 성공을 할 경우 변화될 향후 시장 판도에 자사가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지 주판알을 튕겨야 하기 때문.

IA서버 업체들에게는 부가가치가 큰 하이엔드 서버 시장 진입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에게는 점차 시장 규모가 줄고 있는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으로 전환할 적절한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배어 있다.

실제로 성능면에서 아이테니엄 2는 아이테니엄 1에 비해 큰 폭으로 향상됐다. 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구동시 아이테니엄 1에 비해 2배 이상 향상됐고, 대용량 DB와 트랜잭션 처리에 있어서는 썬 울트라 스팍 III 시스템에 비해 분당 50% 향상된 성능을 보인다.

특히 HP의 김병철 대리 지적대로 기계해석설계(MCAE) 분야에서는 아이테니엄 1에 비해 90% 이상, 울트라스팍 III에 비해서는 4배까지 성능이 향상됐다.

아이테니엄 2 성공 가능성 절반

아이테니엄 2는 이런 점에서 아이테니엄 1의 출시 때와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표면적으로는 아이테니엄 1로 인한 실패를 맛본 인텔이 IA-64라는 막다른 길을 빠져 나오기 위해 혼자 아이테니엄 2로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 하지만 주변 업체들의 움직임도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구체화됐고 진지해졌다.

아이테니엄 1의 출시 당시 확산을 저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던 애플리케이션과 OS의 불완전한 지원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레드햇 등 주요 윈도우, 리눅스 플랫폼 업체들은 올해 말 정식 64비트 운영체제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HP는 아이테니엄용 HP-UX 11i 1.6 버전을 내놨다. 또 BEA, 오라클, SAP 등 주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HP-UX 11i 버전 출시를 시작으로 레드햇과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 버전을 올해 말과 내년 초 사이에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일단 아이테니엄 1 출시 당시 OS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급하게 내놨던 윈도우 2000 어드밴스드 서버 리미티드 에디션 64비트 1.0을 지난 6월 1.1로 업그레이드했다. 아이테니엄 2로의 커널 부분 수정 때문이라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명.

정식 64비트 OS는 올 연말 출시될 윈도우 닷넷 엔터프라이즈 서버 64비트와 데이터센터 서버 64비트가 될 예정이다. 테스트 버전인 RC1 버전이 7월 말 발표돼 주요 하드웨어 업체와 ISV들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정식 버전 출시는 올해 말에 이뤄지며 하드웨어 탑재를 통한 실질적인 시장 판매는 내년 1, 2월중에나 가능할 전망. 메모리 확장, 프로세스 핸들링 등 애플리케이션 수정과 통합이 용이하다는 점, 시스템간 병렬 클러스터링 기능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DB인 SQL 서버의 64비트 버전(코드명 리버티)을 8월에 내놓을 계획이다.

인텔의 태도도 달라졌다. 인텔은 아이테니엄 1 출시 당시 주요 서버 업체와 자사의 채널에게 동등하게 라이언이라는 4웨이 아이테니엄 서버를 제공, 차별화를 원하는 서버 제조업체들의 판매 의지를 꺾었다는 빈축을 샀다.

이런 영향 탓인지 인텔은 아이테니엄 2 출시와 함께 삼성전자, 한국HP, LG IBM, 후지쯔, 유니시스 등 주요 OEM 업체를 대상으로 32웨이 이하 서버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50여 개 채널 중 3곳을 선정, 전문 채널로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한국HP, 후지쯔, LGIBM, 유니시스 등 주요 IA서버 업체들은 16웨이나 32웨이급까지의 IA-64 서버 라인업을 발표, 올 4분기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IA와 유닉스 서버 경계 ‘무너지나’

인텔 채널 중에서는 디지털헨지, 나노베이 커뮤니케이션즈, 이지아이 등이 1차 선정됐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64비트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와 협력을 하고 있고 4분기 경에 아이테니엄 2 기반 서버를 내놓을 방침이다. 탑재 OS는 주로 윈도우 닷넷과 레드햇 64비트 OS, 솔라리스, HP-UX 11i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테니엄 2의 출시 의미를 ‘IA서버와 유닉스 서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대상’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인텔 32비트 아키텍처에 윈도우나 리눅스 플랫폼을 채택한 서버를 IA서버로, 벤더별로 고유 유닉스 운영체제와 RISC 프로세서를 탑재한 서버를 유닉스 서버로 흔히 분류해왔다.

하지만 IA-64인 아이테니엄 2 프로세서의 출시로 인해 유닉스 OS와 리눅스, 윈도우 등 다양한 운영체제 탑재가 가능해져 이같은 범용적인 분류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유닉스 서버 업체들이 제공하는 장비는 완전한 64비트가 아니라며 아이테니엄 탑재 서버의 64비트 의미를 강조했다. OS와 프로세서만 64비트였을 뿐 메모리, 버스, I/O 등의 컴포넌트는 64비트가 아니라는 것.

인텔코리아 박성민 이사는 “유닉스 서버에 비해 비용 효율적이고 멀티 플랫폼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해 시장 요구를 수용한다면 아이테니엄 2를 기반으로 한 서버가 유닉스 서버와 맞붙어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인텔과 아이테니엄 2 기반 서버 업체들은 OS와 애플리케이션의 최적화, 드라이버 호환성 개선을 통한 고객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HP처럼 유닉스 서버 라인에 아이테니엄 서버를 추가하는 경우는 유닉스 시장에 대적하는 의미가 퇴색되지만 LGIBM, 한국후지쯔를 비롯, 유니시스나 스트라투스처럼 고가용성과 파티셔닝 등을 기반으로 유닉스 서버 시장을 전면 공략하고 있는 업체들에게는 필수적인 과제다.

업계는 향후 아이테니엄 2가 시장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기대하고 있다. 이미 아이테니엄 1을 통해 ‘IA-64’라는 말에 지칠대로 지친만큼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IA-64에 대한 업계 반응이 냉담하겠지만 이번에 제대로 성공하면 눈치보며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업체들의 참여가 거세져 IA-64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올해 말 IA서버와 유닉스 서버라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용어가 아이테니엄 2로 인해 IA-32 서버, IA-64서버, RISC 서버 또는 IA서버, 아이테니엄 기반 서버, RISC 서버로 변화될지 시장의 이목이 아이테니엄 2에 모아지고 있다. @